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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Forum

비잔틴 이야기 7

작성자겨울달|작성시간04.03.01|조회수212 목록 댓글 7

<황태자 알렉시우스 2세>

“폐하. 시칠리아가 나폴리를 함락시켰사옵니다. 또한 세르비아에서도 폭동이 일어나 반군이 주둔군을 공격하고 있사옵니다.”
황제는 충격을 받아 잠시 말을 잃었다. 세르비아는 그렇다쳐도 나폴리를 빼앗기다니. 그것도 보잘것 없는 시칠리아 섬놈들에게?....
“전령은 아는 모든 것을 폐하께 상세히 보고하라.”
당황한 듯한 얼굴로 로마누스 장군이 다음 말을 재촉했다.
“세르비아는 주둔군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것을 알고 반란을 일으켰고 시칠리아는 1200명의 병력으로 순식간에 나폴리를 급습하여 수비군을 전멸시키고 성을 함락시켰사옵니다. 게다가 교황은....교황은....”
“말하라. 교황은 어찌하였는가. 그들을 파문하였는가?”
황제의 재촉에도 말을 잇지 못하던 전령은 배에서 쥐어짜는듯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교황은....시칠리아의 나폴리 점령을 인정하였사옵니다.”
황제는 낮게 신음했다. 투르크의 이교도들과 싸우고 있는 이 때에 자신의 뒤통수를 치다니, 교황의 입장을 배려하여 알모하드이슬람과의 동맹도 거절하였는데 그 대답이 겨우 배신이란 말인가!
나폴리가 가지는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동로마인들은 비록 동방으로 밀려나 비잔틴이란 이름으로 존속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로마제국’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로마는 그 뿌리가 이탈리아 반도이다. 나폴리의 상실은 상징적으로라도 그들의 정통성을 잃어버리는 것임과 동시에 서방과 동방의 관계변화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또한 지리적으로도 나폴리는 아주 중요한 도시였다. 황제는 속주들의 순행(1편)을 마치고 수도로 귀환했을 때, 농업개량만으로는 국가발전의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무역을 발전시키려 했다. 그는 키프로스-로도스-크레타-나폴리로 이어지는 비잔틴의 지중해 황금라인을 개발하여 제해권을 차지하고 교역을 발전시킬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러나 시칠리아가 나폴리를 점령함으로써 황금라인은 고사하고 저들이 언제 그리스나 비잔틴으로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사령부가 충격에 휩싸여 있는 동안, 전령은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돌아왔다. 투르크의 영지인 시리아에서 이슬람의 철학자이자 학자, 재판관인 아부 카마드 알-카잘리가 이슬람의 신비주의인 수피즘을 창시하여 많은 이들을 열광시켰고 술탄의 병력이 1800명으로 증원되었다는 것과 트리폴리의 이집트 이슬람세력이 비잔틴과의 접경지역으로 1500에 가까운 군대를 전진배치시켰다는 정보였다.
나폴리의 상실, 시칠리아의 반란, 투르크군의 증원, 이집트의 압박.... 황제에게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게다가 황후의 밀서에 의하면 수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머리를 감싸고 앉아있던 황제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정도면 사면이 아니라 팔면, 십면이 꽉 막힌 셈이었다.
‘어쨌든....지금은 눈앞의 투르크를 쓸어버리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황제는 대 투르크전쟁을 황태자 알렉시우스 2세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자신은 서둘러 수도로 돌아가야 했다. 너무 오래 옥좌를 비워둔 것이 걱정스러웠다. 군막이 답답한 황제는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면서 대지로 가라앉고 있었다. 황제는 서쪽을 바라보았다. 붉은 노을은 마치, 앞으로 로마인들이 흘려야 할 피의 바다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제 끝이로군. 이렇게 죽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젠장!!’
‘신이여, 제가 죽어도 제 가족들만은 지켜주옵소서.’
“지원군?? 쳇!! 미친놈들. 기대한 내가 바보였어.”
소 아르메니아의 성은 함락 일보 직전이었다. 남은 성의 수비군은 겨우 30여 명, 투르크군은 여전히 사납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미 성벽을 점령한 그들은 성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려고 하였다. 30명의 수비군은 적에게 성벽을 내주고 성 안쪽에서 마지막 전투를 준비했다.
“죽는 순간까지 명예를 잃지말자. 전군! 밀집대형!!” 조지 파브라고니안 장군이 소리쳤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율리우스와 파리온, 피케트들도 이제는 끝장이라는 비장한 각오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성문이 열리고 투르크군이 뛰어들온 순간, 파브라고니안 장군은 칼을 쳐들었다.
“전군! 적을 향해 도....??”
그들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짐승의 형상으로 달려들어온 투르크군이 갑자기 주춤하더니 도망가는 것이었다. 투르크군 못지않게 비잔틴군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저놈들이 왜 저래? 도망가는거야 지금?” 파리온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게....정말로 자네 마누라가 나온 모양이지??”
파브라고니안 장군은 적들이 비운 성벽으로 올라갔다. 성 밖에서는 황금갑옷을 입은 장군이 선두에 선 비잔틴군이 투르크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원군이다! 원군이 왔다!! 태자께서 원군을 이끌고 오셨다!!!”
장군의 외침을 들은 병사들은 그제서야 상황을 깨달았다. 황제의 구원군이 도착한 것이다!!

380명의 포위군을 이끌던 아이바크 왕자는 갑자기 등장한 비잔틴군에 정신이 없었다. 소 아시아로 가는 것도 놀라운데 이곳으로 원군까지 보내다니. 병력을 나누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술탄은 도대체 뭘 하시고 있던건가. 소 아시아로 귀환한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루지야에서의 양동작전을 모르고 있던 아이바크 왕자로서는 술탄이 소 아시아에서 저들을 막아줄거라 예상했던 것이다. 아니면 술탄께서 일부러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으신 것인가.
아이바크 왕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에도 투르크군은 비잔틴군에게 학살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성이 곧 함락될거란 생각에 약탈에 눈이 멀어 대형도 갖추지 않고 성으로 진입하다가 비잔틴의 원군에게 후위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만 것이다. 약탈에의 욕망은 순식간에 공포와 절망으로 변했다. 숫적으로는 별로 밀리지 않았으나 심리적인 충격과 무질서한 대열이 투르크군으로 하여금 엄청난 적군에게 포위당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패닉상태에 빠진 투르크군은 서로를 찾아다니다가 한점을 이루어 아무렇게나 뭉쳤다. 주위를 에워싼 비잔틴 보병이 다가갈수록 투르크군의 덩어리는 밀도가 높아갔다.
말 위에 있던 태자 알렉시우스는 가만히 활을 당겼다. 그가 쏜 화살은 아이바크왕자의 가슴을 정통으로 뚫어 등으로 튀어나왔다. 지휘관이 절명하자 투르크군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여 도주하기에 급급했다. 태자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그들을 끝까지 추격하여 전멸시키라는 명을 내린 태자는 성문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살아남은 수비병 30여 명과 노약자, 부녀자들이 마중나와 있었다. 건장한 남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성이 방어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황금갑옷을 입은 태자가 입을 열었다.
“장군과 병사들은 일어나시오.”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조지 파브라고니안 장군과 수비병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위대한 병사들이여!! 그대들의 용맹과 불굴의 정신은 세세토록 모든 로마인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 삶과 죽음을 초월한 그대들에게 로마는 경의를 표하노라. 또한 전사한 모든 병사들에게도 애도를 보내노라. 그대들과 승전의 즐거움을 같이 누리고 싶건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야 한다. 휴식을 취하라 전사들이여. 이제 싸움은 우리들이 끝낼 것이다. 로마의 위엄을 모르는 저 오만한 자들을 물리치고 나면 다시 돌아와 그대들과 잠시 미루어 놓은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리라!!”
병사들과 주민들이 함성을 질렀다. 이제 죽은 자들의 시체와 그 가족들의 울음과 친구를 잃어버린 자들의 슬픔이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승리와 삶을 쟁취한 자들의 환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중에는 소 아르메니아에서 자라온 세 친구들도 함께 포효하고 있었다.
소 아르메니아의 구원으로 비잔틴 내에서의 터키군은 모두 물리쳤다. 이제 대 투르크전쟁의 양상은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되었다. 남은 것은 아르메니아와 시리아, 에데사 뿐이었다. 태자는 하루속히 술탄과 결판을 내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 계획을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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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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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신격카이사르 | 작성시간 04.03.01 오호-_-ㅋ 제가 할때는 알모하드는 큰 관계가... 이집트를 정복하고나서부터가 문제였죠 (참고로 알모하드는 키레네이카에 배가 없어요-_- 이상하게 모로코지역만 배가 있고....)
  • 작성자신격카이사르 | 작성시간 04.03.01 재미있는 것은 황태자면 캐터프래터일텐데 활을 쏜다-_-ㅋ 하긴 소설이니까^^ 저도 글을 쓰고픈 강력한 충동이-_-
  • 작성자신격카이사르 | 작성시간 04.03.01 아참 이태리나 시칠리아조심하세요-_-'실제로 제가 할 때에도 이레니아해에 배를 띄우고 그리스와 세르비아를 침공했다는-_-; (저의 경우에는 적군왕이 왔다가 국경에서 시칠리아왕도 죽으면서 토깻다는-_-ㅋ)
  • 작성자겨울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4.03.01 죄송합니다. 잘못 썻어요...ㅠㅠ 원래는 이집트 이슬람세력인데...kkry119님의 글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헷갈렸나봅니다. 수정했고요. 평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신격카이사르 | 작성시간 04.03.02 -_-ㅋ 이제 드디어 머리아퍼지는 제1지역에 들어가신 것을 축하합니다-_-ㅋ (특히 시리아) 시리아 이땅을 일단 먹으면 잘 고수해야합니다 대략...7개정도인가? 7개정도지역에 연결되어있는 아주 종요한 땅이이죠 이 땅먹으시면 잘 고수햐셔야하구요 반란아주 잘일어나니 유의-_-ㅋ 시리아 이 주변이 머리아프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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