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ROME: Forum

평화는 없다 - 4

작성자◀阿修羅▶|작성시간04.09.14|조회수117 목록 댓글 1
1096년. 안드로니쿠스 왕자가 성인식을 치렀다. 알렉시우스 1세 황제의 나이 45세, 황태자 알렉시우스의 나이 22세때의 일이다. 그는 천성적인, 타고난 지도자였으며 그러나 은근히 협박을 즐기는 소년이었다.

“도대체 이게...”

황태자는 자신의 어린 동생과 그 뒤를 따르는 카타프락토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드로니쿠스는 앳된 목소리지만 당당히 말했다.

“나의 아버지, 황제폐하의 명을 받들어 나의 형님인 황태자 전하를 보좌하여 동북유럽의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
“아버님은 도대체...”

황태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자신이 그랬기는 했지만, 겨우 16세의 왕자를 전쟁터로 모는-게다가 수도 콘스탄티노플에는 딱히 총독도 없이 버려두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황제의 명은 지엄했다. 6년간 떨어져있긴 했어도 안드로니쿠스가 자신의 말을 쉽게 따르지 않을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 너의 부대는 별도의 명령없이는 항상 내 부대와 함께 다니도록 한다.”

카자프로 도망친 반란군의 부장 타르칸 카티르는 불가록토누스의 설득에 비교적 순순히 황제의 신하가 될 것을 맹세했다. 카티르는 키예프 전투에서의 전투를 눈으로 똑똑히 본 장수였기 때문에, 황제군이 카자르로 들어올 것을 경계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터였다.

황태자와 왕자가 주축이 된 원정군은 로트링겐 장군의 부대와 합류하는 즉시 간단히 병력을 재정비하고 리투아니아로 진격하였다. 그러나 이미 키예프 주변의 반란군은, 6배나 되는 병력을 가지고도 참패를 당한 그 잔당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비잔틴 제국의 깃발과 카타프락토이들의 갑옷만 보고도 벌벌떨며 성으로 도망칠 뿐이었다. 이래선 싸움이 될 리가 없었다.

‘또 포위전인가...’

황태자는 씁쓸한 미소가 배어나왔다. 전투다운 전투를 해보고 싶은 그의 욕망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거의 6여년간 그는 포위전만을 거듭하지 않았던가.

“페레야슬라프로 가신 황제 폐하는?”
“이미 그곳을 점령하신후 탑의 건설을 명하셨고, 현재 스몰렌스크에서 반군과 대치중이라 합니다.”

황태자는 차츰 화가났다. 은근히 자존심이 강한 그는, 자신을 엄청 앞지르는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이며 권위가 하늘을 찌르는 황제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공성전을 감행하려는 그를 말린 것은 안드로니쿠스였다.

“기다려야 합니다. 적들은 이미 사기가 떨어졌습니다. 공성무기도 없이 공성전을 벌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형님이 더 잘 아실텐데요...”
“그래서. 놈들은 얼마나 버틸 것 같으냐.”
“1년을 채 버티기 힘들겁니다. 걱정마십시오, 형님께서는 잠시 쉬고 계시면 제가 알아서 함락시키겠습니다.”

잠시 쉬어라... 7년간의 원정기간동안 쉰 기억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쉴 만큼 지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안드로니쿠스가 뭘 알겠는가... 황태자는 답답함만이 더해갔다.

한편 황제는 스몰렌스크의 400여 반란군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그들은 비잔틴 제국과는 꽤 떨어진 북방인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토박이들로 보였으며 따라서 제국의 카타프락토이들을 잘 알지 못했다. 자신들은 두배 가까이 되는 병력이다 보니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무식이 용감이라더니...”

황제의 위엄에도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을 모르는듯한 반군을 보며 황제는 혀를 찼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확실히 제국의 위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황제는 지체없이 군사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적들의 기마 궁병단이 앞으로 나왔고, 제국의 대응사격이 시작되었다. 용맹성은 이미 입증된 제국기마궁병단은 비교를 거부하는 궁술로 하나둘 적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상대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기마궁병대를 후퇴시킴과 동시에 창병대를 돌격시켰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그들을 얕보고 있던 황제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보통내기는 아닌 모양이군? 그렇지만 우리의 최정예를 따라올수는 없다.”

기세좋게 돌격해오는 창병대는 기마궁병대의 화살에 동료들이 쓰러져도 동요하는 기색없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어느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기마궁병대는 양옆으로 활짝 펼쳐지듯 물러나고 그 뒤엔...

“돌격!!”

황제가 직접 앞서는 직속 카타프락토이들이 일제히 돌격해왔다. 창병대는 달려오던 추진력 때문에 진형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그 짧은 시간에 카타프락토이들이 사정없이 들이쳤다. 대형이 무너진 창병대는 어쩔줄 모르며 우수수 쓰러져 나갔다. 기마 궁병대는 어느새 그들의 뒤를 돌아 활이 아닌 칼을 들어 포위해오고 있었다.

난전 끝에 반란군의 수장이 사로잡히자 적들은 의욕을 잃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스몰렌스크 역시 황제군에 의해 점령된 것이다. 황제는 반란군을 주도한 두 장수를 처형함으로서 결코 인정만 베풀지는 않음을 각인시켰다.

볼가 불가리아 지역은 이미 불가록토누스가 재물과 말로써 제국 영토로 귀속시켰기 때문에, 북동 유럽을 지배하고 있는 노브고로드와 국경이 맞닿게 되었다.

노브고로드... 예볼로드 1세가 통치하는 이 영지는 그 넓이만 보아서는 제법 큰 왕국의 수준이었다(그러나 왕이 아니라 대공을 받든다). 하지만 대부분 춥고 인구가 적기 때문에 서유럽의 작은 나라같은 국력이나 다름없었다. 인구에 비해서 영토가 크기 때문에 통치자의 영향력도 그다지 미치지 못했다.

예볼로드 1세는 전에 비잔틴 제국에 동맹서한을 보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에, 이번에 엄청난 속도로 밀고 올라온 비잔틴 제국과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creios | 작성시간 04.09.15 저도 역시 공성전은 딱 질색~~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