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거너스는 보기 드문 사이코패스였다. 대학살을 자행했으며, 부분적으로는 탐욕 떄문에, 사실 대부분은 순전히 기쁨을 맛보려고 살육을 저질렀다. 그녀의 범행이 극도로 잔인했다는 점은 더욱 특별하다. 18세기 후반에는 리디어 셔먼, 사라 제인 로빈슨, 제인 토팬 같은 다른 여성 살인마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여성살인범의 전형적인 수단을 썼으며, 상대를 독살한 뒤 자연사로 위장을 했다.
벨 거너스는 전혀 달랐다. 실제로 그녀는 쓸모없는 배우자나 거추장스러운 아이들을 신경흥분제로 죽이는 일을 꺼리지 않았다. 그런데 인디애나 주에 있는 그녀의 ‘살인 농장’에서 파낸 시체들은 독살되지 않았다. 그들은 도살당해 있었다.
42세의 노르웨이 이민자인 벨은 1902년에 보험금 8500달러로 농장을 샀다. 보험금은 그녀의 첫남편인 매드 소렌슨이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것이었다. 그녀의 첫 두 아기들 역시 막대한 보험에 들어 있었는데 같은 방식으로 죽었다. 벨은 보험회사에서 엄청난 돈을 지급받았다. 세 사람은 모두 신경흥분제 스트리크닌 중독 증상을 나타냈지만, 시체를 검시한 의사는 아무런 의혹도 발견하지 못했다.
라 포르트의 작은 마을로 이사한 벨 거너스는 그곳에서 그녀가 흔히 말하던 대로 ‘인디애나 북부에서 가장 예쁘고 행복한 시골집’을 짓고 자립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홀아비 피터 거너스와 결혼을 했다. 신혼생활이 9개월에 접어들었을 때 피터 거너스는 구두를 찾다가 선반 위에 있던 소시지를 굽는 철판이 머리에 떨어져 목숨을 잃는다. 적어도 벨 거너스의 설명은 그랬다. 그 이야기가 얼마나 황당했던지 이웃주민들은 공공연히 살인이라고 수군댔다. 그렇지만 보험회사는 피터의 죽음을 사고로 인정했고, 벨 거너스는 또다시 엄청난 보험금을 손에 쥐었다.
이때부터 그녀의 살인 행각은 본 궤도에 접어들었다. 이후 6년간 벨 거너스의 행복한 시골집을 찾는 남성들은 줄을 이었다. 어떤 이들은 농장의 허드렛일을 도와주기 위해 고용되었고, 다른 어떤 이들은 미국 중서부 지역에 배포되는 노르웨이인들을 위한 신문에 벨이 정기적으로 실은 결혼 광고를 보고 찾아온 부유한 총각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증발하듯 사라졌다.
그러던 중 1908년 4월 27일 이른 아침, 벨 거너스의 농가에 불이 났다. 결국 화재가 진화되었을 때, 소방관들은 잿더미 속에서 유해 네 구를 발견하고서 혼비백산했다. 그중 셋은 어린아이였고, 한 명은 성인 여성이었다. 이 시신들은 불타버린 집 지하실에 장작더미처럼 포개어진 채 쌓여 있었다. 죽은 아이들은 불에 심하게 탔지만, 벨의 자녀 6명 가운데 가장 어린 세 명이었다. 마지막 시체는 벨 자신으로 추정되었다. 그렇지만 정확한 신원 확인은 불가능했다. 여성은 목이 베여 있었고, 잘려진 머리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벨 거너스의 가족 사진
의혹의 눈초리는 불평이 많던 농장 일꾼 레이 램피어에게 즉각 돌아갔고, 그는 살인 혐의로 고발되었다. 그동안 수사관들은 사라진 머리통을 찾으려고 잿더미 속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벨의 머리는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찾아낸 다른 것들이 미국 전역에 충격을 전했고, 그것 때문에 벨 거너스는 미국 범죄역사상 가장 무시무시한 미치광이로 오명을 남기게 되었다.
농가 근처에는 난도질당한 시신 12구가 묻혀 있었다. 쓰레기 매몰장, 숨은 지하실, 양계장에서 나온 시신드른 하나같이 추수감사절의 칠면조처럼 사지가 뜯겨나가 있었다. 머리가 잘리고, 팔은 어깻죽지에서 뽑혀나갔고, 다리는 허벅지만 남아 있었다. 사체의 각 부분, 팔다리, 머리통, 몸통은 각각 다른 곡식 자루에 쑤셔넣어져서 석회를 뿌린채로 묻어둔 상태였다.
이러한 극악무도한 행위가 세상에 알려지자 벨 거너스의 농장은 그 즉시 으스스한 관광 명소가 되었다. 바로 다음 일요일부터 호기심 많은 만여 명의 구경객이 농가를 찾아왔는데, 그중에는 시카고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가족들 전체가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벨 거너스의 농장을 어슬렁거리며 구경 다녔고, 핫도그,레모네이드, 또 ‘살인 농장’의 기념엽서를 파는 장사꾼들도 성황을 이루었다. 엽서에는 벨 거너스의 사진이 들어 있었으며, 신문에서 불렀던 대로 ‘미국의 여성 푸른 수염’이라는 별명까지 곁들여졌다.
한편 경찰에 체포된 램피어는 끔찍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벨이 고용한 일꾼인 동시에 벨의 정부였는데, 농장에서 죽은 희생자들은 돈 때문에 살해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벨 거너스의 살인 동기는 돈만이 아니었다. 램피어의 증언과 벨 거너스의 농장에서 발견된 소름끼치는 증거들을 살펴보면 벨 거너스가 성적인 사이코패스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벨은 110킬로그램이 넘는 체구에 남자 같은 외모를 지녔지만, 이상한 매력이 있었다. 벨은 남자들을 은밀히 침실로 유혹한 뒤 마취시켰고, 그곳에서 도끼로 사지를 절단했다.
벨 거너스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오늘날까지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공범으로 여겨진 램피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벨과 아이들 셋을 죽인 뒤, 범행을 감추려고 불을 놓은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다.
자신의 계모 거너스에게 살해당한 제니
그렇지만 지하실에서 새까맣게 타버린 목 없는 여성이 과연 벨이 맞는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선 사체의 무게가 33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았다. 사체가 고온의 화염에 불탔고, 인육이 수축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무게가 비정상적으로 적게 나간다는 것이다. 램피어는 벨이 자신의 죽음을 위장했으며, 부정하게 번 돈 10만 달러와 함께 종적을 감추었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공식적으로 벨은 사망한 것으로 판정이 났다. 그렇지만 여러 해 동안 악명 높은 ‘여자 푸른 수염’을 목격했다는 보도가 미국 곳곳에서 전해졌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전설적인 괴물은 노래와 이야기 속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