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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Forum

비잔틴 이야기 6

작성자겨울달|작성시간04.02.27|조회수181 목록 댓글 9

<소 아르메니아 농성전>

“이거 정말 대단한 날이로군. 하루에 세 번씩이나 쳐들오다니 말야.”
“누가 아니래나. 저놈들은 지치지도 않는 것 같으이.”
“아니, 자네들은 소문 못들었나? 지금 폐하와 황태자의 연합군이 소 아시아로 왔다잖은가. 이쪽으로도 곧 구원군이 올 테니 마음이 다급해진 게지.”
율리우스, 파리온, 피체트는 적의 공세가 멈춘 틈을 타 성벽을 보강하고 있었다. 소 아르메니아의 방어군인 이들 셋은 같은 마을친구였다.
소 아르메니아에서 포위전을 펼치고 있던 아이바크왕자는 비잔틴군이 소 아시아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주력군이 아르메니아에 있어 소 아시아에는 충분한 병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곳을 뺏긴다면 투르크는 전략거점을 상실하여 왕자 스스로도 적에게 역으로 포위당할 수 있었다. 그래서 투르크군은 소 아시아로 가기 전에 후방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 이튿날 포위망을 풀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친 것이다. 그러나 비잔틴의 수비군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그날 투르크군은 세 번의 대공격을 감행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다음날 동이 틀무렵, 파브라고니안 장군은 병사들을 모았다.
“로마의 병사들이여. 지금 위대하신 황태자 저하께서 지원군을 이끌고 우리를 구원하러 오고 계시다. 이를 악물고 최후의 힘을 다하자. 며칠 내로 이 성은 구원받을 것이다. 그때까지만 버텨라.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다!!!”
병사들은 검과 창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함성을 질렀다. 적에 대한 증오, 그리고 자신들의 공포를 떨쳐버리려는 몸부림이었다.

태자는 소 아시아에 진격한 후 황제의 명을 받아 구원군을 편성하여 소 아르메니아를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태자의 계획은 들어맞았다. 그루지야군에 의해 아르메니아에서 발이 묶인술탄은 소 아시아로 돌아오지 못했다. 소 아시아의 투르크군은 비잔틴군에게 패하고 성으로 후퇴했다. 황제는 소 아르메니아가 함락 직전이라는 전령의 보고를 받고 태자로 하여금 별동대를 조직하여 포위군을 섬멸시키도록 명령했다.
“태자저하, 척후가 돌아왔나이다.”
“척후는 적의 동태를 보고하라.”
“저하, 소 아르메니아의 투르크군은 5일째 성을 공격하고 있으나 용맹한 수비대에 의해 번번히 패퇴당한 듯 하옵니다. 그러나 성도 많은 피해를 입어 그리 오래 버틸 것 같지 않았사옵니다. 지금도 투르크군이 성을 밀어붙이고 있사옵니다.”
태자는 서둘러야했다. 자칫하면 적이 성을 함락해 성 안에서 농성을 할 수도 있었다. 최대한 빨리 가서 그들을 격퇴하고 다시 소 아시아로 돌아가야 했다. 술탄의 주력군이 곧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전군! 전속력으로 진군하라. 한시라도 빨리 소 아르메니아에 당도해야 한다.”
태자가 이끄는 400명의 비잔틴군은 소 아르메니아를 향해 전속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자가 향하는 소 아르메니아의 성은 투르크군의 파상공세로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저 놈들은 악마에게 씌운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무식하게 올 리가 없지.”
화살을 장전하며 율리우스가 소리쳤다.
“아무래도 난 이제 괭이질은 못할 것 같네그려. 칼이랑 활이 너무 손에 익었어.”
목소리를 높힌 사람은 피케트였다. 전장이기에 가까운 거리도 고함을 쳐야 들을 수 있었다.
“이봐들!! 칼이고 활이고 살아남아야 잡을 수 있는 거라구. 잔말말고 준비들이나 하게.”
셋이 포함된 성벽 수비대는 화살장전을 마쳤다. 벌써 오늘만 두 번째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장교가 팔을 쳐들었다.
“준비!! 조준!!”
수비대가 활을 들고 일어났다. 성으로 다가오는 투르크군을 향해 쏘려는 것이다. 그러나 투르크군의 궁병도 성으로 화살을 날렸다. 저 쪽 옆의 운없는 병사 하나가 눈에 화살이 박혀 나동그라졌다. 장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쳤다.
“발사!!”
성에서 적진으로 비가 내리듯이 화살이 쏟아지고 저 멀리서 화살 수만큼의 투르크군이 무질서하게 쓰러졌다. 그러나 투르크군은 몇 번의 화살비에도 행군을 멈추지 않고 다가왔다. 곧이어 성벽으로 사다리들이 걸쳐졌다. 파브라고니안 장군은 수비대를 향해 소리쳤다.
“저들이 사다리를 통해 올라온다. 검을 들어라!! 전투준비!!!”
수비대는 있는 힘을 다해 사다리를 밀어내고 올라오는 투르크군을 향해 돌을 집어 던졌다. 율리우스와 파리온, 피케트의 세 친구도 활을 내려놓고 창을 들었다. 그들 앞으로 걸쳐진 사다리를 타고 투르크 병사들이 올라왔다. 구릿빛 피부에 부리부리한 눈, 위압적인 수염. 세 병사에게 그 모습은 악마, 그 자체였다. 셋을 포함한 수비병들은 긴 창과 검으로 올라오는 이교도들을 찔러 밀어냈다.
“죽어!! 죽어버려!! 올라오지 맛!!”
“사다리 밀어!! 사다리!!!”
“이야야앗~~!! 이 미친 놈들!! 지옥으로 꺼져라!! 떨어졋!!”
“젠장, 저쪽은 뚫리겠어!!”
망루 왼쪽에서는 투르크군사 셋이 이미 성벽을 타고넘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맹렬하게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 뒤로는 투르크군사들이 계속해서 기어오르고 있었다. 파브라고니안 장군은 자신이 직접 그 곳으로 달려가 전투를 벌였다. 처절한 전투끝에 수비대는 성에 오른 투르크병사들을 죽이고 그 시체를 돌 대신 사다리의 적군에게 집어던졌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으나 수비대는 두 번째의 공격도 기어이 막아내었다. 잠시 소강상태가 찾아왔다.
“정말이지 지독한 놈들이야. 저놈들 때문에 지옥이 꽉 차겠어.”
“걱정말게. 신은 그렇게 매몰찬 분이 아니라네. 자넬 위한 자리 하나쯤이야 얼마든지 마련해 주실테지.”
가쁜 숨을 헉헉대면서도 피케트는 율리우스의 말을 쏘아붙였다.
“내가 주님의 은총으로 지옥에 가거들랑 자네 자리도 하나 마련해달라고 빌어보겠네.”
“우리집 포도주보다 맛있는 술이 있으면 부르라구. 주저없이 갈테니.”
율리우스와 피케트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그러나 전우의 시체옆에서 웃음짓는 그들을 뭐라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특권이었다. 오히려 병사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과 독설을 잃지 않는 그들을 부러워했다.
“그나저나 지원군은 대체 언제 온다는거야. 이렇게 사람들이 없어서야....집에 있는 마누라까지 불러와서 칼을 쥐어져야 할 판이군.” 주위를 둘러보던 파리온이 말을 꺼냈다.
“아닌게아니라 정말 그래야할지도 모르겠어. 우리 마누라가 나오면 저놈들은 당장에 줄행랑을 놓을걸.” 율리우스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피케트가 파리온을 향해 묘한 웃음을 지었다.
“파리온, 자네 얼마전에 헤스투라와 바람피운 것 들키지 않았나? 그래서 자네 마누라를 전쟁에 내몰려는 것 아냐?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자넨 여기서 저놈들과 싸우는 거나 집에서 부인이랑 싸우는 거나 다를게 없지않나.”
“무슨 소리!! 마누라를 데리고 나와야 한다면 난 헤스투라를 데려올걸세.”
“오오. 그래도 부인은 아끼는 건가? 양심은 있나보지?” 율리우스가 비아냥거리듯이 물었다.
“아니....마누라는 저놈들이 물러갈 때 같이보낼거야. 감사와 우정의 표시로 선물해야지.”
“자네는 저놈들에게서 살아남으면 자네 부인에게 죽을거야. 내가 장담하지.”
피로에 찌든 병사들의 얼굴에서 잠깐이지만 밝은 웃음이 맴돌았다. 그들의 농담은 전장에서의 공포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그 때, 저 멀리서 투르크군이 진격할 때 쓰는 북소리가 울렸다.
“또 오는군. 이번엔 정말....”
율리우스는 말을 흐렸다. 순간 병사들도 모두 침묵했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이번엔 정말....버티기 어려울 거야.’라는 말을.
다가오는 적을 보면서 소 아르메니아의 마지막 수비병들은 마음속으로 신의 은총과 기적을 빌었다.

그 시간, 소 아시아에 진입한 황제 알렉시우스 1세는 성을 공격하지 않고 벌판에 숙영지를 세운 채 밀린 정무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내정의 업무는 황후가 대신할 지라도 외교와 군사의 문제만큼은 자신이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고에 의하면 독일의 성장세가 무서울만큼 빨랐다. 연간 최고의 수입을 올리는가 하면,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앞선 기술을 개발하여 무기에 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멸망한 노브고르드는 다시 부활하여 급격하게 세를 확장하고 있었다. 영국의 동맹제의를 수락한 찰나, 군막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소란의 주인공은 전령이었다. 말과 함께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들어온 전령은 황제 앞에 올 때까지도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뭔가 중대한 일이 있음에 틀림없었다.
황제 앞에 엎드린 전령은 숨을 가다듬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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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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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신격카이사르 | 작성시간 04.02.27 왕실기사2,3부대와도 바랑1부대면 든든-_- 특히 숲에서 싸우면-_- 일단 바랑체제로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고급유닛이나 중급유닛도 나오죠-_-; 저는 주로 비잔틴할때에는 비잔틴보병,트레비존드궁수(그냥 궁수는 돈이 아깝운-_-),챵병 이 세가지가 보병의 주종을 이루었죠(바랑없을때는) 일단 초반에는 필요없습니다
  • 작성자신격카이사르 | 작성시간 04.02.27 투르크를 먼저 밀어버리세요-_- 저는 다른 나라는 후빵을 맞지만 투르크는 원년으로 부터 대략 5년후에 전군의 75%를 동원해서 투르크를 멸망시킵니다 (세금걷기에도 좋은 동네를 점령해서-_-) 쓰다보니 잔소리(>?)만 늘었군요-_-ㅋ 흠...솔직히 말해서 에딧하나쯤쓰는 것이 좋습니다
  • 작성자신격카이사르 | 작성시간 04.02.27 하지만 에딧도 사실적인 에딧만을 고집한다!-_- 알란 용병기마대를 생산할 수 있는 에딧이 자료실에 잇습니다 찾아서 쓰세요-_-ㅋ 비잔틴은 경기마대가 없어서 골치인데 이거 쓰면 아주 좋죠 역사적으로도 비잔틴이 원래 뽑아야할 듯한 유닛인데 왜 원래는 여관에서만 나오는지 핫;;;
  • 작성자겨울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4.02.27 괴....굉장한 조언....감사합니다...>.<b~
  • 작성자신격카이사르 | 작성시간 04.02.28 저도 님처럼 글쓰는 재주만 있담-_-좋을텐데-_- 대략 몆 십편의 연작을-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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