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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Forum

기사 이야기 8 (절름발이 천사의 노래)

작성자securitad|작성시간05.02.09|조회수111 목록 댓글 5
 

“더 이상 날 내버려둬요! 난 수도사도 가문도 모두 지긋지긋하단 말이에요!”


나는 지금까지의 한을 모두 씻는다는 듯이 모든 힘을 다해 고함을 질렀다. 그것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반항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때가 마지막이었으리라. 지금까진 그럴 기회조차도 없었다. 엄격하고 무뚝뚝한 아버지는 항상 내 생각이나 의견을 철부지의 생때만큼이나 무시했었고 나 역시 그동안 그러한 아버지에게 아무런 내색조차 못해왔다.


갑자기 좌중이 냉랭한 늦가을 바람이라도 분 것처럼 싸늘해졌다. 아버지는 노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으며 던컨신부 역시 몹시 놀란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나의 소박한 반항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물론 뻔했다. 이 방에서 쫒겨나거나 아니면 아버지의 추상과 같은 꾸지람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거나........그 둘중의 하나일 거다.


“네 이놈! 방금 싫다고 그랬느냐? 네가 감히 아비의 결정에 불복한다는 것이냐?”


노할 때로 노한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능구렁이같은 신부는 그런 아버지를 말리고 있었다.


“어차피 이 일에 관해서는 자제님의 의견을 한번쯤은 들어봐야 할 것입니다. 너무 노여워 마시길......”


“당장 여기서 나가, 네 방으로 곧장 가거라, 나와 신부님의 결정은 내일 아침 하인을 시켜 내 방으로 직접 알려주도록 하겠다. 만약 우리의 결정을 네가 거역한다면 넌 더 이상 내 자식이 아니다. 알아들었으면 어서 나가거라!”


나는 아버지의 추상과 같은 호령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아! 나같이 못난 녀석은 죽어 마땅하다. 신부는 그런 아버지를 단념한 듯 나를 바라보고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 의미 없는 표정.......세상의 수많은 표정 중에 가장 싫은 표정이 바로 그런 표정 아닌가? 아니 어찌보면 나를 비웃는 듯한 표정이었다. 모든 것을 단념한 내가 아버지와 던컨신부에게 인사를 하고 나가려고 하자 신부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앞으로 도련님과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어디서라도 꼭 한번쯤은 다시 만날 것 같습니다. 신이 정말로 세상에 존재한다면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허락하시겠죠. 부디 몸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신부의 의미모를 말에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아버지의 노한 목청소리와 함께 땅에 묻혀버렸다.


“어서 나가래두! 꼴도 보기 싫다!”


방밖으로 나서자 이미 밤의 여왕이 세상을 지배해버린 밤중이었다. 나선으로 이루어진 계단은 아까 올라온 것만큼이나 길어보였다. 성안곳곳, 사이사이마다 심어진 램프의 불꽃은 무능한 나를 비웃는 듯 바람에 흔들거리며 어지러운 춤을 추어댔다, 온 장원이 삭막할 만큼 고요하다. 이 서러운 침묵은 절망적인 나의 심정과 더불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세상 만물이 잠들어버린 어느날, 어느날 밤은 자꾸 옛 생각을 강요한다. 하늘을 보니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의 별이 내 시선에 들어왔다. 아.......카트린이 떠오른다. 어느 찬란했던 밤, 세상에 모든 것이 잠들 무렵, 순진한 소년의 어깨에 기댄 순진한 소녀는 그 별을 절름발이 천사의 별이라고 알려줬지......


어느날 절름발이 천사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어....신의 명령은 어떤 불쌍한 소녀를 도우라는 것이었지.......그 소녀는 정말 불쌍했어, 주일날 교회조차도 못갈 정도로 궂은일을 해야 했지, 왜냐하면 소녀의 할머니를 포함에서 가족 전체가 문둥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지.......이윽고 천사는 그 소녀가 일하는 곳에 도착했지 그리고 말했어, 나는 천사이고 하나님의 명령으로 널 도우러 왔다고........그러나 처음에 소녀는 믿지 않았지.......아니 사실 소녀는 누구도 믿으려고 하지 않았어., 그만큼 세상의 모진 고통으로부터 감정이 매 말라 있었던 거지, 감정이 매 마른다는 것은 무서운 거야,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세상에서 아무런 의미를 발견 할 수 없다면 도대체 그 사람은 어떻게 되겠어, 결국 죽는 것 밖에 남지 않는 것 아니겠어? 사실 소녀의 마음도 그런 것이었어.......저주스럽고 한 많은 세상에 태어났지만 결국 죽지 못해 사는 것이었지.......


절름발이 천사도 그 소녀의 마음을 알게 되었어, 결국 그 소녀에게 희망이라는 아주 흔해빠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흔하지도 않는 것, 즉 생의 의지를 불어넣기로 결심했지

우선 천사는 할머니부터 시작해서 문둥병을 앓는 소녀의 부모를 병으로부터 회복시켜주었어.......소녀의 부모는 다시 일을 할 수가 있었고 소녀는 주일날 교회를 나갈 수 있게 되었지.......소녀의 눈엔 다시 예전의 희망이 가득 찼고 다시 가족들은 예전과 같이 화목해졌어...

맡겨진 임무를 모두 수행한 절름발이 천사는 안도의 숨을 쉬면서 소녀에게 말했어 그동안 너를 도우면서 정말 기쁘고 보람을 느꼈다. 이젠 나의 임무를 다했으니 다시 하늘나라로 가야한다.......


그런데 소녀의 대답은 의외였어 “제발 조금만 더 있다가 가세요, 옆 마을에 사는 브리앙네 아버지도 많이 편찮으세요, 그리고 앞집 브리짓 할머니도 한 손이 없어 식사조차 잘 못하시죠. 저만 도와주시지 말고 그 분들도 제발 좀 도와주고 가세요, 그들에게도 희망이라는 것은 역시 소중한 거니까요”


젊음발이 천사는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처할 수 밖에 없었어. 소녀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면 그것은 곧 신에 대한 반항이었고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지나친다면 불쌍한 자를 도와야 하는 천사로서의 소명을 거부한거나 마찬가지일테니까.......


결국 천사는 소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정했고 소녀의 이웃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불쌍한 사람을 찾아가며 돕기를 시작했어, 하나님은 절름발이 천사의 주제넘는 행동에 매우 분개하셨고 결국 그를 하늘나라에서 내쫒기로 결정했어.......그 후 절름발이 천사는 천사의 모든 능력과 직책을 박탈당하고 고통스러운 세상에 뿌려졌지.......그러나 그 후로도 천사는 마을 마을을 돌며 불쌍한 사람에 대해 선행을 베풀었나봐 그러다가 결국은 차디찬 어느날 밤 얼어붙은 시체로 마을사람들에게 발견되었지.......비록 하나님의 눈 밖에 났던 절름발이 천사였지만 후에 하나님은 절름발이 천사를 불쌍히 여겨 별로 다시 태어나도록 배려하셨어. 저기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이 보이지? 저 별이 바로 그 천사의 별이야.....“ 


우리는 긴긴밤을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매몰된 체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보냈었다. 아....... 정겹도록 그리운 그날 밤은 이제 다시는 나에게 허락되지 못하는 것인가?


나는 정말 무능한 녀석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지도 못할 것이고 다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터에 그것도 나하고는 전혀 맞지 않는 수도사의 자격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내 방까지는 이제 별로 남지 않았다. 서너 걸음만 더 걸어가면 내 방이다. 절망적인 하루가 그렇게 지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도련님 일은 어떻게 되었나요? 영주님이 아가씨를 허락하시던가요?”


싱클레어 녀석이었다. 난 그의 의미없는 물음에 대답할 가치를 못 느꼈는지 아니면 그럴 기분이 아니었는지 몰라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난 그 녀석을 무시하고 그냥 방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비너스도 아프로데티도 도련님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았던 모양이군요. 아! 왜 나까지 슬퍼지지? 여신들이 원망스러워요. 정말로!”


녀석은 계속해서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녀석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싱클레어! 그 바둥거리는 잘난 입술 좀 닫지 못하겠냐? 난 단지 좀 쉬고 싶거든? 그것도 안돼?”


내 엄청난 목소리에 놀랐는지 싱클레어는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침묵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카트린 아가씨에겐 뭐라고 전해요? 도련님이 아까 부탁하셨잖아요.”


나는 차마 싱클레어에게 내가 장차 수도사가 될 것이고 아버지한테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조차도 꺼낼 수 없었다는 말을 결코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받을 충격은 안 봐도 뻔했기 때문이다.


“그냥 언제까지나 사랑할 것이라고만 전해줘, 그리고 이 말도 함께 전해줘 지금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이지........꽃은 어떤 것도 같다 주지마, 장미도 백합도.......”


“이런....... 상황이 아주 안 좋은 모양이군요. 지금으로써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오직 하나밖에 없어요 희망을 가지라는 말, 그 한마디 밖에는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어, 세상 모든 것이 무조건 정한대로 규칙대로 움직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비록 그렇게 보이는 것처럼 가장 할 뿐이지....... 그 뿐이야........”


싱클레어에게 큰 소리는 쳤지만 그래도 이미 난 우리의 사랑에 대해 차츰 포기해가고 있었다. 그녀와의 사랑을 유지하고 성사시키기 위해서 넘어야 할 벽이 너무도 거대했기 때문이다. 싱클레어와 헤어진 후 방에 들어선 나는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일아침이면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리고 난 그 결정에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 아 슬프지만 잔혹스럽게도 긴 밤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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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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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Alice | 작성시간 05.02.07 항상 님의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젊음발이"가 어떤 뜻이지요? 만약 한 쪽 발을 절다 라는 뜻이라면, "절름발이" 로 바꿔야 옳을 것 같습니다.
  • 작성자웃대인 | 작성시간 05.02.07 젊음발이?ㅋㅋㅋ 젊은 발? 오타인듯.....절름발이가 맞어여 ㅎㅎ
  • 작성자Berserk_Chang | 작성시간 05.02.08 글을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착각해서 오타 하는 경우도 있지요. 저도 몇년전 꽃잎 과 꽃입을 오타로 이백여만원을 버린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오타를 조심했었고 제가 꽃잎과 꽃입을 잘못쓸 정도 국어실력도 아니건만 자그만치 4군데나 꽃잎을 꽃입으로 넣었죠. 110분짜리 영상물인데 총자막수가 100개도 안되는데도요.....
  • 작성자Berserk_Chang | 작성시간 05.02.08 참고로 꽃잎이란 글은 5번 나오는데 4번 틀린거였죠. 납품후 발견됐는데 변명도 안되고 쪽팔려 죽는줄 알았습니다. 인건비랑 재료비만 200 가까이 나왔죠.그리고 틀린 자막을 지적하여 주신다면 Alice님 처럼 해주셔야 좋지 않을까요? 웃대인님의 글 방식은 대인님의 신분으로선 어울리지 않습니다.^_^;; 건필 하세요
  • 작성자securitad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02.09 앗 실수를 했군요 가끔식 초보적인 실수를 할때가 종종있죠. 바로 고치겠슴당 지적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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