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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

[중세 이슬람]일칸국과 이집트 맘루크 왕조의 전쟁 (3) "몽골인들은 거짓된 무슬림이다!"

작성자워라|작성시간22.02.13|조회수154 목록 댓글 2

다음 해인 1282년에 아바카는 죽었고, 테쿠데르(집권: 1282~1284년)가 일칸국의 세 번째 군주가 되었다. 그런데 테쿠데르는 기독교를 믿다가 이슬람교로 개종을 하였고, 심지어 맘루크 왕조를 적대하던 이전 칸들의 정책을 버리고 맘루크 왕조와 동맹을 맺었다.

 

몽골인들의 군주인 테구데르가 이슬람교로 개종을 했다? 게다가 이 조치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테구데르보다 이후의 일칸국 군주인 가잔 칸(집권: 1295~1304년)도 이슬람교를 믿었으며,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이자 훌륭한 학자인 라시드 웃딘을 고위 관리로 임명하여 역사서인 집사를 편찬하도록 배려해주었다.

 

이런 일칸국의 태도에 대해 과연 맘루크 왕조를 비롯한 다른 이슬람교 신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상당한 논란이 오갔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슬람교의 율법에 같은 이슬람교를 믿는 신자들끼리는 싸우지 말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율법은 권력 다툼을 할 때면 무시되었으나, 그래도 종교가 다른 이방인들을 상대할 때와 같은 이슬람교 신자들을 상대할 때는 상황이 다르다. 

 

심지어 일칸국의 군주인 테구데르는 맘루크 왕조와 동맹까지 맺었다. 그렇다면 이제 맘루크 왕조도 일칸국을 동맹국으로 여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맘루크 왕조의 이슬람 율법학자인 이븐 타이미야(Ibn Taymiyyah 1263~1328년)는 그러한 기대감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일칸국의 몽골인들에 대해 이렇게 비난했다.

 

“그들은 진짜 이슬람교도가 아니며 사실은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불신자들이자, 가장 사악한 계급의 인간들이며 무신론자들이다! 또한 몽골인들은 이슬람교를 믿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믿는 척 가장을 하는 자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실제로 믿고 따르는 법은 이슬람교의 율법인 샤리아가 아니라, 그들의 조상인 칭기즈칸이 남긴 법률인 야사(Yassa)이다. 따라서 맘루크 왕조를 포함하여 모든 이슬람교 신자들은 일칸국의 몽골인들을 상대로 이슬람교를 지키기 위한 성스러운 전쟁인 지하드를 벌일 정당한 권리가 있다!”

 

이슬람교의 율법에서는 기독교나 힌두교 같은 다른 종교들을 믿는 사람들은 이슬람교 당국에 종교세(지즈야)만 내면 얼마든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준다. 하지만 이슬람교를 믿는 척 하면서 몰래 다른 종교를 믿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사악한 행위로 간주된다. 이븐 타이미야는 그런 의미에서 몽골인들은 이슬람교를 거짓으로 믿는 척 가장하면서 사실은 믿지 않는 사악한 자들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그리고 타이미야가 몽골인들은 칭기즈칸의 법률인 야사를 따른다고 말한 것도 사실을 제대로 꿰뚫어 본 것이다. 몽골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이슬람교로 개종했던 킵차크 칸국에서조차 국왕인 우즈베크칸(집권: 1312~1341년)이 아직 이슬람교로 개종하지 않은 여러 부족장들한테 이슬람교로 개종할 것을 권유하자, 그들은 “우리가 당신한테 복종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시오. 왜 우리가 칭기즈칸이 남긴 야사를 버리고 아랍 종교를 믿어야 하는 것이오?”라고 반박한 일이 있었다.

 

이처럼 몽골인들이 진정 믿고 섬기는 신은 이슬람교의 알라가 아니라 그들의 조상이자 나라의 창시자인 칭기즈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미야는 몽골인들을 가리켜 이슬람교 신자가 아니라 무신론자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슬람교 교리에서 신은 오직 알라 하나 뿐이며, 알라 이외에 달리 신이라 불리는 존재들은 모두 신이 아닌 거짓된 우상이며, 그런 우상들을 섬기는 자들은 무신론자로 간주되는데, 무신론자는 이슬람교에서 가장 사악한 자들로 분류된다.

 

 

실제로 1299년 12월과 1300년 4월 사이, 일칸국과 아르메니아 왕국이 동맹을 맺고 함께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로 쳐들어오자, 이븐 타이미야는 다른 이슬람 학자들과 함께 일칸국의 군주인 가잔 칸을 만나러 다마스쿠스로 갔다. 그곳에서 이븐 타이미야는 가잔 칸을 직접 만나서 아래와 같이 말하며 이슬람에 대해 공격을 멈춰달라고 부탁했다.

 

“당신은 스스로를 가리켜 이슬람교 신자이며 이슬람 율법 학자들(무프티)과 예배 인도자들(이맘)과 같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러면서 왜 같은 이슬람교 국가인 맘루크 왕조를 침략하였습니까? 당신의 조상인 훌라구는 이슬람교를 믿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슬람교 신자라고 하면서 우리나라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습니다.”

 

타이미야의 말에 가잔 칸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 만남 이후, 타이미야는 가잔 칸이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하지만 그는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303년에 가잔 칸이 군대를 보내 시리아를 다시 침공하자, 타이미야는 몽골인들을 상대로 하는 지하드를 선언했다. 그는 몽골인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이슬람교가 될 수 없는 자들이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아울러 타이미야는 몽골인들이 이슬람교를 믿기 이전의 무지한 시대인 자할리야를 살고 있는 이교도라고 간주하였다. 참고로 이슬람교 교리에서 자할리야는 오직 하나의 참된 신인 알라를 알지 못하고 자연의 여러 현상들을 신으로 섬겼던 다신교 신자들을 비하하는 말로도 쓰인다. 원래 몽골인들은 하늘의 신인 텡그리를 비롯하여 자연 속의 여러 신들을 숭배했는데, 타이미야는 그런 의미에서 몽골인들을 자할리야라고 불렀던 것이다.

 

 

출처: 신의 전쟁/ 도현신 지음/ 이다북스/ 303~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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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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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heidegger | 작성시간 22.02.13 테구데르가 이슬람교로 개종했지만 이븐 타이미야는 인정하지않고 이교도로 간주하였군요
  • 답댓글 작성자워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2.14 사실 몽골인들이 이슬람교가 정말로 좋아서 개종했다기보다는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술수로 개종을 한 것이었고, 여전히 그들은 조상인 칭기즈칸의 법을 숭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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