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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휘장 3장(章) 아라곤의 왕녀-上

작성자폼카|작성시간06.09.16|조회수214 목록 댓글 1

 

스페린의 황태자, 휠테른 페네쥬는 굳어있었다.

눈 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을만큼 놀라운 것을 본 듯 손에서는

땀이 흐르고 얼굴은 상기된다.

 

"......"

 

스페린의 이 당당한 황태자를 굳게 만든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모습을 황태자 앞에 드러냈을 뿐.

 

아라곤의 왕녀. 샤피르 아라곤.

 

"아름다워."

 

의식도 하지 못하는 사이, 튀어나온 말이었다.

 

"아아-."


허리부근까지 기른 광택이 있는 금발머리. 높은 이마.

아름답고 유려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눈썹. 부드럽지만 너무 길지 않고,

너무 짧지도 않은 속눈썹. 부드러운 빛을 감싸듯, 아침안개를 연상시키는 신비의 우물과

같은, 푸른 눈동자.

엄청난 실력의 조각가가 전심전력을 기울여 만든듯한 자연스럽고 높은 코.
붉은 홍련을 연상시키는 주순(입술과 치아.)과 순수 그 자체로 보이는 미소.
미묘하게 유형을 그리는 얼굴의 윤곽. 실크재질의 드레스를 부드럽게 솟게 만드는 가슴.

그에 지지 않을 정도로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허리.

"처음 뵙습니다."

 

"아......아, 그래. 이,이런, 여기 앉지."

 

자신의 응접실이라는 것조차 잊고 있었던 휠테른 페네쥬는 마음을 다스리려 필사적

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이 여자때문에 이렇게 당황해 본 일이 있었던가.

 

"아,아라곤에는 미인이 많다고 하더군."

 

얼빠진 말을 하고 말았다.

샤피르왕녀는 부드럽게 웃는다. 휠테른은 그 미소를 본 순간,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사슬을 느꼈다.

 

'신 텔레로스도 이런 사슬에 묶이진 않았을 것이다.'

 

소문이야 듣고 있었다.

대륙 제일의 미녀라는. 하지만 그런 소문은 대개 지위라는 휘광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휠테른은 아라곤의 왕녀또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약간 단정한 외모만 가지고 있다면, 대륙 제일의 미녀따위의 소문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니, 최근에는 그런 것은 너무 식상해, '제국의 보석' '진주'등의 표현을 넣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 샤피르왕녀만은 달랐다. 인간같지도 않은 아름다움.

이런 아름다움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휠테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거의

마법과 같은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했던 2왕자의 어미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

 

'한 나라를 무너뜨릴 만한 미녀'라는 것은 분명, 그녀를 칭하는 말일 것이었다.

 

"오시는 길은 어떠시었소? 천한 것들이 그대의 길을 더럽히지는 않았소?"

 

"아주 편안했습니다."

 

"아라곤은 스페린의 아주 오래된 우방국이오. 무엇이든지 말만 하시오. 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 드리리다."

 

좋게 말하면 우방국이고, 나쁘게 말한다면 반속국인 상태인 아라곤이었다.

스페린의 고위인사, 더군다나 태자씩이나 되는 이가 취할 태도는 아니었지만,

휠테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러한 원칙들은 무너진지가 오래였다.

 

"언제나 상국(上國)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어찌 부족한 일이 있겠습니까."

 

"그,그렇소?"

 

"저와 아라곤의 왕실은 앞으로도 스페린왕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길 바랍니다."

 

"당연한 일이오."

 

'당신과 나의 결합은 그를 가능하게 할 것이오.'

 

휠테른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의 말과 태도에서는 그 속내가

점점 드러났다. 하지만 샤피르왕녀는 개의치 않는 듯 했다. 휠테른은 겸손한

샤피르의 태도에 더욱 마음이 달아올랐다. 병약한 자신에게 이렇게 진심으로

고개숙여주는 이가 몇 있던가.

 

'절대 이 여자는 놓칠 수 없다.'

 

 

 

 

 

스페린의 제 4왕자 카를로스 페네쥬는 최측근인 소르탄과 10명의 기사만을 대동하고

왕도에 도착했다. 큰 승리를 이루어 낸 카를로스였다. 충분히 개선식을 치룰 수 있을만한

공을 세웠지만, 그를 환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카를로스가 검은색 머리와 홍안(紅眼)을

가진 이족(異族)인 탓이기도 했지만, 그가 왕도로 온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탓이기도 했다. 4왕자는 왕실로부터 배척받는 존재였다.

 

"들 떠 있군."

 

카를로스의 말에 소르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라곤의 공주와 휠테른의 약혼식에 온 시선이 몰려있다고 하더군요. 상당한 미인이라고 합니다."

 

"미인이라."

 

푸륵.

 

카를로스는 냉소하며 말을 차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말을 몰았다. 사람들은 전장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 이 사내에게서 물러나 길을 만들었다. 카를로스와 그의 기사는 제 1성벽을 지나 2성벽으로

가는 동안 몇명의 근위대가 와서 무기를 줄 것을 요구했다.

 

"언제부터 근위대따위가 왕실의 인물에게 무기를 내놓으라고 하는게 가능해졌지?"

 

강한 살기를 내뿜는 소르탄이었지만 근위대의 인물로 보이는 이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예상외로군. 군기가 너무 강해. 근위대가 이렇게 정예였던가.'

 

"물러서라 소르탄."

 

순백의 제복에 붉은색 줄. 광휘를 상징하는 독수리.

 

"이들은 근위대따위가 아니다."

 

"예?"

 

"스페라딘이로군."

 

광휘의 스페라딘! 1개 독립대(480명)에 불과한 인원이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스페린 최강의 기사단이

었다. 왠만한 1개 기사대(4000명)에 해당하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그들의 힘은 전투력이나 엄청난 기동력 따위가 아니었다. 그들은 전원 엘리트장교 교육을 받은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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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위대한개척자 | 작성시간 06.10.01 오호홋!! 묘사가 뛰어나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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