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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Forum

평화는 없다 - 1

작성자◀阿修羅▶|작성시간04.09.11|조회수347 목록 댓글 1
몰다비아의 실질적인 통치권을 쥐고 있는 게르겔리 미할리는, 자신의 앞에서 수많은 재물을 가져다 놓고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조지 불가록토누스란 사내를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비잔틴 제국의 밀사라 소개한 이 남자는 그 당당함을 통해 제국의 단단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지금같은 시대에 자신이 몰다비아를 오래동안 평화롭게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비잔틴제국 정도의 큰 제국이라면 딱히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군대를 몰고 올수 있었을 것이다...

“좋소”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불가록토누스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는 그럼 알렉시우스1세 황제의 신하로서, 충성을 다짐하도록 하겠소이다. 그렇게 전해주시오. 아, 이 패물들은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주시오.”
“훌륭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미할리 장군. 장군의 선택으로 저희 제국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속히 황제 폐하께 알려드려야겠습니다.”


....때는 1089년 비잔틴 제국. 황제 알렉시우스 1세는 제국 전체에 “흑해를 제국 발아래 두도록 하라”는 명을 내리고 그 자신이 앞장서서 영토 확장에 주력하고 있었다. 황제의 은밀한 명을 받은 제국 제일의 밀사 조지 불가록토누스는 여기저기서 장수들을 매수하고 그 세력을 제국에 흡수시키고 있었다.

흑해전역을 점령할 병력을 위해서는 충분한 자금이 필요했다. 알렉시우스1세는 금광이 있는 세르비아를 제국의 발 아래 둔다면 지원 쪽에서는 문제가 없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세르비아의 왕 조지 두카스는 얼마간의 돈으로 매수할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병력은 적었을지 몰라도 뛰어난 지휘관이었으며 명성또한 높았다. 황제는 고심끝에 니케포로스 브라나스 장군에게 220명의 군사를 주어 세르비아의 토벌을 명하였다.

브라나스는 두카스가 뛰어난 지휘관이지만 은근히 겁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카스는 100여명의 직속부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100여명의 농민들을 징집하여 앞세웠다. 그들은 궁병대를 보자 두려움을 느꼈는지 숲속에서 제국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브라나스는 천천히 두카스의 군대를 숲밖으로 유인한뒤, 숲에서 나오자마자 적들에게 화살을 퍼부었다. 그의 트레비존드 궁병대는 빠르고 정확한 사격으로 적들을 순식간에 괴멸시켰다. 두카스는 감히 전진할 생각을 못한채 우왕좌왕 하다가 대부분의 병력을 잃고 목숨만 부지한채 죽기살기로 도망쳤다.

안드로니쿠스 안겔루스 장군은 자신의 보병대를 왈라키아로 진군시키고 있었다. 헝가리와의 국경선이 애매한 지금, 왈라키아의 반란군을 토벌한다면 국경 분쟁은 미리 방지할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헝가리 제국은 먼저 동맹을 제의해왔고 분명 든든한 동맹이었지만, 그럴수록 이런 문제는 확실히 처리하는 것이 좋았다. 더욱이 흑해 원정을 원활히 수행하려면 후방에서의 분쟁 가능성은 아예 싹을 잘라놓아야 했다.

안겔루스는 왈라키아에 도달하자마자 반란군을 볼 수 있었다. 100여명에 불과한 오합지졸이었다. 그는 200의 군대중 단지 100명의 비잔틴 보병대를 출진시켜 반란군을 토벌, 왈라키아에 확실한 영향력을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잡은 포로들을 모두 석방시켜주어 왈라키아 시민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두 장군은 공적이 인정되어 1계급씩 승진하게 되었고, 마침 불가리아에서는 새 왕자가 태어났다는 기쁜소식이 들려왔다.

알렉시우스 1세에게는 벌써 3번째 아들이었다. 왕비는 처음에 공주 마타준타를 낳았고, 4년후 알렉시우스 왕자를 낳았다. 다시 3년후에 두 번째 공주인 안나를 낳았고, 또다시 3년후에는 두 번째 왕자 안드로니쿠스(장군인 안겔루스와는 이름이 같다)를 출산했다. 안드로니쿠스 왕자를 출산한 30세 이후 이번에 8년만에 세 번째 왕자를 출산한 것이다. 황제는 새 왕자에게 마누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1092년, 알렉시우스 왕자가 성인식을 치르고 왕위 계승 후보 제 1순위를 증명하는 황태자로 당당히 즉위하였다. 황제는 황태자 즉위식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바로 흑해 원정대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했고, 바로 키예프 반란군을 섬멸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귀족들은 이제 겨우 16세가 된 황태자에게 너무 과중한 임무라며 말리고 나섰다. 그들이 진심으로 황태자를 걱정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황제는 단호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자신의 아들은 자신보다 강해져야 했고, 그 선두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릴때부터 혹독한 훈련으로 이미 “강력한 투사”라는 별명을 지닌 자신의 아들이라면, 국가간의 전투도 아닌 고작 반란군 토벌을 두려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오나 폐하. 현재로서는 황태자 전하가 1순위이며 또 유일한 왕위계승자이십니다. 만에 하나 전하의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렇습니다 폐하. 황태자 전하의 문제는 전군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옵니다.”
“...그대들은 알렉시우스를 그렇게도 믿지 못하겠다는건가?”
“폐하, 그런 것이 아니오라...”
“아니면, 어릴때부터 계속 아첨해마지 않던 황태자가 행여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그대들 권력에 문제가 생길까봐서인가?”
“폐하, 저희들은...!”

대신들은 사색이 되어 어쩔줄을 몰라했다. 황제는 미소를 지었다.

“농담일세. 자네들의 충성심은 누구보다도 내가 믿고 있다네. 짐이 생각하기에 걸음마때부터 검을 쥔 황태자라면 그 자신의 부대만으로 수백의 반란군을 처단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대들이 그토록 걱정을 한다면 최고의 장군들로 보좌하도록 하겠네.”

황제는 이렇게 말을 마치고 대신들을 둘러보며 ‘더 이상 논하지 말라’는 눈빛을 표출했다.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그런 눈빛이다...

황태자의 원정대는 브라나스와 안겔루스가 보조하게 되었고 몰다비아의 반란군 대장이었던 미할리도 황태자의 선봉부대로 참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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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creios | 작성시간 04.09.11 실제 역사에서도, 비잔티움 제국은 막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로 뇌물과 이간질을 사용해서 적을 다뤘다고 하더군요. 바로 이중 전선 때문에. 동과 서에서 동시에 적이 날뛰고 있어서 함부로 군대를 움직일 수 없으니 뇌물과 이간질, 속임수를 쓰지 않을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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