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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Forum

알모하드 왕의 꿈 2

작성자흑풍|작성시간04.06.30|조회수296 목록 댓글 4
"이번 스페인전에 올인한다!"

긴장된 얼굴로 사열해 있는 병사들에게 내려진 왕의 훈시는 딱 한문장 뿐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몇명의 장군들이 애써 불안한 기색을 감추며 서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원정은 미친짓이었다. 아직 나라가 안정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선전포고 대상인 스페인에 대한 정보라고는 쳐들어갈 곳 딸랑 한군데였다. 요행히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그 다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군대라도 충실하면 좀 낫지. 정예병은 눈을 씻고 쳐다봐도 없고,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될 수준의 용병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야, 왜 그렇게 똥 씹은 표정들을 하고 있어! 내가 직접 이끄는데 무슨 걱정이야!"

아하! 정예병이 있기는 있었다. 저기서 자신들보다 더 불안한 기색을 하고 있는 굴람호위병들이 장군들의 눈에 들어왔다. 이번 전투에서 가장 피를 뒤집어 쓸 일이 안봐도 코란이니 그럴만도 하지.

"나 별 높은 것 알지? 너희들 중 내 별의 반이라도 되는 사람 있어?"

상대편 지휘관도 왕이라는 것을 알기는 아는지. 그리고 스페인왕의 별도 알모하드왕의 별 못지 않게 높다는 것을 알기는 할까?

"걱정은 저 사막으로 날려버리고, 오늘 한번 하얗게 불태워보자구! 진형이 잡히는 대로 바로 붙는다!"


한 시간 후, 알모하드 왕의 군대 250은 스페인왕의 군대 200을 향해 돌격을 감행했따. 아직 해가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진행하자는 장군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돌격이었다. 그래도 5개라는 별 수치가 아까운지 보병을 중앙에 배치하고 기병을 좌우로 배치하는 기본은 까먹지 않았다.
양군의 보병은 그리 짧지 않은 시간동안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알모하드 왕의 굴람호위병 21기와 사막기병들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스페인군의 뒤를 들이치자 전세는 바로 알모하드 측으로 돌아서버리고 말았다.


저 멀리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를 지켜보며, 알모하드 왕은 고삐를 쥔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이번 전투는 양군의 기병이 투입되는 단 한순간에 승패가 갈릴 것이다. 그래서 이쪽의 굴람호위병과 사막기병, 스페인왕의 왕실기사대는 지금 서로 나설 시기를 옅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동안 전장을 지켜보던 왕은 이윽고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한 기수가 깃발을 흔들며 저 멀리에 있는 사막기병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출격하라는 신호를 받은 사막기병들이 출동하고, 왕은 굴람호위병들과 함께 말배를 박찼다.

"공격. 목표는 스페인 놈들의 뒤통수다."

스페인왕이 이끄는 왕실기사들과 사막기병들이 한참 충돌중인 곳을 지나쳐, 굴람호위병 21기는 알모하드 보병들과 스페인 보병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돌격했다. 스페인 왕실기사들의 창에 꿰뚤리는 사막기병들이 비명을 질렀고 알모하드 왕의 의도를 눈치챈 스페인 왕이 다급한 함성을 질렀지만, 이것들을 모두 무시하고 알모하드 왕은 오른손에 쥔 창을 굳게 잡았다.
스페인군의 뒷모습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모두의 가슴에는 알 수 없는 격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페인군의 뒤통수가 확실하게 구별되자, 21기의 굴람호위병들은 넘칠듯한 격정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작스런 함성소리에 놀라 뒤돌아본 그들의 눈동자가 공포에 물드는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창을 든 그들의 손이 환자처럼 떨리는 것 같이 보인다. 이겼다는 생각을 하면서 21기는 그들의 온몸을 스페인 군에 부딪쳤다.

"퍼퍼퍽!"
"으아아악!!"

21개의 창과 21명의 사람이 함께 목숨을 다했다. 알모하드 왕은 자신의 창이 스페인군 병사의 몸에 깊숙이 박히자 재빨리 창을 놓고 칼을 빼들었다. 왕의 오른쪽에 있던 한 농부의 머리가 순식간에 깨져나갔고 그 옆에 있던 농부의 가슴이 턱과 함께 쪼개졌다. 그리고 다른 20명이 악귀처럼 다른 스페인군을 죽여대기 시작했다.
돌격에 의한 충격은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전파된 공포는 스페인군의 전열은 삽시간에 붕괴시켜 버렸다. 그리고 도망치는 적군을 향한 학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악착같이 달라붙는 사막기병들을 몰아낸 스페인왕이 급히 달려왔지만 이미 지나간 배였다.

"이 개XX아!"
"뭐라는 거야, 이 10X이가!"

서로 알아듣지 못할 욕설을 늘어놓으면서 알모하드왕과 스페인왕은 한바탕 접전을 벌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 심한 욕설을, 서로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늘어놓으면서 굴람호위병들과 왕실기사들은 목숨을 걸고 싸웠다.
굴람호위병들이 비록 한참 기세가 올랐지만, 독이 오를대로 오른 왕실기사들을 당해내기는 힘들었다. 점점 힘이 부침을 느낀 알모하드왕은 급히 외쳤다.

"얘들아, 나 죽는다! 모두 모여! 오늘 저 XX한테 조직의 쓴맛을 보여준다! 야, 너! 포로 그만 잡지 못해. 나 죽으면 보상금은 국물도 없어!"

왕의 죽는 소리에 급히 모인 알모하드 전군은 스페인왕과 왕실기사들을 둘러싸고 그야말로 복날이라도 온 것처럼 다구리를 치기 시작했다. 당황한 스페인왕은 급히 몸을 빼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굴람호위병들이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엄니~~"

10분동안 혼자서 사자와 같은 용맹을 떨치다 말에서 끌어내려져 전신이 다져진 스페인왕의 마지막 절규였다.


"쿠궁쿵 쿵 쿵! 알~모~하~드!"
"쿠궁쿵 쿵 쿵! 알~모~하~드!"

공성전에서 발생한 피비린내를 향기로 삼고, 모두(?)의 환영속에서 성문을 통과한 알모하드왕은 양팔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제딴에는 멋있는 말이라고 당당하게 외치기는 했지만, 표절시비 때문에 평가절하된 것은 어쩔 수 없고, 당장 당면한 문제는 시급했다. 왕을 읽은 스페인은 지금 전군을 동원하여 복수를 벼르고 있을 것이 뻔했지만, 당장 싸울 병력이 너무나 모자랐다. 설상가상으로, 알모하드에서는 용병들을 개처럼 부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여인숙이 썰렁해졌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소식을 사신이 물고 들어왔다.

"뭐? 스페인이 없어졌다고?"
"예! 스페인왕이 후계자를 남기지 못해, 그의 사후 나라가 조각조작 쪼개졌습니다."
"아싸! 그놈이 씨없는 수박이었을 줄이야! 어째 생긴 것이 조금 그렇더라니. 얘들아! 오늘 내가 쏜다! 이제 걱정 끝 행복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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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들이 쓴 글을 읽을 때는 금방이더니, 직접 쓰니 시간이 장난아니게 걸리네요. 아직 퇴고도 안했는데 두 시간이나 걸리다니.
2. 예전에 플레이한 것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름과 지명은 잘 안나옵니다. 나중에 사람 이름 정도는 그냥 지어낼 수도 있겠습니다.
3. 전투장면이 꽤나 엉성하세요. 많은 태클 걸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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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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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월영공 | 작성시간 04.07.07 호오,,, 오타 발견. 후반에 왕을 읽은. >> 왕을 잃은.
  • 작성자choiunghie | 작성시간 04.07.15 정말 재미네요..이것 어떻게 그런생각했는지 ~읽으면서 재미다는생각봤에 않듣네요..다음에 이런 글좀 많이 남겨주세요..
  • 작성자Berserk_Chang | 작성시간 04.07.22 ^_^;;
  • 작성자샷건 | 작성시간 05.02.25 오호 오랜만에 한번더보니 더 재밌기도 하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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