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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Forum

엘시드 이야기 4(알폰소왕의 군막에서)

작성자securitad|작성시간05.06.30|조회수163 목록 댓글 0

답례를 하고 일어선 엘시드와 알폰소왕은 서로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군막은 갑자기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으며 거기 안에 있는 자들 모두 엘시드와 알폰소왕을 주시하였다.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다름아닌 뚱뚱한 몸집에 덮수룩한 콧수염을 연신 만지작 거리고 있었던 레온의 백작, 에르난도였다.

 

"로드리고 경!, 이렇게 다시 돌아와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소, 비록 공이 한때 죄를 범해 추방당했다고는 하나, 그 날 이후로 여기 계시는 전하와 이 몸은 경 생각에 하루도 편할날이 없었소이다. 특히 그동안 불쌍한 이자벨라(주: 알폰소왕의 누이, 공주)는 경이 떠난 이후로 전하를 원망하면서 수녀원의 골방에 틀어밖혀 한 발자국도 밖에 나오지 않고 있었소. 지금까지 그 아이가 겪어왔던 모진 일들을 차마 여기서 다 말로 표현 할수는 없을 것이오.......어쨌든 돌아온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하오. 이것은 분명 신의 뜻일 것이오"

 

에르난도의 말이 끝나자 엘시드는 에르난도에게 가벼운 답례를 한 후 고개를 숙인 채 한 동안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윽고 알폰소 왕이 무거운 침묵을 뒤로 한 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자벨라는 경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았소, 이젠 더 이상 내 누이를 실망시키지 말기를 바라오. 이젠 경이 돌아왔으니 그 아이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수녀원을 나올 것이오. 어찌 다행스럽고 기쁜일이 아니겠소? 그리고 과거 경이 짐에게 범했던 잘못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어떤식으로든지 거론하지 않을 것이며 행여라도 다시 재론하는 무리들이 생긴다면 반드시 엄단할 것이니 경은 과거의 일로 걱정할 필요도 근심할 필요도 없을 것이오!

 

경도 아시다시피, 지금의 카스티야는 매우 곤경스러운 상태라오. 레온의 백작에게 듣기로는 무스타파가 지휘하는 무도하고 야만스러운 이교도의 군대는, 레온에 이르러 우리의 성전을 불태우고 십자가를 모독했으며, 심지어는 부녀자와 아이들까지 닥치는 대로 살해했다고 하오. 저 야만인들의 끊없는 야욕이 이젠 이 곳 카스티야까지 이르고 있소이다. 무도한 무어인의 마수로부터 우리는 용감하게 대항해야 하오.

로드리고! 우리에겐 저들이 두려워 할 만한 강력한 기사단이 있소이다. 그들은 산티아고 기사단으로 불리고 있는데 부디 그대가 수고스럽다라도 그 기사단의 선봉을 맞아, 적의 사나운 예봉을 꺾어주었으면 좋겠소이다"

 

왕의 말이 끝나자 엘시드는 말 없이 옆에 서있던 구티예레스에게 눈짓을 보냈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구티예레스는 엘시드의 뜻대로 하라는 듯이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분부하신 대로 거행하겠나이다. 하지만 그전에 적진의 정확한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무어인을 지휘하는 무스타파와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전하의 대리인 자격으로 사자를 청하옵니다."

 

엘시드는 무릎을 꿇음과 동시에 땅에 칼을 꽂으며 말했다. 그런데 에르난도가 험상궂은 얼굴을 하며 발끈하는 것이었다.

 

"그런 무도한 자를 뭣 때문에 만나려고 하는 거요? 악마에겐 대화가 통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들이 죽지 않으면 우리가 사는 것이고 우리가 죽지 않으면 그들이 사는 것일 뿐이오이다"

 

모두들 에르난도의 주장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카스티야의 종교 재판관인 고메스도 에르난도의 편을 들며 대꾸했다.

 

"에르난도 백작의 말씀이 백번 옳은 말씀입니다. 그들은 악마숭배자에다, 이단자이며, 사악하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믿지 못할 부류들입니다. 어차피 그들을 만나봤자 우리가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해도 결국 이용만 당할 뿐, 우리에게 이득이 되거나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결국 이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성전인 것입니다! 위대한 기독교와 사악한 이교도의 전쟁!.......로마에 계시는 교황성하께서도 틀림없이 이 일을 기뻐하실 것입니다. 카스티야의 선대 왕들께서 항상 생각하시고 숙원하셨던 레콘키스타의 정신을 왕께서는 결코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엘시드의 표정은 어두워졌고 왕은 잠시 생각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윽고 결단을 내린 듯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그대들이 우려하는 것만큼 로드리고 경의 청이 딱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오. 게다가 정확한 적정을 살피는 이유에서라도 로드리고 경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짐이 나서서 반대할 이유는 없소. 로드리고 경의 청을 윤허하는 바이오."

 

왕은 두개의 루비가 박힌 강철검을 엘시드에게 손수 건냈다. 왕은 호위무사로 산티아고 기사 20기를, 그리고 구티예레스와 에두아르도 그리고 알리 역시 같이 가는 것을 허락했다. 

 

무스타파와 만나러 가는 엘시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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