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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Forum

기사 이야기 7(절망의 구렁텅이로 )

작성자securitad|작성시간05.02.07|조회수68 목록 댓글 0
 

“내 아들에 관한 문제라면 더이상 개의치 마시길 바라오, 아직까지는 내 동의가 필요한 나이니까요.......”


아버지는 예상했던 바대로 역시 야속했다. 하기야 언제 내 생각이나 결정이 한번이라도 존중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아.......! 차라리 집시의 아들로 태어났으면, 차라리 지금보다는 더 자유로웠을 것을.......하지만 신부는 서두르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그게, 방법이라는 게 좀.......”


“개의치 마시고 방법이 있으면 어서 이야기해 보시오. 내 아들 녀석 때문에 신경이 쓰이신다면 내 아들을 잠시 방에서 물리치면 될 것 아니오.”


아버지는 계속해서 신부를 보챘다. 그러나 아버지와는 대조적으로 던컨신부는 침착했다. 마치 능란한 협상가와 같이 전혀 틈을 찾아볼 수 없었다. 


“꼭 그러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백작님의 자제분이 꼭 아셔야 하기 때문이죠, 만약 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백작님의 가문의 영광과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 됨과 동시에 이 일의 성패여부로 인한 이득 역시 프랑스 왕에게 기사작위를 받는 것보다는 몇 갑절은 더 많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숙원이 가문의 명예와 영광을 높이는 일인 만큼 뭔지 모를 신부의 제안에 끌리듯 호기심을 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흠....... 좋소이다. 허나 신부님의 제안을 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아니오. 특히 그 일이라는 것이 혹시라도 필립폐하의 신상에 연루되는 것이라면 난 어떤 일이라도 거부 할 것이오, 그게 설사 교황성하의 뜻이라고 해도 말이오!


아버지의 고집은 무쇠같이 단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노파심에서 나온 쓸데없는 기우일 뿐이었다. 신부는 그런 아버지를 안심시킨다는 듯이 가볍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신께 맹세코 말하건데, 프랑스왕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일입니다. 또한 사실 제가 처음에 말씀 드린것과는 달리 교황성하와도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이지요. 다만........” 

 

신부는 주위를 경계하듯 이리저리 한번 둘러본 후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백작님께서는 약속을 하나 해 주십시오. 이 제안에 대해 맹세코 비밀로 할 것이라는 약속을요”


“그건 어렵지 않소이다. 도대체 무슨 거창한 일이길래 그렇소이까?”


신부는 한번 숨을 고른 후 오히려 아버지에게 다소 엉뚱하다면 엉뚱할 수 있는 질문을 하나 했다.


“혹시 백작님께서는 전투수도사의 모임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아버지는 신부의 의외의 물음에 잠시 씁쓰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별로 흥미 없다는 듯 신부를 가볍게 면박했다.


“방법을 말씀해주신다면서, 그런 질문은 왜 하시오? 전투수도사라.......,한쪽에 성경책을 들고 온몸에는 사제복을 두른 수도사들이 칼과 방패를 들고 전투를 한다?.......그게 대관절 무슨 말씀이시오”


오랜 전장을 누비던 무인들에게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일종의 거드름이었다. 아마도 아버지는 신부의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나보다. 그러나 아버지의 의중과는 달리 신부의 질문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성전기사단(knight of templer)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성전기사단이요? 흠........”


아버지는 잠시 머리를 감싸쥐고 기억을 한번 더듬는 듯 보였으나 이윽고 생각이 난다는 듯이 대답했다.


“성전기사단이라...... 예전에 파리에 갔을 때 몇 번 들어본 것도 같소이다. 용감무쌍하고 신앙심이 대단한 자들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성지에서의 그들의 활약은 익히 들어 알고 있소”


“전투수도사와 성전기사단은 같은 의미입니다. 오랜 옛날에 성지를 지키던 7명의 기사들로부터 시작되었지요. 그들의 임무는 이교도로부터 성지 순례자를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선대 교황성하께 기사단운영에 관한 권한이 넘어온 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 지금은 프랑스 지방만 해도 1만명이 넘는 규모로 발전한 대규모 기사단이지요. 구성원의 대부분 은 수도사출신입니다. 물론 수도사가 아닌 자들도 가끔씩 섞여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기사단 전체의 결정권한에 있어서는 극히 미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성전기사단은 여느 보통 기사단과는 달리 엄격한 수양과 경건한 믿음 생활로 단련된 그야말로 신의 군대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지요”


“흠.......그래요? 소문대로 정말 대단한자 들이로군요, 그런데 그건 그렇고, 내게 성전기사단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내 아들을 설마 거기에 참가시키자는 말은 아닐테고.......?


아버지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잘 보셨습니다. 저의 제안은 백작님의 자제분을 성전기사단에 입회시키자는 것입니다. 그것은 백작님의 가문에 더할나위 없는 명예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뭐요?........지금 그게........바로........“


아버지는 신부의 의외의 제안에 놀라는 듯 보였다. 그리고 뭐가 우스운지 한바탕 웃었다. 사실 우스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는 것쯤은 누가 봐도 잘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신부의 제안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썬 아버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신부께서 설마 이 몸을 놀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나뿐인 아들을 수도사로 만들라?.......결국 그런 소리나 하기 위해 내 성에 온것이로구려....3일뒤 출발한다는 플랑드르의 십자군은 핑계일뿐이고 교황성하의 명령 역시 사실이 아니고....도대체 지금 내가 신부를 믿어야 되는 이유를 모르겠소이다. 실례가 되겠소만 신부께서는 이쯤에서 나가주시면 감사하겠소, 내가 쓸데없이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 같소이다.” 


“하하하 정말 백작님은 소문대로 정말 단순하시군요, 세상이란 말이지, 그렇게 단순해가지고는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가 정말 힘들답니다”


신부는 오히려 아버지를 비웃는 듯 했다. 아버지는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면서도 신부의 말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느끼자 무작정 화만 낼 수만은 없었다. 나 역시 그랬다. 신부가 바보가 아니라면 나를 단순히 수도사로 만드는 것을 권하기 위해 일부로 손수 찾아 왔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신부께서는 지금까지 날 속였으면서도 오히려 날 세상물정이 어둡다고 하시는구려, 성질 같아서는 바로 내쫒고 싶소이다만....... 허나 고매하신 신부님이 나를 찾아온 이유가 단지 나를 조롱하기 위해서만은 아닐테고....도대체 그 가르쳐 줄 가르침이란게 무엇이오? 이야기나 한번 들어 봅시다.


이윽고 저녁이 무르익고 있었다. 신부는 아버지에게 도대체 무슨소리를 하려는지......잠시의 침묵이 끝나고 신부가 이윽고 말을 열었다.

 

"사실 제가 처음에 교황성하의 핑계를 댄 것은 한번 백작님을 떠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 이야기를 끝가지 들어주시지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허나 3일 뒤 플랑드르를 떠나는 십자군에 합류해야 하는 것은 그냥 한소리가 결코 아닙니다. 다만 프랑스왕의 기사가 아닌 성전기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좀 다를뿐이지만요. 이 기회는 백작님의 가문에 크게 이득이 되는 것입니다. 잘 생각해서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신부는 고양이 쥐생각 하듯 매우 간곡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보기에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한 싸구려 배우의 연기일 뿐이었다. 신부는 화제를 잠시 다른곳으로 바꾸었다.

 

"그나저나 역시 백작님께서는 자제분을 수도사로 만드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가보군요? 허나 그것은 신께 돌리는 가장 큰 영광일터......."

 

"원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고 어쩔수가 없다는 것이오 게다가 내 아들은 성직자가 되기 위한 교육 역시 받아 본적이 없소이다. 이런상황에서 어찌 수도사가 될 수 있단 말이오"

 

아버지는 신부의 말을 부인하며 사정을 말했다. 그러나 신부는 계속 웃을 뿐이었다. 그 웃음속에는 아버지의 세상모름에 대한 한탄과 순진함에 대한 비웃음이 들어있는 듯 했다.

 

"하하.......수도사라고 해서 무조건 결혼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대해 세습을 못하는 것도 아니지요, 어떤 자들은 심지어 사제직까지 매매하고 있습니다. 이런 짓은 당연히 통탄할 죄이겠지만, 세상을 마냥 순리대로 살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게다가......."

 

"성전기사단은 임의로 봉토와 영지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요즘들어 그 수가 너무 많아져 교황청에서도 골치이긴 하지만요.......만약 백작님의 자제분 성전기사단의 일원이 된다면 지금 백작님이 가지신 영지의 몇배를 추가로 더 소유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도 일만 잘된다면 비옥스럽고 넓은 땅을 말입니다. 게다가 성전기사단은 교황직속의 기사단이기 때문에 기존의 귀족은 물론이고 왕조차도 그들에게 함부로 대항하지 못합니다. 다시말해 성전기사단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신부의 장황한 설명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성전기사단이 얼마나 대단하던간에 난 오직 한가지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까트린을 영원히 내 여자로 만들 수 없다는 불길한 생각이었다. 정말 생각하기도 싫지만 내가 수도사가 된다면, 그녀와의 결혼은 포기해야 마땅하다. 물론 신부의 말대로 세간의 이목을 속이면서 결혼에 성공한 사제들도 있다고 하겠지만 난 그렇게까지 치졸하게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것은 신에 대한 죄악이다. 그것은 신을 기만하는 행동일 뿐인 것이다. 내 앞에 서있는 자가 과연 사제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단지 협잡꾼에 불과한 자의 유혹에 아버지는 너무도 쉽게 빠져들고 있는 듯 보였다.

 

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그리고 쓰는이의 무지로 인해 역사적인 사실과 다를 수도 있으니 많은 가르침 바랍니다. 허나 역시 소설은 소설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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