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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모하드 왕의 꿈 10 - 왕조비가 (2)

작성자흑풍|작성시간05.05.31|조회수133 목록 댓글 2

 지난 한달 동안 리처드4세는 알모하드 사절단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면서 영국부활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밧줄이 목에 걸리는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전하께서는 프랑스가 비록 겉으로는 동맹을 자처하고 있지만, 언제든 배후를 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우리가 당신을 이곳 옛 영국땅에 놓아주려는 이유는, 바로 우리 알모하드가 유럽 대륙을 정벌할 때 배후 걱정을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이 땅의 주인이 당신이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지원은 못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아니 용병을 통해서라도 지원을 해줄테니, 당신은 이곳에서 옛 왕실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규합하여 옛 왕실을 일으키십시요. 당신은 새로운 기회를 잡아서 좋고, 우리는 배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고, 결코 손해가 아닐 것이오."

 

 한달 동안 들어왔던 알모하드 사신의 말이었다.

 

 "이제서야 필립4세로부터 알현허가가 떨어졌습니다. 한달이나 끌다니, 아무래도 우리의 계획을 저들이 짐작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실제로 어젯밤에 당신에 대한 암살시도가 있었습니다. 어지간한 일은 우리가 뒤에서 받쳐줄 터이니, 결코 빈틈을 보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늘 아침 들은 알모하드 사신의 말이었다.

 

 "에? 이쪽은 대전의 방향이 아니라고요? 당연하죠. 당신을 처형하러 가는데 대전에 왜 갑니까?"

 

 조금 어리숙해 보이는 프랑스 병사의 말이었다.

 

 "다짜고짜 처형장이라니? 게다가 두 손을 뒤로 묶은 채로 걷게 하다니! 이런 모욕이 있나! 우리 알모하드를 무시하는 이런 행동을 묵과할 수 없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요. 당장 따지러 가야겠습니다!"

 

 조금 초조한 표정으로 그에게 불안감을 가중시킨 알모하드 사신의 말이었다.

 

 "주님께서 지켜보고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남기실 말씀은 없습니까?"

 

 바짝 마른 늙은 신부의 말이었다.

 

 

 

 "이게 뭐야!!!!"

 

 목에 밧줄이 걸린 리처드4세는 절규했다.

 

 "왕으로서의 품위를 지키십시요. 체통없이 왜 이러십니까?"

 

 이리저리 몸부림치는 리처드4세에게 형장이 따끔하게 쏘아붙였지만, 리처드4세에게 그 말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그의 눈은 필립4세와 알모하드의 사신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그의 귀 또한 그 둘에게 맞춰져 있었다.

 

 빨개진 얼굴을 흉하게 일그러뜨리며 필립4세에게 뭐라고 외치는 알모하드의 사신은 아직도 그에게 희망이었다. 조금 무표정한 필립4세의 얼굴이 그에게 불안이었지만.

 

 '으드득! 신이시여!'

 

 리처드4세는 필사적인 심정으로 신에게 기원하고 또 기원했다.

 

 

 

 필립4세는 조금 멍한 표정으로 알모하드의 사신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은 현재 그가 취할 수 있는 최상의 표정이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알모하드의 사신이 그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윗몸일으키기를 했는지. 그리고 왜 지금 그 빨개진 얼굴을 징그럽게 일그러뜨리며 립싱크를 하는지.

 

 결국 그는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 무슨 문제가 있는가?"

 

 알모하드의 사신은 그 일그러진 표정 그대로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게 또 기괴하기 이를데 없었다.

 

 "제가 지병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언제 처형합니까?"

 

 "이제 곧 할 걸세."

 

 "이미 끝난 일인데, 저렇게 몸부림치는 모습이 과히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어서 처형하여 그 명예를 지켜주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만...."

 

 "짐도 그렇게 생각하네."

 

 "아, 이제 발작이 가라앉았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만 조금 앉아서 쉬어도 괜찮겠습니까?"

 

 "그렇게 하게."

 

 

 

 알모하드의 사신이 힘없이 자리에 주저 앉아 머리를 쥐어잡은 모습을 보고, 또한 필립4세가 처형의 신호를 보내는 모습을 보고 리처드4세는 완전히 절망했다. 희망에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그는, 그 참담한 심정을 저주로 바꾸어 필립4세를 향해 퍼부었다.

 

 "이 개새끼야!! 이교도에게 꼬리치는 개새끼야!! 네놈의 대에서 프랑스는 멸망하리라!! 네놈은 부하의 칼에 의해 죽을 것이고, 네 자손은 하나도 그 혈통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이 지옥에 떨어져 악마와 XXX 할 놈아!!"

 

 다음에는 차마 글로 적지 못할 내용의 저주가 이어졌다. 형장이 급히 받침대를 걷어차고 목이 밧줄에 의해 조여들자 그 저주는 말이 되지 못했지만, 그 시퍼렇게 살아있는 두 눈이 바로 저주가 되어 사람들이 가슴에 박혀들었다. 필립4세는 그 눈빛을 차마 받아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외면했고, 심장이 약한 사람과 노약자, 임산부, 아기들.... 아무튼 몸이 좀 약한 사람들은 얼굴이 파랗게 변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쯧쯧쯧... 일국의 왕이라는 사람이 저렇게 체신머리가 없어서야... 역사에 길이남을 추태입니다. 쯧쯧쯧..."

 

 알모하드의 사신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모양이었다. 음...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조금 궁금해지는 사람이다.

 

 

 

 영국왕이 프랑스왕의 손에 처형된 일은 실로 무수한 파문을 일으켰다. 교황을 필두로 한 기독교 세계의 맹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많은 비난이 터져나왔다. 비록 알모하드의 침략의 화살을 피한 공로가 참작되었지만, 명분이라는 것을 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빌미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러처드4세의 추태에 가까운 죽음이 영국인들의 독립의지를 꺾는데 기여했는지, 영국 왕실을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해 프랑스에서는 정변이 일어나 필립4세가 물러나고, 동생인 존4세가 등극하게 된다. 정변세력에 의해 옹립된 허수아비 왕인 존4세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알모하드에 선전포고를 하게 되고, 이듬해 프랑스는 전란에 휩싸인다.

 


 

ps1. 오오! 짧게 끊어서 연재하니, 속도가 장난이 아닌데요.

ps2. 다음 편에서 왕조비가 편이 끝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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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Resurrection | 작성시간 05.06.01 아싸 1등 !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ㅋㅋ 선리플 후 감상.
  • 작성자Resurrection | 작성시간 05.06.01 다음 편 부터 이제 피터지는 전쟁이 시작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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