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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Forum

기사 이야기 3(방랑자들)

작성자securitad|작성시간05.02.07|조회수91 목록 댓글 4
 

멀리서 어렴풋히 보니 일종의 고행순례단 같았다. 수는 대략 40명 내외정도, 더럽고 남루한 차림의 수도사들은 저마다 채찍을 한손에 쥔채 무슨 뜻인지 모르는 말을 외치며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하고 있었다. 그 무리에는 거지와 거렁뱅이도 있었고 심지어는 여자와 아이들도 있었다. 고생에 점철된 눈빛, 한치 희망도 찾을 수 없는 그들의 표정은 더욱더 나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종말이 가까워 왔느니라, 죄인들이여 속히 회개하라!"

 

"선한자들은 핍박을 받고 악마는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 세상사람들이여! 왜 그대들은 악으로 점철된 세상과 함께 파멸의 구덩이로 빠지려고 하는가? 세상사람들이여!, 자리를 훌훌털고 영욕과 고통으로 점철된 이 세상을 버리고 이 대열에 참가해 구원을 얻으라, 그것이 곧 신의 뜻이다."

 

"오 나의 하나님!, 왜 저에게 눈물의 샘을주어 참혹한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해 울고, 내 자신의 죄많음에 대해 울게 하시나이까"

 

그들 중 나이가 많은 듯한 수도사가 군중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듯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군중들은 그 나이 많은 수도사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원을 만들고 꿇어앉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몇몇은 울부짖는 이도 있었으며 흐느끼는 이도 있었고 채찍으로 몸을 때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얼굴과 가슴에 오물과 흙을 바르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한가지로 보였다. 걷는 것, 그리고 어디론가 더 걸어야 한다는 것,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것 외에는 저들에게 목적이란 없는 듯 보였다.

 

어려서부터 난 저런류의 행렬을 많이 보았다. 특히 몇년 전 악마의 장난으로 영지에 이름 모를 전염병이 돌았을 무렵에는 고행순례단 무리들의 수가 영지의 농노들의 수보다 많을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무리들은 대개가 성스로운 임무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기에 가끔식은 경외감 또한 느껴졌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런 무리들의 대부분은 농노였으므로 영주였던 아버지가 그들에게 좋은 감정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다. 아버지는 그들을 볼때마다 습관처럼 나에게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도 항상 말씀하셨지, 거짓선지자와 가짜예언자를 조심하라고 말이다. 애비가 보기에 저들은 거짓 신앙을 신봉하는 자들일뿐이야, 왜냐하면 가난한 자들에게 허황된 생각을 심어주고 일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 나태함을 갖게하기 때문이지, 성 바울이 말하길 노동하지 않는 자에게는 먹을것도 주지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저들은 일할 생각은 안하고 오직 세상에 대해 한탄하며, 구걸만으로 연명하고 있으니....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하는지, 세상이........"

 

그러나 나는 아버지와 달리 저런류의 무리들을 이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연민이 들뿐이지만..........어쨋든 지금 그들은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 후부터였다. 

 

"마녀다! 마녀가 저기 나무 밑에 숨어있다!"

 

"오..... 신이시여! 우리를 악의 위험으로부터 구원하소서!"

 

군중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여자와 아이들조차도 굶주린 맹수가 먹이를 찾는 듯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저기 있다. 어서 끌어내"

 

"오.....이럴수가, 악마가 우릴 죽이려고 마녀를 보냈구나!"

 

"저기 소나무가 좋겠군 그 여자를 당장 매 달자!"

 

이성적인 수도사들 중 몇몇은 성난 군중들을 말리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사실 그 수가 너무 부족했다. 아까 일장 연설을 했던 늙은 수도사 역시 성난군중에겐 속수무책이었다. 곧 그들은 군중들에게 밀려 밖으로 쫒겨났고, 무지한 군중들은 나무 밑에 있던 한 여자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난 그 여자가 속수무책하게 당하는 것을 보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나 역시 그 무리들로부터 악마로 몰릴 수도 있을테니깐..........

 

성난 무리들은 그 불쌍한 여자를 매달기 위해, 옷을 벗긴 후 오랏줄을 목에 걸고 그 여자를 애워싼 후 침을 뱉고 발길질을 하며 온갖 모욕을 가하기 시작했다. 오! 신이시여! 그 여자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러나 그 불쌍한 여자는 반항조차도 하지 않았다. 마치 죽음을 체념한 듯이, 스틱스 강변을 건널 준비가 이미 끝난듯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여자였다. 이성을 잃은 무리들의 온갖 모욕에도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 여자는 불쌍하게도 벙어리였다. 나의 한없는 비굴함에 미치도록 부끄러웠지만 그렇다고 나설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난 용기를 한번 내어 보기로 했다. 이 행위로 말미암아 성난 무리들에게 짓밟힌다고 한들 차라리 그게 더 명예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모두들 그만 두지 못해! 그 여자는 마녀가 아니야!"

 

".........!..........."

 

".........?.........."

 

순식간에 군중들의 이목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한참동안 그들은 나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근데 한 늙은 여자가 나를 보고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의 의미가 무엇이 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른다, 벙어리 여자의 비참한 처지에 대한 희화화였을까? 어쨋든 나는 조금 용기가 났다. 어쩌면 이성적으로 그 여자를 저들로부터 구할수도 있을것이라는 희망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가스코뉴 백작의 아들인 자크리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 그대들이 잠시 이성을 잃은듯 하다. 어서 죄없는 여자를 풀어주길 바란다. 저 여자는 그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마녀가 아닌 듯하다. 모두들 자세히 저 여자를 한번 보라, 그냥 흔하디 흔한 벙어리가 아닌가?!"

 

".........!........."

 

".........?........."

 

한참동안 침묵이 흐르고 군중들은 서로간에 웅성거리며 혼란에 빠진 듯 보였다. 내 말이 그들의 이성을 깨웠다고 확신해 마지 않았지만 그것은 순전히 내 착각일뿐이었다. 그들 중 누군가가 외쳤다

 

"거짓말마라! 보아하니 저 마녀를 두둔하는 것으로 보아, 저 마녀랑 교합한 타락한 놈일 것이다.! 저 놈을 이 마녀와 함께 목을 매달자!"

 

"맞아 가스코뉴 백작님의 아드님이 지금 이 시간까지 이런 언덕에 계실리가 없지, 저놈은 거짓말쟁이가 분명해!"

 

그 들은 흥분하며 나를 애워 감쌌다. 마치 나 역시 죽이려는 듯.......그러나 이런 상황 쯤은 이미 각오하고 예상한 것 아닌가? 난 허리에 차고 있던 웨일즈산 단검을 뽑아 들었다.

 

"누구던지 나와 이 여자에게 접근하면 죽일것이다!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나와 이 여자로부터 속히 물러나라!"

 

호기롭게 소리를 지르니 두려운 마음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아하니 저들은 수는 많아도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더 용기가 나는 듯 하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지 그들은 그냥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는 않았다.

 

"죽어랏 이 애송이야!"

 

드디어 어떤 나이든 사내가 단검을 빼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난 순간 본능적으로 방어자세를 취했다. 숙련된 동작으로 사내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나는, 사내의 등 뒤로 가서 단검으로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늙은 사내는 죽는다며 소리를 질렀다.

 

"으악! 나 죽는다! 이 애송이가 날....."

 

예상밖에 내가 한 녀석을 쉽게 처리하자 그들은 잠시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윽고 모든 무리들이 합심하여 때거지로 달라붙기 시작했다. 결국 수십분의 사투끝에 난 그들에게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온몸이 찟겨지고 이마와 가슴엔 붉은 피가 흥건히 흐르고 있었다. 힘에 붙혀 쓰러진 나에게 그들은 인정을 보이지 않았다. 늙은이, 거지,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돌을 들어 던지기 시작했다.

 

"죽어라 이 사기꾼아! 이 마녀와 함께 지옥으로 떨어져라!"

 

'이런곳에서 결국 죽는구나......여자와 아이들의 돌 팔매질 안에서......

 

내 마지막 가는 길의 동료가 이 벙어리 여자라니....... 정말 기구하구나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

 

은 ......'

 

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저주스러운 군중들은 미쳐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나를, 여자 옆에 나란히 무릎을 꿇여놓은 후 몽둥이와 발길 세례를 해대기 시작했는데 그 벙어리 여자는 오직 나를 보며 슬픈 표정만 지을 따름이었다. 

 

그 눈에는 마치 자신을 그들로부터 구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원한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량한 남자 역시 그들에 의해 희생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절망적 연민이 뒤섞어 있는 듯 했다. 

 

난 그 벙어리 여자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듯이 미소를 지었다. 비록 몸과 옷에서는 온갖 악취가 나고 먼지를 뒤집어 쓴듯, 마치 세상에 태어나서 한번도 세수를 안한 듯한 더러운 얼굴이었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어떤 분위기가 있었다. 마치 성자나 천사들에게서만 풍겨나오는 일종의 성스러운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데.......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쓰고보니 마음에 안 들어서 좀더 편집했습니다. 먼저 보신분들께는 정

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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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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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살짝돌은놈 | 작성시간 05.01.22 안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뒤지지마
  • 작성자제국의명장 | 작성시간 05.01.23 저...가스코뉴의 영주의 아들 자크리 말입니다.....이름이 문제가 될것 같군요.....자크는 농민을 상징하는 말입니다.(농민을 멸시할때 쓰죠.)영주의 아들(귀족)이 자크리 라는 이름을 썻을리 없겠죠?(물론 이게 읽는데 문제가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 작성자securitad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01.23 왜 하필 영주의 아들 이름을 농민을 상징하는 자크리라고 했는지는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에서 나타납니다. 어쨋든 좋은 충고 감사합니다^^
  • 작성자wogns567 | 작성시간 05.01.23 ........? 한국드라마의 대표적특징인 혹시 출생의 비밀...........? 헛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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