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괴물로 일컬어진 살인범이 저지른 일련의 범행은 아직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는 가장 소름끼치고 한편 황당한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그의 사례는 훗날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 《한니발》에 영감을 주면서 다시 악명을 높였다.
영화 한니발의 이 장면은 분명 플로렌스의 괴물 사건에서 차용된 것이 분명하다
첫 사건은 1968년 8월에 일어났다. 불륜의 남녀 한쌍이 묘지에 주차된 차 안에서 총을 맞아 죽은 것이다. 그들은 그곳에서 조급하고 은밀한 성관계를 나누던 중이었다. 이 이중 살인은 여성의 남편이 체포되어 유죄선고를 받음으로써 해결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결국 그는 죄를 짓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왜냐하면 그가 감옥에 갇힌 지 6년이 지난 뒤 동일한 살인이 재발했기 때문이었다.
1974년 9월, 10대 연인인 다른 남녀 한쌍이 자신들의 차 안에서 사랑을 나누다가 연이은 총알세례를 받았다. 소녀의 시체는 차 밖으로 끌려 나와서 거의 100여 차례나 칼질을 당했다. 한편 살인범은 벌거벗긴 시체를 칼로 난자해 날개를 활짝 편 독수리처럼 만들어놓았고, 성기를 도려낸 자리에는 장미 덩굴을 꽂아 두었다.
이 사건은 하나의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달빛 없는 밤에 ‘성도착자인 살인광이 사랑의 산책길’에서 자행하는 이중 살인.
7년이 지난 1981년 6월, 비번이던 한 경찰관은 플로렌스의 시골길을 산책하다가 정체모를 살인자의 희생자 한쌍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남자는 30세로 운전석에 앉은 채로 자동차 핸들 위로 고꾸라져 있었다. 그는 거듭 총격을 받았고, 목을 베인 상태였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가파른 제방 아래에는 남자의 연인인 21세 여성의 시체가 놓여 있었는데, 그녀는 매우 날카로운 도구로 성기가 제거된 상태였다.
공포는 계속되었다. 1981년 10월, 다른 젊은 남녀 한쌍이 플로렌스 북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려고 차를 주차했다가 살인광의 습격을 받았다. 범인은 또다시 여성의 외음부를 없앤 채 달아났다. 이듬해 6월에도 차 안에서 사랑을 나누던 남녀가 살해되었는데, 이번에는 지나다니는 차량들 때문인지 평소처럼 사체를 훼손하지는 않았다.
1983년 9월, 플로렌스에서 남쪽으로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10대 소년 두 명이 캠프용 자동차 안에서 잠을 자다가 살해되었다. 지금까지 남녀 커플만을 노리던 살인광으로서는 이례적인 범행이었는데, 경찰은 한 소년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머리였기 때문에 범인이 그를 여자로 착각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우야 어쨌든, 10개월 후, 플로렌스 북부에 차를 주차한 젊은 연인을 죽임으로써 살인광은 본래대로 돌아왔다. 이 사건에서 그는 소녀의 성기를 도려냈을 뿐만 아니라, 왼쪽 가슴까지 제거했다. 그는 다음 해 9월에도 플로렌스 외곽의 야영지에서 프랑스 연인들을 죽였으며, 잔혹한 짓을 반복했다. 그리고 희생자의 시신이 발견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검사 사무실에 여성에게서 잘라낸 유방이 소포로 배달되었다.
이후 8년 동안 심문을 받은 사람은 무수히 많았다. 처음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20년이 지난 1993년 1월에 용의자 한 명이 체포되자 사건은 비로소 해결되는 듯 보였다. 붙잡힌 용의자는 70세의 피에트로 파치아니라는 노인으로 글을 반쯤 깨우친 농장 일꾼이며, 아마추어 박제사였다. 그는 1950년대에 끔찍한 살인을 저질러 복역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약혼녀가 떠돌이 상인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본 뒤 남자를 칼로 찌르고 밟아 죽인 뒤 시체를 강간한 사건이었다. 파치아니는 1980년대에도 아내를 구타하고 두 딸을 강간해 감옥살이를 했다. 1994년에 그가 붙잡히자 이탈리아 언론들은 온통 소란을 피웠다. 결국 확실한 증거는 부족했지만(더구나 파치아니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그는 일곱 건의 이중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유죄가 선고되었다. 그런데 2년 뒤 그에 대한 유죄선고는 항소에서 뒤집혔다. 이 무렵 경찰은 파치아니가 작은 살인자 집단의 두목으로, 의식을 치를 목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거의 확신한 상태였다. 결국 그의 공범으로 알려진 이들 중 세명이 재판을 받았다. 한 명은 무죄 선고를 받았고, 두 명은 다섯 건의 살인에 가담한 죄로 유죄가 확정되었다. 파치아니는 재심을 받기 전 짐작컨대 자연사로 사망했으며, 결국 ‘플로렌스의 괴물’에 대한 수수께끼는 명확한 해결을 볼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