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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E.H카(원제 : What is history now?) 서평 및 추천

작성자강희대제[역블]|작성시간08.05.25|조회수190 목록 댓글 0

오늘날 역사는 무엇?

 

1950년대에 정치외교학을 전공으로 둔 'E.H.카' 라는 아저씨가 강단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뇬?(what is history?)"이라는 질문을 건네면서 학생들에게 강연을 시작했어요. 자기 전공도 아닌 역사학에 그래 심도있게 정의를 내리니까 학생들이 의아해 했겠지요.

 

하여간, 당시에는 이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서, 그의 강의를 정리해서 낸 책인 <what is history(역사란 무엇인가?)>는 인문학 책 치고는 대단한 수입을 올렸지요. 50년대 당시에 영국의 카 아저씨는 과거-현재-미래를 비추는 역사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잘한 부제들로 역사학에 대해 정의하고 넘어갔는데, 이게 오늘날 현대 역사철학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요. 특히 몇가지는 오늘날에도 통째로 인용이 되고있어요. 그러나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요. 그 중에서 오늘날에 정답이 변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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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는 역사가에 의해 한시대가 다른시대에 주목할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선택 기록.


2) 개인의 행동이 집단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한 역사는 한 개인의 문제를 다루지 않음.


3) 한 개인의 도덕적 패륜이 역사적 사건에 영향력을 주지 않았다면, 역사로 다루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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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카가 강단에 선 후 50년의 세월이 흘러 역사학계는 위 3개의 정의와는 다른 대답을 내놓았지요.

 

책이 처음 출판되고 50년이 지났을때, 카 시대의 역사와 오늘날의 역사가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책이 나왔어요. 영국의 역사학계에서는 카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연구성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는 기회를 가졌는데, 여러분야의 전문가들이 공저하여 나온 그책이 바로 <what is history now?(오늘날에 역사란 무엇인가?> 되겄습니다.

 

국내에서는 출판사에 의해 <굿바이 E.H 카>라는 시건방진 제목으로 발간되었으므로 역자들이 많이 당황했다지만, 어찌됐든 인문과학 인프라가 지극히 부족한 지금의 한국에게는, 그동안 변화된 역사학 지평을 밝혀주는 계기가 되었나 싶습니다.

 

<what is history now?>에서도 분명히 언급되어 있는 점이지만, 과거의 카 아저씨 께서는(카 아저씨 시대의 대부분 역사가들은) 개인이 역사적인 [위인]으로써 영향력이 막대한게 아니라면, 그 이외에 개인의 존재가치는 그다지 크게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민중의 영향력이 올라가고, 민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굳이 민주주의 형성 당시의 힘쌘 시민들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힘이 약하던 중세 유럽의 농노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면서 민중들의 생활역시 역사가 되었지요. 주로, 민중이 사회로부터 어떠한 영향을 주고 받느냐 하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인데, 이러한 방법은 과거에 지배층의 눈으로만 역사를 관찰하는 방법보다 훨씬 입체적이었지요.

 

그리고 오늘날에는 민중사라는 파트가 새로 생기면서, 민중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분야도 생겼고, 그 동안 소외받던 성(性)계층인 여성의 이야기도 여성사로 개편되어서, 요즈음은 여성사를 전공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특히, 여성적 측면에서는 history라는 단어가 his(그의) + story(이야기)라는 합성어에서 파생되었다며, herstory라는 신조어도 만들어 가는등,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사회가 다분화 되면서 역사학도 다분화되고, 각 분야별로 전문화 되었습니다. 덕택에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것들이 역사가 되어가고 있지요. 위에서 언급하고 있는 카의 3번 정의와 달리, 한 개인의 도덕적 패륜을 역사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여 역사로 보고 있는 상태이고, 개개인의 생각은 사상사라는 측면에서 고려되고 있습니다.

 

 이런 자잘한 이야기들은 각각 종류별로 [사회-정치-종교-문화-젠더-지성-제국]사등으로 나뉘고 이외에도 전쟁-경제-미시사 등등 각각 세부분야를 다루는 것에 따라 나뉩니다.

 

때문에 갈수록 세분화 전문화되는 역사학은 점점 더 실용적인 방향 내지는 좀더 우리의 생활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발전해가면서, 역사가들은 사건과 현상뿐만 아니라 각각의 사실에 대해서도, 결과와 과정을 철저히 분석하는 역사학 연구방법을 다른 분야에도 적용시키면서, 이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게 됩니다.

 

예컨데, 복식사를 연구하는 사람은 현대 패션디자이너들에게 귀감을 준다거나, 건축사를 연구하는 햏자는 현대 건축디자인에 영향을 준다거나, 또는 근현대 무기발전사의 전문가는 현대무기의 흐름을 예측하는 혜안을 제공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외국에도 경제학과라는 것이 있지만, 때때로 경제사(史)가 들은 경제구조 변화의 추이등을 곰곰히 살펴보면서 기존의 경제학자들과 같은 권위나 발언권을 가지고,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분석을 내걸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역사학을 고수하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는 많아졌지요.자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일이 상당히 많아지면서, 그 국가의 개성을 외국에 알리고, 홍보하는 일에서 활동하는 전공자들도 꽤 많이 늘어났습니다.

 

문화 홍보작업은 그 국가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역사학 전공자들은 여기에 공헌하는 샘이지요.

 

이처럼 역사는 좀더 다방면에서 세분화 다각적, 입체적인 방향으로 발전해나아가고 있습니다. 더이상 서재에 틀어박혀 사람들과 동떨어진 아웃사이더 적인 존재가 아니라 점점 더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점점 다양하게 자신의 전문분야를 뽐낼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이상 역사는 옜날옜적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도 아니고, 고리타분하기만한 학문도 아닙니다. 이제 역사는 누구나 친근하게 접할수 있는 모든세대의 학문으로써 그 첫걸음을 당당히 나아가고 있지요.

 


p.s 어쩌면, 위의 이야기는 여건이 좋은 영국이나 기타 선진국에 국한 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경우 연구인원이라거나 전공자의 숫자면에서는 딱히 영국과 비교해도 꿀릴건 없습니다.

 

다만, 현재 우리의 역사학계가 두고두고 참고해둘 것이 많다고 생각되어 이렇게 적어봅니다. 외국에서는 역사학이 가진 환경이 좀더 낫다고 하니, 역사학을 보는 한국인의 인식에 많은 것을 시사해주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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