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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Forum

붉은휘장 4장(章) 아라곤의 왕녀 中

작성자폼카|작성시간06.09.17|조회수215 목록 댓글 4

 


스페라딘의 무리 뒤에서 한 인물이 나섰다. 갈색머리에 굵은 선을 가진 사내. 극한까지 단련한

그의 몸은 상당한 위압감을 뿜고 있었다.

 

"스페라딘의 단장 보두앵이오."

 

"4왕자 카를로스다."

 

보두앵이 목례를 하자, 나머지 9명의 스페라딘들이 목례를 하였다. 소르탄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식 후계자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엄연한 일국의 왕자였다.

 

"무례하군."

 

소르탄이 그리 말하자 보두앵은 소르탄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며 말했다.

 

"오해 마시길 바라오. 스페라딘이 이 이상의 예를 취하는 대상은 오직 왕 뿐이시오."

 

"소르탄."

 

카를로스가 나직히 소르탄을 불렀다.

 

"예."

 

"이리오라."

 

소르탄이 카를로스에게 다가갔다.

 

퍽.

 

"욱."

 

소르탄은 가까이 온 소르탄의 뺨을 손등으로 때렸다.

 

"함부로 나서지 말라."

 

"예."

 

소르탄은 고개를 깊게 숙였다. 카를로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허리에서

검을 빼어 보두앵에게 넘겨주었다. 그러자 소르탄과 나머지 기사들 역시 검대를 풀어

스페라딘에게 검을 넘겨주었다.

 

"왕께서 기다리십니다."

 

"가지."

 

보두앵과 스페라딘이 앞장을 섰고, 그 뒤를 카를로스와 그의 기사들이 따랐다.

왕궁으로 가는 동안 카를로스는 그의 저택을 볼 수 있었다.

스페린의 왕궁은 왕과 그의 친족들이 기거하는 제1왕궁에서부터  왕족들이 기거하는

내성 바깥의 저택들로 나뉘어져 있었다. 카를로스는 왕자임에도 불구하고 내성 바깥에

저택을 갖고 있었다.

 

'변한게 없어.'

 

왕도안은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왕도에서

쫓겨날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이곳보다는 변경의 냄새가 마음에 들었다. 카를로스는

궁 안에 들어가며 생각했다. 이곳은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다.

 

"여기서 기다리라."

 

"예."

 

소르탄과 카를로스의 휘하 기사들은 어전에 들만한 신분이 못되었다. 카를로스는 멈춰선

보두앵을 잠시 노려보다가 어전에 들어갔다.

 

"제 4왕자 카를로스 전하 드십니다."

 

비공식적인 자리인지, 왕족이 들 때 불리는 나팔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질릴정도로 넓은

방이지만, 카를로스는 이곳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좁게 느껴졌다. 왕은 왕궁에 갖혀살고

있다.

 

".......프리드리히 전하. 카를로스전하께서 드셨습니다."

 

"카를로스? 흐-. 그게 누구였지?"

 

"4왕자 전하이십니다."

 

"아. 그, 북방으로 보냈던 놈이로군."

 

재상 팔레컨은 날카로운 한쪽눈을 카를로스에게 향하며 왕에게 카를로스가 왔음을

알렸다. 왕은 이미 재정신이 아닌 듯 했다. 카를로스는 스페라딘을 보낸 것이 왕이 아닌

팔레컨의 의지임을 눈치챘다. 자신을 북방으로 보낼 것을 주장했던 팔레컨이었다. 그는

카를로스가 북방의 검은늑대라고 불릴정도로 크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내가 두렵단 뜻이로군.'

 

카를로스는 왕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그의 손등에 키스하였다. 왕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

는지 허공과 팔레컨을 번갈아 보고 있다.

 

"북방에서의 공은 아주 대단했습니다. 카를로스왕자전하."

 

"귀공에게서 존칭을 듣는건 왕성을 떠난 이후 처음인 것 같군."

 

".......그럴리가요."

 

팔레컨의 관자놀이에 맺힌 땀을 보며 카를로스는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살기짙은 카를로스의

웃음. 팔레컨은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때였다.

 

짝짝.

 

"아주 대단하군."

 

박수와 함께 나타난 것은, 금발을 휘날리며 나타난 것은, 3왕자 프리드리안이었다.

 

"그쯤 해두는게 어떤가. 천한 놈."

 

그의 말에 카를로스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카를로스는 몸을 돌려 프리드리안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상상 이상이군.'

 

프리드리안은 카를로스에게 위축당하고 있음을 느꼈다. 전장에서 미친듯이 피를 본 놈이다. 당연히

살기가 날릴 터였다.

 

철그렁.

 

프리드리안의 양 옆을 그의 호위대가 감쌌다. 그들은 모두 검을 차고 있었다. 반면 카를로스는 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카를로스는 다가서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내 앞을 막지 마라."

 

제일 앞에 서 있는 근위대원에게 카를로스가 으르릉 거리듯 말했다.

 

"그러실 수 없습니......"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억.

 

그의 말을 채 다 듣기도 전에 휘두른 카를로스의 주먹이 근위대원의 턱 부근을 쳤다. 으드득,하며

목이 돌아가는 소리와 이빨 빠지는 소리가 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근위대원은 2메라(m)는 넘게 튕겨나가 부들부들 떨었다.

 

"사과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어전에 들어선 것은, 프리드리안의 최측근인 쉘터백작이었다. 쉘터백작은 카를로스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더이상 일을 크게 벌려보아야 좋을 일이 없습니다."

 

"내가 시작한 일이 아니다."

 

카를로스의 말을 듣자, 쉘터백작은 프리드리안을 보았다. 프리드리안은 쉘터백작의 중재를 받아들이

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잘못했다. 너를 모욕한 것을 사과하마."

 

카를로스도, 프리드리안도 섣불리 행동할 수는 없었다. 죽이고자 한다면 무기가 없는 카를로스를 어떻게든 죽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간신히 통합한 북방 야만족들이 다시 남하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들은 카를로스를 숭배한다. 숭배하는 대상이 사라진다면 다시 예전의 무질서한 상태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 아니, 카를로스의 복수를 한답시고 왕도까지 내려올지도 몰랐다.

 

"사과를 받아들이겠소."

 

".......보름 후, 1왕자 휠테른형님과 아라곤의 왕녀 샤피르의 혼인식이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들었소."

 

"그와 동시에, 왕권이 휠테른형님께 이양될 것이다."

 

"알았소."

 

너무나도 쉽게 수긍하는 카를로스를 보며 프리드리안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너를 왜 부른지 아느냐?"

 

"후작과 귀족놈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도와달라는 것이겠지."

 

"어떻게 알았느냐!"

 

'왕실내에 첩자를 둔 것인가?'

 

프리드리안이 흥분하자 카를로스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소문이 돌고 있소. 왕실에선 잘 단속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미 바깥에선 그 소문이 자자하오."

 

"......."

 

"볼 일 다 보았다면, 나는 이만 나가서 쉬겠소."

 

카를로스는 그리 말하고 멍한 상태의 왕을 잠시 보다가 어전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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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엘렌딜 | 작성시간 06.09.17 검은 늑대의 주먹파워는 버적이와 맞먹는다+_+!
  • 작성자폼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6.09.18 괴물이죠 ㄲㄲ ㄱ-
  • 작성자위대한개척자 | 작성시간 06.10.01 보두앵 --.... 킹덤 오브 헤븐이... (퍽!!)
  • 작성자jenas | 작성시간 06.11.12 글 잘 쓰시네요. 이쪽으로 나가셔도 될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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