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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5권, 위대한 여정의 종결....

작성자loco43|작성시간07.02.08|조회수359 목록 댓글 2

로마인 이야기 15권, ROMANI MUNDI FINIS... 참으로 길고 화려한 여정이 드디어 끝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때로 부터 벌써 6년이 지났군요...

제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당시 저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종의 에세이 형식으로 삼국지 형식의 시적인 대사도 극적인 플롯 시퀀스도 없이 이렇게 긴장감을 주면서 지적유희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신선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묘사하는 전쟁은 삼국지와 같은 무협지스러운 드라마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요소들, 즉 경제, 정치, 인프라를 포괄하면서 특히 보급과 진형을 중요시 하는 분석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이러한 현실적인 부분들이 오히려 더욱 진한 긴장감을 부여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국지 外의 역사?에 관심이 없었던 저에게 역사에게 흥미를 붙여준 책이었고, 뿐만 아니라 현실정치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 주었고, 건강한 사회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뛰어난 지도자는 무엇인가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물론 이 책 또한 나름데로 여러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작가가 제국주의를 옹호한다고 하면서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하고 또는 극우적인 사고방식을 부추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평들은 나름데로 근거가 있고 타당할 것입니다. 그러마 이런 비평들에도 불구하고 로마인 이야기가 남긴 영향은 정말 대단합니다.

서양문명의 모태인 대제국 로마의 흥망성쇠를 시오노 나나미와 함께 지켜보면서 저는 로마제국이 어떻게 그렇게 위대할 수 있었느냐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로마인의 정신-관용과 신의의 정신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패자까지도 동화시키는 로마인의 능력은 다른 문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것이었습니다. 패자의 기득권을 지켜주면서 한편 그런 정책이 국가에게 해가 되기는 커녕 오히려 큰 이득으로 만드는 로마인의 능력이 정말 부럽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국의 장수가 중요한 전투에서 패해도 다른 국가들과 같이 그 장군을 처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용을 배풀어서 그 불명예를 설욕할 기회를 주면서 전투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로마인은 신의를 매우 중시하는 민족이어서 개인은 물론 국가간의 신의도 철저해서 신의를 지킨 우방에게는 여러 혜택을 배풀면서 신의를 지키지 못한 이들에게는 철저한 응징을 가하면서 로마 자신의 위상을 높이게 되었습니다.  

로마인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개념도 신선했습니다. 개인의 사리사욕만을 일삼으면서 부패했던 동양의 전제국가들과는 달리 로마의 유력가들은 물론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한것이지만 여러 공공사업에 몰두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시민들의 안락한 생활을 유도했던 것에 감탄했습니다.

'국부론'으로 유명한 아담 스미스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빵집 주인이나 정육점 주인의 자비심에 의한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좇기 때문이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로마인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전성기 로마제국의 로마인 개개인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함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공공의 이익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을 보면 한 국가가 경영을 잘 하고 있느냐 잘 하지 못하느냐는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얼마나 잘 부합시킬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로마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것과 없는것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자신이 모든것을 독식하려 들지 않았고 문화와 교육은 그리스에게, 농업은 시칠리아와 북아프리카에게, 기병은 마우리타니에게서 얻으면서 여러 다양한 재능들을 효율적이게 결합하면서 하나의 공동운명체에 묶는데 성공했습니다.

요컨데 로마제국은 효율적인 정치와 경영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위대한 제국이라도 반드시 쇠망하는 법, 제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린다해도 결국은 인생무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역것이 로마제국의 멸망입니다.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를 서술한 역사가 폴리비오스의 글을 본 책에서 인용하면서...

<스키피오 아밀리아누스는 눈 아래 펼쳐진 카르타고 시에서 오랫동안 눈을 떼지 않았다. 건국한 지 700년, 그 오랜 세월 동안 번여을 누린 도시가 잿더미로 변해가는 것을 그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700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카르타고는 넓은 땅과 스많은 섬과 바다를 지배해왔다. 그에 따라 카르타고는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어떤 강대한 제국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방대한 양의 무기와 군선과 코끼리와 부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카르타고는 과거의 어떤 제국보다도 용기와 기개가 뛰어났다. 로마의 요구에 굴복하여 모든 무기와 모든 군선을 공출했으면서도, 3년 동안이나 로마군의 공격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 도시가 함락되고 완전히 파괴되어 지상에서 모습을 감추려 하고 있었다.

스키피오 아밀리아누스는 적국의 이런 운명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비록 승자였지만, 인간만이 아니라 도시와 국가 그리고 제국도 언젠가는 멸망할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트로이, 아시리아, 페르시아, 그리고 20년 전의 마케도니아 왕국에서, 번성하는 자는 반드시 쇠퇴한다는 것을 역사는 인간에게 보여주었다.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는 모르니, 승리한 로마 장군은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오는 트로이군 총사령관 헥토르의 말을 입에 올렸다.

"언젠가는 트로이도, 프리아모스 왕과 그를 따르는 모든 전사들과 함께 멸망할 것이다."

뒤에 서 있던 폴리비오스가 왜 하필이면 지금 그 말을 하느냐고 물었다.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는 폴리비오스를 돌아보며, 그리스인이지만 친구이기도 한 그의 손을 잡고 대답했다.

"폴리비오스, 지금 우리는 과거에 영화를 자랑했던 제국의 멸망이라는 위대한 순간을 목격하고 있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언젠가는 우리 로마도 이와 똑같은 순간을 맞이할 거라는 비애감이라네.">


결국 로마 또한 이런 카르타고 처럼 멸망했습니다. 그러나 카르타고 처럼 비장하게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니라 승리에 도취한 채 서서히 타락하면서 로마인이 로마인이 아니게 되면서 서서히 무너졌습니다. 이렇게 로마제국은 사망했습니다. 그러나 로마제국의 유산은 지금 봐도 감탄사를 금할 수 없습니다. 제국이 무너진 이후에도 수많은 국가들이 로마의 후계자라고 자처했고 제국 멸망 천년 후에도 마키아벨리와 같이 로마 공화국을 이상국가라 평하는 지식인들, 로마의 인프라 개념과 법률 개념은 다시 복구되어서 현대시대에서 조차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수년 동안 시오노 나나미와 함깨했던 로마인 이야기가 이제 종결되었습니다. 이 책과 함깨 했던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레미제라블이나 몽테 크리스토와 같은 웅장한 서사시도 아닌, 그렇다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도 아닌 단순히 수필에 불과한 역사서술에 불과한 책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쨋든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이 책은 저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고 수년 동안 로마인 이야기를 번역하신 김석희님의 노고에 감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김석희님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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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angelmai | 작성시간 07.04.03 15권 완결한게 대단함 ㅎㅎ
  • 작성자코르 | 작성시간 07.06.08 지금 4권 읽고 있음 ㅜ.ㅜ 언제 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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