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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 게시판

Re:[일본 제국 패망사]를 별로 추천하지 않음

작성자관중|작성시간19.11.09|조회수302 목록 댓글 1


윗 글은 책을 읽으면서 헌법체제의 기능과 붕괴에 대하여 나름 생각이 나는 부분이 있어서 정리한 것이고...


그렇다면 이 책은 좋은 책이냐, 하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답할 수 밖에 없겠네요.

역사책으로서 잘못된 책입니다.


좀 더 읽으면서 책 자체에 대해 평가하여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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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지만 읽는 과정에서 많은 주의를 요구하는 책이다.

이 책은 친일적인 역사기술을 하고 있다.

읽다보면 "여러가지 면에서" 친일파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본을 옹호하는 것 자체는 상관없다. 다른 입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공부에 좋은 수단이 되니까.

하지만 역사의 기본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사실로 드러난 죄는 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부분에서 옹호를 해야 봐줄 수 있지, 기본 사실을 왜곡하여 죄를 죄가 아닌 것처럼 기술하는 것은 친일파의 전형적인 불량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일본의 내부 문제를 다루는 사안에서는 괜찮다가, 본격적으로 일본제국의 중국침략이 시작되는 루거우차오 사태부터 친일파의 불량한 역사기술법이 두드러진다.

루거우차오 사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을 옹호할 부분이 눈꼽만큼도 없는데, 작가는 사태를 직관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를 빼거나 불필요한 정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조정해서 일본의 야만적 침략성을 감추려고 애쓴다.

예를 들어 루거우차오 사태의 발단인 일본군의 훈련은 사실 그 자체로 범죄였다. 훈련 자체가 중국군의 관할구역으로 침투해서 이뤄진 것이었다. 일단 이런 사실부터 적시하고 나머지를 기술한다면 작가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도 일본을 옹호할 길이 없어진다. 그래서 작가는 발칙하게도 관할구역의 문제를 일절 논하지 않고, 다만 중국 군부대에서 1.8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훈련했다는 식으로만 쓴다. 요 새끼 봐라...? ^^

의문의 사격이 연달아 이뤄진 부분에서는 작가의 발칙함이 더해진다. 범인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므로 순수하게 방아쇠를 당긴 게 누구인지 상상하는 것 자체는 나쁠 것이 없지만, 앞뒤 맥락을 따지면 따질수록 "일본 외에는 유력한 범인이 없다". 그런데 작가는 "공산당이 범인!"이라는 음모론을 너무 진지하고 상세하게 기술한다. 뭐, 거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진정한 언론인이라면 음모론을 논할 때는 그 반대측 정황도 다뤄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일인데, 당시 일본측 현장의 움직임을 좀 더 상세히 파고들면 일본의 범행 의혹이 폭발적으로 드러나버리기 때문인지 작가는 루거우차오 사태를 무성의하게 끝낸다. 그리고는 재빨리 일본 본토로 시점을 옮기거나, 현장 지휘관인 쑹 장군과 하시모토 사이의 개인적 친분이 얽힌 드라마를 강조하는 식으로 교묘하게 약점을 회피하면서 화북 전역으로 넘어간다.

또한 장제스의 병력증파를 다루면서 '분쟁지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야! 거기 중국땅이야! 중국 국토에서 일본군의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제스가 국토 수호를 위해 병력을 증파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그 땅을 '분쟁지역'이라고 적시함으로써 마치 "장제스가 잘못했네" 하는 식으로 은밀히 분위기를 몰아간다.

읽다보면 얻는 것도 있지만 타인에게 추천하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책이다.

제대로 읽으려면 다른 역사기록과 낱낱히 대조하며 읽는 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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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heidegger | 작성시간 19.11.09 공감합니다 교보문고에서 읽어본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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