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 9살 치히로가 마녀 유바바가 지배하는 이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그 마녀의 심복인 ‘하쿠’가 본능적으로 치히로를 도와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유바바에게 무조건 일을 시켜달라고 해라, 그래야 너가 이 세계에서 없어지지 않는다.’ ‘너의 이름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라‘ ’나는 유바바에게 이름을 빼앗겨 나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모른다.‘
결국 유바바에게 일을 받은 치히로는 계약서에 서명하고 유바바는 그 계약서에 (마법을 이용해서)치히로의 이름을 지워버리며 ‘센’ 이라는 이름만 남겨버립니다.
하쿠를 보면 자신이 누구였는지도 모른 채, 마녀가 시키는 일을 수행하던데 그것을 보면 마치 현대인들의 모습들을 연상시키더군요.
일본 만화의 거장, 고 ‘미우라 켄타로’ 씨가 만든 ‘베르세르크’ 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나옵니다.
숲속의 마녀 플로라가 있던 곳을 침입해 들어오는 사도 조드와 그룬벨드 그리고 마물들을 막기 위해 해골기사가 과거에 입었던 ‘광전사의 갑주’를 주인공 ‘가츠’가 착용하게 되고, 그것을 착용하자마자 갑옷의 내부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데…
‘모든 것을 (내게)맡겨라‘
이후 광전사 모드가 되어 사도와 마물들과 싸우면서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져도 갑주 내부의 강철가시가 뼈를 이어주고 갑주가 덮어 재생시켜 계속 싸우도록 독려합니다.
자신이 인간 ‘검은전사 가츠’였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생기계가 되어 드래곤 슬레이어를 미친듯이 휘둘러 대고, (육신이 죽을 때까지 그 상황이 진행 되는 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플로라가 미리 갑주에 새겨둔 수호부의 존재, 그녀의 제자 ’시르케‘가 유체이탈 되어 가츠를 각성시켜 줌으로써 갑주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더군요.
어려움이 닥칠 때, 혼란한 상황에도, 일상, 학교, 종교 및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자기 자신이 누구였는지 항상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소중한데 참 쉽지 않은 일 입니다.
이상 저의 잡설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그래도 작품들 속에서는 ‘나’를 도와주는 누군가가 존재하는군요.. 창작자의 바램?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