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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모하드 왕의 꿈 9 - 왕조비가 (1)

작성자흑풍|작성시간05.05.30|조회수176 목록 댓글 3

 알모하드가 지하드를 통해 1만 대군을 모은 사건은 전 유럽을 극도로 긴장시켰다. 그만한 대군을 모집하고서 아무것도 안할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알모하드의 대병력은 바다를 통해 영국 전역을 강습했고, 압도적인 공격을 받은 영국은 단 3년만에 멸망하고 말았다.

 

 영국 멸망의 소식에 경악을 거듭한 각국은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어차피 단일국가로서 알모하드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국가는 없으니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알모하드를 상대하기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과 알모하드에 굴복해 그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두 방법은 실현되기 참으로 요원한 것들이어서, 결국 뾰족한 결론을 내린 국가는 없었다.

 

 

 

 프랑스의 현 국왕인 필립4세는 요즘 두통과 위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며칠전에 방문하여 지금까지 쭈욱 버티고 있는 알모하드의 사신이 그 원인이었다.

 

 "전하, 오늘은 꼭 대답을 들어야 하겠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의범절을 잃지 않으면서도 결단을 촉구하는 그의 태도에 필립4세는 다시 한번 머리가 지끈거려오는 것을 느꼈다.

 

 알모하드의 지원을 받아 옛 영국 땅에 프랑스 왕국를 다시 세운 이후로, 프랑스는 알모하드의 유일한 동맹국이었다. 혹자는 속국이라고 혹평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힘의 차이가 워낙 커서 그런 것이지 상호불가침관계라고 해도 좋을 관계였다.

 

 하지만 이 관계도 알모하드의 사신이 영국의 마지막 왕을 끌고 와, 프랑스에서 그를 처형해 줄 것을 요구함으로써 끝나버렸다. 말하자면 기독교세계의 왕을 같은 기독교 세계의 왕이 처형하도록, 이슬람 세게의 왕이 요청한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충성의 요구였다. 또한 스스로 기독교 세계에서 고립되어

이슬람 세계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야, 이 동맹을 믿을 수 있다는 의사표명이었다.

 

 알모하드의 사신이 전해온 이 요구사항은 프랑스 궁정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무수한 의견이 오갔고 무수한 비난이 오갔다. 그렇지만 확실한 결론은 내리지 못한 상태로 벌써 한달을 끈 상태였다. 결국 참다 못한 알모하드의 사신이 오늘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늘 저녁 식사 후까지 결정을 내리고 연락을 주도록 하겠네. 그리 알고 이만 물러나게."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전하! 저 방약무인하기 그지 없는 사신을 베어버리고 프랑스가 속국이 아님을 보이십시요!"

 "안됩니다! 지금의 알모하드의 힘은 절정에 달해 있습니다. 유럽 전역이 전화에 휩쓸릴 것은 기정사실이고 앞으로 몇개의 나라가 더 멸망할지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알모하드의 다음 표적이 되는 것은 실로 어리석음의 극치입니다! 다행히 지금의 알모하드는 배후의 위협을 제거하려는 목적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니, 이번에 그들의 비위를 맞춰 주면서 앞으로의 전략을 구상해야 합니다!"

 

 "저 인간같지도 않은 이교도들의 요구를 들어주다니, 말도 안되오! 리처드4세를 죽인다면 신이 용서치 않을 것이오! 어서 알모하드의 사신을 죽여 우리 프랑스가 기독교 세계의 일원임을 만방에 알린 후, 대(對) 이슬람전선을 구축하는 길만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오!"

 

 "온통 믿을 수 없는 나라들 투성인데 어느 세월에 연합을 할 것이며, 그들이 우리를 도와주러 온다고 하더라도 알모하드의 배가 바다를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오!"

 

 "저 사악한 이교도들이 이곳 프랑스를 공격한다면, 신과 정의에 그 영혼을 바친 기사들이 전국에서 구름처럼 일어나 그들을 막아낼 것이오!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오직 명분뿐이오! 명분이 있는 자는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것이지만, 명분이 없는 자는 그 어떤 영화 속에서도 몰락만이 있을 뿐이오!"

 

 "현실성 없는 명분은 몸을 망칠 뿐이오!"

 

 

 

 열흘 동안에 걸쳐서 똑같은 소리를 듣다보면,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짜증을 낼 것이다. 그것은 필립4세도 마찬가지였다. 주전파와 화친파 모두 자기들의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 제대로 된 의견조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신하들에게서 일치된 결론을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각자의 생각이 있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는데 그것을 일치시킨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필립4세도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결정을 내리는 것은 왕인 자신이다. 책임을 지는 것도 자신이고. 이제 결론을 내릴 때가 왔다.

 

 필립4세는 고개를 들어 한 신하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받은 한 늙은 신하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동안에도 설전은 계속됐지만, 그 신하가 아무말없이 계속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설전은 점점 사그러들었다. 그리고 대전이 완전히 조용해지자 비로소 그 신하는 입을 열었다.

 

 "전하, 영국왕 리처드4세의 암살에 실패했습니다. 제임스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필립4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낭패한 표정으로 잠시 동안 눈을 감은 그는 이내 눈을 부릎뜨고는 재촉하듯이 말문을 열었다.

 

 "윌리엄 공, 자세한 사정을 말해보시오."

 

 "예! 저희 정보국은 알모하드의 사신이 리처드4세를 대동하고 올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직후부터 암살을 준비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알모하드 경호원들의 경비가 철저하여 그 동안 기회를 노리던 중, 어제 밤에 기회를 포착했고 실행에 옮기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저희는 제임스가 미간에 쿼렐을 맞고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창칼이 아닌 쿼렐을 맞고 죽었다? 그것도 미간에? 알모하드 측에도 제임스 이상의 암살자가 있다는 말인가?"

 

 "그런 것으로 추측됩니다. 제임스가 죽어가면서 피로 쓴 메시지가 있는데 "고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고르" 라는 문자로 시작되는 첩보원은 현재 저희측의 정보에는 없습니다."

 

 "그럼, 이제 비공식적으로 리처드4세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구려."

 

 "예, 전하."

 

 필립4세는 한숨을 쉬면서 지긋이 눈을 감았다. 수십년동안 실패를 몰랐던 제임스의 실패와 그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리처드4세의 암살에만 성공했으면 어떻게든 외교적으로 유야무야 넘어갈 자신이 있었는데, 그것마저 실패했으니 이제 방법이 없었다. 오늘따라 강경하게 나온 알모하드 사신의 자신감도 이해가 갔다.

 

 "영국왕 리처드4세를.... 처형하라!"

 

 "전하!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어서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하! 어명을 거둬주소서!"

 

 소음으로 이루어진 아수라장 속에서 필립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ps1 : 연재 방식을 조금 바꿨습니다. 예전에는 하나의 이벤트마다 글을 올렸었는데, 그것을 몇개로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8편의 리플에서 글이 길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 원인입니다. ^^) 그래서 이제는 부제목이 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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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ecuritad | 작성시간 05.05.31 참 꾸준히 쓰시네요. 참 재미도 있구요 나도 한번 다시 시작해볼라나..........
  • 작성자Resurrection | 작성시간 05.05.31 정말 재밌습니다~ 재미와 생각이 곁들여진 글!
  • 작성자Berserk_Chang | 작성시간 05.06.13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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