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를 만나기 위해 그의 교수실로 찾아간 대학생 시절의 한나 아렌트. 긴장된 기색이 역력하다.
하이데거: 아렌트양. 나한테 사유를 배우고 싶다고요? 사유란 외로운 작업입니다.....
하이데거: 사유는 과학처럼 우리를 유용한 지식으로 이끌지 않습니다. 사유는 우리에게 유용한 처세술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사유로는 세상의 수수께끼를 풀 수가 없습니다. 사유는 블라블라블라(중략)~
하이데거: 사유는 행위를 할 어떤 직접적인 힘도 제공해주지 않습니다.
이윽고 존경하는 스승이 아니라 한 남자로써 하이데거에 호감을 갖기 시작하는 한나 아렌트.
결국....
그들은 연인(정확하게는 불륜 - 하이데거는 이미 유부남)이 된다.
* 영화 한나 아렌트 (2012년 작)에서
뜽금없이 왠 영화 장면들이냐?? 이 영화 전체로 봤을 때 아주 잠깐 등장한 장면들이지만 굉장히 뇌리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들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주인공인 한나 아렌트는 인정하다시피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 설정, 아이히만 재판 등 워낙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 있는 편이라 상대적으로 본인이 현재 관심갖는 영역이 되진 못했다. 한나 아렌트보다는 한나 아렌트의 사유의 토태이자 그녀의 철학에 대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스승이자 불륜상대였던 하이데거에 대해 더 철저하게 알아보고 싶은 욕망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체 하이데거는 나치에 왜 부역했을까. 단지 살아남을려고? 자신의 철학에 부합한 게 나치라서?? 재밌게도 존재와 시간이라는 서평에는 스승 훗설에 대한 헌사가 가득하다. 허나 공교롭게도 현상학으로 유명한 자신의 스승인 훗설과 수제자인 한나 아렌트 모두 유태인이다.
각설하고 본인은 모순과 부조리에 가득한 개인 존재로써의 하이데거에 관심이 많아졌다. 요즘 정치권 돌아가는 것도 있고 완전한 악인인 줄 알았던 사람이 의외로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것도 경험하고 반면에 정의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음을 주었던 이도 알고 봤더니 사기꾼에 내로남불인 걸 보면서.. 사람과 존재라는 것들은 참으로 부조리 투성이이자 부조리 투성이의 사람들이 일으키는 모든 행위들이 단순한 일방향 일변도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부쩍들기도 한다.
나치인가. 순수철학자인가 떠나 그가 현대서양철학에 끼친 영향은 사뭇 중대하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현대서양철학을 이해하려면 하이데거를 우선 알아야 한다.
그는 왠만하면 누구나 알듯이 실존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본인 전공도 철학인지라 수십년전 인식론을 수강할 때 하이데거를 곁다리로 배운적이 있다지만 솔까말 다 지금은 까먹었다. 특히 당시 학생으로써 인식론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천상계의 탁상공론일 뿐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참으로 그 강의 시간이 끔찍하고 아까웠다.
하지만 불혹을 넘은 이 나이에도 어딘가에서 기인되었는지 모를 결코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과 아쉬움을 항상 느끼게 된다. 뭔가를 통해 이런 갈등과 불안함을 해소해야 된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철학을 다시 찾게 되었다. 먼저 철학을 찾아봤던 게 아니다. 기독교 나이롱 환자로써 항상 그래왔듯이 진짜 힘들거나 외로울 때는 신이 혹여나 들어주겠다 싶어 기도도 했다. 하지만 정성탓인지 약발탓인지 전혀 먹히질 않는다. 그런 와중에 철학을 찾게 되었다.
각설하고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에 가는 건 불가능해졌다. 책을 사면 되지만 막상 사논 책은 이상하게 안 읽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결국 유튜브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솔까말 내 기준으로 보면 택도 없는 것들이 많긴 하다.
걍 초심자용 개설서 서문 수준이거나 5분 철학 지식 같은 것이 대부분이다. 성이 안찬다는 거다. 모든 고전은 느림의 미학인지라 씹은 거 또 씹으면서 온몸으로 채화해야 결국 자기 것이 될까말까하는데 단지 5분 만에 알게되는 누구누구의 철학이라니 정말 택도 없는 소리 아닌가.
하지만 결국 거대하고 혼미한 정보화의 자갈밭 속에서 진주를 하나 찾게 되었다. 바로 예도 TV라는 유튜버인데
https://www.youtube.com/watch?v=wDiqBZqtRaM&list=PLdmEc-SMPISXIQDbKoqTNAlF41p0k2Nez
특징으로는 사투리가 겁나 쎄시다. 강의실이나 세트에서 촬영을 안하고 산책 중이거나 누구를 만나러 가면서 강의를 한다.
그 말인즉슨 강의 중에 개 짓는 소리와 화물차 지나가는 소리, 심지어는 공사판 소음도 들린다는 거다. 그래서 안그래도 어려운철학 원서 강의인데 집중해서 안 들으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되어 다음 편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가 있다.
관심사인 하이데거 편은 무려 40편이 넘는 거 같다. 존재와 시간을 독일어 원서로 강해하시는데 하이데거 철학을 기준으로 하이데거 이전 철학과 이후 현대 철학을 비교해서 강의하는 데 철학의 조류를 대강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어려운 개념 집짓기들의 집합적 향연이 철학이라지만 시간과 존재라는 그 어려운 책도 계속 듣다보면 이해되는 부분도 생긴다. 그때는 부처가 깨달음을 얻고 미소를 짓든 빙긋이 웃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완전 신세계다. 철학 생각보다 재밌다. ㅋㅋㅋ
다만 주의점으로는 완전 철학 생초보가 해당 채널을 듣기에는 다소 힘들 수도 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