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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추천 도서]천관율의 줌아웃 서평

작성자수박머리|작성시간18.10.12|조회수170 목록 댓글 2



 

1610월 촛불집회가 있은 후 2년이 다 되어 간다. 역설적이게도 사회는 혼란했지만 국민은 차분하고 질서정연하게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6개월 넘게 이끈 싸움의 끝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이뤘다는 성취감과 새로운 희망도 있었지만, 동시에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과제 역시 다시 주어졌다. 의미에 대한 해석은 서로가 다르겠으나 큰 변곡점을 지난 혹은 지나고 있는 한국은 어떤 말을 하고 있고, 어떻게 변할 것인가.


줌아웃은 시사인 천관율 기자가 쓴 기사를 재구성하였다.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그는 촛불집회를 체제의 복원이자 변혁이라고 정의한다. 총력전 국가에 기댄 보수진영은 박근혜 정부 4년동안 사회에 대한 이해실패와 총체적 관리실패로 신뢰성을 잃었다. 오히려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싸움을 벌이며 민주정 체제에 손상을 불러왔고, 국민은 이들을 정치판에서 기각하기로 결정지었다. 이 결정은 촛불집회의 요구가 민주주의의 복원이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08년 촛불집회와 다르게 정돈되고 강하게 기존 정치권을 압박할 수 있었다. 체제의 복원이 요구사항이었기에 여타 혁명처럼 시위가 극단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았고, 대의제의 폐기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대의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예시가 되었다. 동시에 보수진영 이데올로기의 핵을 정치문법에서 제외시키면서 87년 체제에 대한 변혁을 요구하였다. 이 점은 정권을 잡은 측에게 요구된 사항이기도 하다. 현 정권의 처신에 따라 구체제는 종식될 수도, 잠시 유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보수진영이 어떻게 주도권을 잃어갔는지에 대한 설명을 한다. 대부분 박근혜 정부를 다루고 있으며, 간간히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언급을 한다. 1부에서도 설명했지만 보수진영은 기나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스스로의 변혁에 실패했고, 민주정 체제에 완전하게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그 결과는 16년 총선, 필리버스터, 그리고 탄핵정국으로 이어졌고 정권마저 잃어버렸다.


3부에서는 보수진영이 집권하는 동안 반대편 진영의 일을 다룬다. 08년 이후로 무너질 뻔 했던 친노 계열이 되살아나는 데 노무현이 어떻게 구심점이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은 점이 아쉽다. 다음으로 진보진영이 보수진영과 싸워 왜 졌는지에 대해 조직의 부재, 규칙의 부재, 배타적 진영주의를 들며 비판하고 있다. 또 안철수 열풍과 더불어 기존 정치에 실망한 이들이 가진 열망을 보여주고 열망을 제대로 파악하고 승화시키지 못한 안철수에 대해 비판한다. 3의 진영을 표방하였으나 결국 정치혐오와 전략의 부재로 대안이 되지 못한 모습을 그려낸다.


4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는 17년부터의 정치상황이 어떻게 구성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앞으로 한국사회가 어떤 곳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일베, 젠더 전쟁, 세계의 극우화, 정시 논쟁, 세월호를 둘러싼 진영갈등, 단일화 팀, 보수화하는 젊은이 등을 사례로 든다. 연관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하나로 통과하는 단어는 공정이다. 심각하리만치 사회 구성원은 공정에 목말라하고 있으며 오히려 연령대가 낮을수록 그런 경향이 크다. 과연 공정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작동하고 무슨 영향을 가져다 줄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 사례 역시 들며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촛불집회 역시 공정한 사회가 핵심 주제로 자리잡고 있었고, 체제 복원을 지지한 것도 국민들이 그것이 공정하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정함에 대한 열망과 결핍은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고 오히려 체제의 불안정을 가속화시키기도 한다. 4부 제목이 공정의 역습으로 지어진 이유 역시 책을 보며 자연스레 수긍하게 된다.


책의 부제는 암울하고 위대했던 2012~2017이다. 보수진영에게도 진보진영에게도 그 시점은 차이가 있겠으나 암울하고 위대했었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 끝에 와서야 누구는 승리하고 누구는 패배했지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내 바램으로는 그저 암울한 시대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과거에 대한 추억과 사모, 슬픈 전기이자 지금까지 진하게 남은 여운이자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고, 우리가 다뤄야 할 현실을 모두 조금씩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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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비공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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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수박머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10.13 네 그런 것과 연관이 많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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