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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오대 십국 시대 초반부의 주인공 후당 장종 이존욱(2)

작성자신불해|작성시간12.04.02|조회수627 목록 댓글 2

908년 노주 구원전 대패

 

911년 백향 전투 대패

 

915년 위박 번진 이존욱에게 복속 유심의 진양 기습 실패

 

916년 유심, 왕단의 양동작전 실패

 

 

 

이존욱이 진왕이 된 후로, 후량은 진에 이렇다할 대단한 승리를 단 한번도 거두지 못했다. 인상 깊은것은 그저 패배의 씁쓸함 뿐이었는데, 문제는 주전충이 후량을 건국한것과 이존욱이 진왕이 된것은 얼마 차이 나지도 않는다. 무슨 말이냐 하면 후량은 건국 된 후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암담한 일이다. 주우정이 대세가 끝났다 운운한것도 나무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자연히 군대의 분위기도 뒤숭숭해져서 황제는 패배한 유심을 소환했지만 유심은 응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패란 인물은 반란까지 일으켜 뜬금없이 궁궐의 누각을 공격했는데, 물론 금방 진압했지만 당시에 후량의 분위기가 얼마나 엉망인가를 보여주는 보여주는 여실한 예였다.

 

 

그래도 희소식이 있다면 오월왕 전류가 꼬박꼬박 사신을 보내 예의를 차려주는 것 정도였다. 전류의 이야기를 하자면 십국 중 하나인 오월의 창시자이다.

 

 

십국은 사실 구국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 한데, 게중 하나인 북한은 다른 국가들과는 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국가가 생긴 것부터 다른 아홉개 나라들보다 오십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후촉과 남당은 그나마 늦게 생겨나긴 했지만, 사실상 후촉은 전촉의 뒤를 잇는 국가고 남당은 오와 다른것은 그대로 두고 정권만 바뀐 것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실제적으로 북한은 요나라의 전진 앞 멀티, 앞마당 대나무류 조이기 기지같은 느낌도 드는데, 나중에 더 말할 일이 있을 것 같다.

 

 

여하간 다른 나라들은 904년(오)부터 909년(남한) 사이에 생겨진 지방 정권들인데, 후량 - 후당 - 후한 - 후진으로 대표되는 중앙정권은 이들을 눈뜨고 볼 수 밖에 없었다. 후량은 진과의 치열한 사투가 있었고, 후당은 이존욱이 훗날 전촉을 멸망시키기는 했지만 명종이 재위한 후에 당분간은 내치에 힘을 쏟았다. 후진은 거란의 꼭두각시 였기에 경황이 없었고 후한은 뭘 해보기도 전에 금세 망했다. 통일 전쟁은 후주 때가 되서야 제대로 시작되었다.

 

 

이런 지방정권이 생겨나게 된 것은 오나라의 건국자, 양행밀의 활약이 지대했다. 양행밀의 자는 화원(化源)인데 본래는 가난한 농가의 자식이었고 그 후엔 도둑이었다만은 당나라의 군대에 들어가서 공을 세웠고, 점차 세력을 키워 훗날에는 양저우 일대를 점령하는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낸 군웅중 한명이었다. 양행밀은 주위를 집중시킬만한 웅장한 체격에 한손으로 100근을 드는 괴력의 사나이라 거친 무리들을 아우르기에는 유리했다. 그리고 지략과 사람 보는 눈도 있어 36여명의 호걸을 모아 10여년을 노력한 끝에, 당나라는 그를 오왕으로 삼았다. 양행밀은 죽을때까지 오왕만을 내새웠을뿐 실제적으로는 몰라도 명분상으로는 독립국가임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연호도 당나라의 연호만을 사용했다. 이때가 902년이었다.

 

 

이 무렵은 주전충이 군웅들 가운데 두각을 드러내며 세력을 확장하던 시기였다. 이극용과 적당히 손을 잡아두었던 양행밀은 무창 절도사 두홍을 공격하여 세력을 키우려고 했는데, 두홍은 주전충에 헬프 사인을 보냈다. 양행밀은 수하 장수 마순에게 이를 막게 했지만, 보기 좋게 패배하고 말았다. 이 일은 주전충의 자신감을 키웠는데, 주전충은 7만이라는 대군을 동원해 회남을 공격하게 했다. 장수의 이름은 방사고라는 인물이었고, 회남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했다.

 

 

하지만 난세에 도둑으로 시작해 이 자리까지 오른 양행밀인데, 쉽게 굴복할만한 위인이 아니었다. 양행밀은 3만의 군대로 대항하려 하였다. 주전충의 문제는 방사고라는 인물이 허영심만 많은 장수였다는것인데, 문제는 군영을 칠때 수하들이 형태가 좋지 못한것을 보고 간하였던 것에서 드러났다.

 

"군영의 터가 움푹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영 좋지 못한 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우리 숫자가 두배나 되는데 무슨 걱정이냐?"

 

양행밀은 상황을 보더니 회하(淮河)이 상류를 막아 물을 대려고 하였다. 부하가 이 광경을 보고 놀라서 간하였지만 "군기를 어지럽힌다" 라는 이유로 방사고는 부하의 목을 베고 본인은 유유히 바둑만 두며 놀고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해도 이길 수 있다면, 전쟁이라는게 참 쉬운 일일 테다. 물론 방사고는 대관광을 당했다. 양행밀의 군사 가운데 일부가 뒤를 공격하는 한편 상류의 물이 대량으로 밀려오고, 그와 동시에 양행밀의 본대가 몰려들어 공격을 하자 방사고는 허우적대며 대패하였다. 퇴각길에는 눈까지 내려서 7만의 군사중에 살아서 돌아간 병사는 1천이 되질 않았다. 의기양양해진 양행밀은 주전충에게 편지를 썼다. 마치 유비와 같이 말이다.

 

 

"방사고 같은 무리는 내 상대가 될 수 없으니, 공께서 직접 오셔야겠소이다."

 

 

다만 주전충은 조조처럼 여유가 있진 않았고, 7만명이 전멸한것은 어마어마한 피해였다. 주전충은 눈길을 이제 강남이 아닌 다른곳으로 돌렸고, 수탈을 면한 강남 지역에선 여러 독자적인 세력들이 등장하였다.

 

 

중원은 여러 전란으로 인해 황폐해졌고 사람 살기에도 위험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남쪽으로 몸을 피했다. 후에 후주 세종의 법난등이 발생하자 스님들 중에서도 내려오기도 했고, 당나라에서 귀향온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이렇기에 강남의 문화는 굉장히 발전했고, 아직까진 부족한면이 있었던 강남의 개발과 문화진흥은 대단해졌다. 송나라의 번영이 강남에 있다면 이런 십국들도 일정한 공이 있지 않을수도?

 

 

다만 젊어서부터 열심히 싸운 덕분인지 양행밀은 장님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눈이 점점 보이지 않는 정도였으나 급기야 아무것도 볼수가 없어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덕분에 양행밀은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것을 본 양행밀의 부인 주씨는 욕심이 생겨버렸다. 주씨 부인은 주연수라는 인물의 누이인데, 주연수는 본래 양행밀에 반란을 하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행밀 수하의 무사 중 전룡, 안인의(사타출신)라는 인물을 포섭한 주연수는 반란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연락을 했던것은 주씨 부인이었다. 어느날 주씨 부인에게 양행밀이 말했다.

 

"아, 내가 그 고생을 하여 사업을 일으켰지만, 내 눈이 이렇게 되었으니 하늘이 나를 폐하려는 모양이야. 아들들은 전부 쓸모가 없으니 내 대사를 주연수에게 맡겨야 겠어."

 

사정을 들은 주연수는 신이 나서 양행밀을 만나러 왔다. 양행밀은 부인의 부축을 받고 주연수를 마중나와 있었다. 주연수는 벅찬 속내를 감추고 예를 표시했다.

 

 

그런데.....그런데.....갑자기 양행밀이 눈을 뜨는것이 아닌가!

 

"내 몇년간 처남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에서야 보이는군!"

 

그 즉시 주연수는 매복되 있던 병사들에게 참살당했고, 군대가 파견되어 주연수와 손을 잡았던 전룡과 안인의도 죽고 말았다. 사실은 이 모든것이 양행밀의 연극이었다. 양행밀은 모반이 일어날것을 감지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때 모사인 서온과 엄가구는 이 계책을 말했고 양행밀은 연기를 해야 했다. 다른 사람은 그렇다 쳐도, 자신의 부인을 속이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잠잘 때도 마음 놓고 잘수가 없으니 말이다. 잠시라도 이상한 기색을 보이면 대사는 물건너가지만, 양행밀은 몇년간이나 이 고생을 참아 낼수 있었다. 그리하여 모반을 막은 오는 막강해질 수 있었고 지방 정권중 가장 강력한 국가로 성장 할수 있었다.

 

 

 

오월왕 전류

 

 

오월을 건국한 전류도 양행밀처럼 밑바닥부터 올라온 농민의 아들이었다. 다만 농사는 좋아하지 않았고 소금 판매업에서 일을 하면서 먹고 살았는데, 황소의 난이 발발하자 자신의 마을에서 토호를 중심으로 병사를 모으는것을 보았다. 여기에 참여해서 미친듯이 앞으로 내달린지 몇년째, 전류는 자신이 진해 - 관동의 2진의 절도사를 지내며 13주를 관할하며 수하에 3만이 넘는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과정이 있기까지 전류는 극단적인 엄격함으로 자신을 통제했다. 행군을 하면서도 잠을 극단적으로 자지 않았다. 여유가 있고 너무 잠이 올때는 직접 도끼로 통나무를 베어 그것을 베고 잠을 잤는데, 조금의 기척만 나도 벌떡 일어나기 일쑤였다. 후량이 생기자 전류는 그에 복종하여 오월왕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근면한 전류도 팔자가 펴지자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치를 부리며 고향땅에서 여러 토목 공사를 부리며 좋아했고 호화로운 수레에서 많은 시종을 거느리며 즐거워했다. 전류는 자신이 천국에 온것만 같았다.

 

그런데 전류의 부모님은 생각이 달랐나보다. 전류를 본 아버지 전관은 곧바로 자리를 피해버렸다. 전류는 의아해했다. 오랜 고생끝에 힘들게 농사를 짓던 생활에서 벗어나 부귀를 손에 넣었는데, 왜 아버지는 자리를 뜬단 말이가? 전류는 주위를 물리고 혼자 아버지를 찾아갔다. 전관은 말했다.

 

"우리 집은 대대로 이렇게 부유한적이 없었다. 그런데 너는 지금 13주의 주인이다. 삼면으로 적을 대하며 권리를 쟁탈할 테니, 나는 네가 이 집에 화를 가져올까 두렵기만 하구나."

 

 이 말을 들은 전류는 매우 놀라 깨우침을 얻어 감격했다.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것은 아니여서 여러 집을 짓는 것은 포기하지 못했지만, 백성을 다스리는 일을 열심히 했다. 주위의 사람들은 전류를 '해룡왕' 으로 불렀다.

 

당시 항주성의 문제점은 전당강의 물이 매번 범람하는 것이었다. 전류는 이에 제방을 쌓고 조수를 막았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될때 조수가 너무 심해 도저히 일을 시작할 수 없었다.

 

이에 전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3000개의 화살을 만들고 좋은 처레 살촉을 만들어 새의 깃으로 장식하게 했다. 그리고 지역에서 가장 뛰어난 500명의 명 궁노수를 데려왔다.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전부 몰려들었다. 조수를 막는데 궁노수는 왜 필요하단 말인가?

 

500명의 궁노수들은 강을 바라보며 일자로 섰다. 이윽고 파도가 다시 무섭게 몰려오자 분위기는 음산해졌다. 그때 사방을 찢는듯한 북소리가 천지를 울리듯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오백명의 궁노수들은 다가오는 파도에 화살을 날렸다. 오백대의 화살은 하늘을 가를듯했다.

 

파도는 다섯번이나 앞으로 몰려왔고, 그때마다 북소리가 울려퍼지며 궁노수들은 화살을 쏘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파도가 거짓말 처럼 물러나는 것이 아닌가?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백성들은 이 놀라운 광경에 환호를 질렀다. 수만명의 환호에 천지가 진동했고, 장인들은 기회를 놓칠새라 거대한 광주리로 바윗돌을 물에 넣고 기다란 나무로 대광주리를 연결시켜 제방을 형성한 후 기둥을 몇 줄 박았다. 그 결과 조수는 더 이상 침범하지 않았고 점차 흙모래가 쌓이면서 언덕이 고정되었다.

 

 

전류는 남은 화살을 모아 그 자리에 묻어놓고 기둥을 세워 기념했는데, 철당포라는 지명이 되었다고 한다. 전류는 해상무역을 통해 여러 나라와 교류하며 재화를 쌓았고, 문화인을 보호하였다. 오월은 십국중 가장 오랫동안 버텼다.

 

 

 

  

 

결국 후량이 멸망하자 전류는 후당에 복종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전류는 후량에 복종했다. 그래서 주우정은 전류에게 제도 병마원수를 더해 주었다. 이때 이존욱은 후량의 절도사 중 한명인 염보를 항복시켰고, 다시 군사를 움직여 창주(지금의 하북성 동남쪽 이라고 한다)를 압박하여 세를 올리고 있었다. 후량에게 있어 악몽같던 916년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거란왕 야율아보기가 스스로 '100만 대군' 드립을 치며 엄청난 대군을 동원해 공격해왔다. 이존욱이 오자 물러나긴 했지만, 거란은 확실히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 다만 아직까지 하북에서 패주(하북성 청하현)만은 군량이 떨어져도 사람을 씹기까지 하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이때 확실히 토벌하여 복속을 시켰다. 이렇게 하북을 완전히 복종시키고 나자, 이존욱의 기세도 대단히 올라 초왕 마은은 사자를 보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존욱은 하북을 가지고 있는한 거란과 사이가 나빠서 좋을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야율아보기를 숙부로, 아보기의 부인인 술룰후는 숙모로 삼았다. 이극용이 야율아보기와 의형제를 맺은적이 있긴 한데, 그 결의 형제는 별로 좋게 끝나지는 못했으니 이 숙부 숙모 관계는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를 일이었다.

 

다만 이 관계에 있어서 한연위 때문에 도움이 된것이 있었다. 한연위는 본래 유수광의 수하였다가 야율아보기의 측근이 된 한인으로, 이존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한바 바 있다. 한연위가 적극적으로 중간에서 막았기 때문에 거란의 침입이 중지된것도 있었다고 한다.

 

 

917년이 와도 이존욱의 공세는 끝이지가 않았다. 이존욱은 여양을 맹렬하게 공격했는데, 후량 장수 유심은 힘겹게 막아내었다. 그런데 이존욱의 동생인 이존구가 문제가 있었다.

 

본래 자뻑 증세 같은건 이존욱도 있는 편이었지만, 이존구의 경우엔 그게 심해 교만하고 타락한 편이었다. 그는 하북성 탁록현인 신주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몹시 정치가 어지로웠다. 이존욱이 전쟁을 나가면서 주로 물자를 대는건 지방사람들이라 변방인들은 탄식하고 있었는데, 이존구는 민심을 다스리지 않고 구휼을 하지 않았다.

 

마침내 하급 장교중에 궁언장이라는 인물이 반란을 일으키며 말했다.

 

"진왕이 양인과 싸워 우리가 1천리 떨어진곳으로 가 죽어가는데도, 이존구는 아무런 구휼도 하지 않는다. 차라리 노문진을 옹립하여 성을 지키자!"

 

그리하여 이존구는 자다가 봉창을 맞아 죽고 말았다. 노문진은 이존구의 비장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을 만나자 몹시 당황하여 탄식하였다.

 

"내 노복들이 이미 낭군(주인의 아들. 주인은 이극용)의 아들을 해쳤으니 내가 무슨 면목으로 진왕을 다시 뵙는단 말인가?"

 

그리하여 원하지도 않는 우두머리 노릇을 하다가, 주덕위에 의해서 반란이 평정되자 거란으로 도망쳤다. 이존욱은 사태의 경과를 알아보고 이존구에게 잘못이 있는것을 보고는, 이존구의 주위사람들을 처형하였다.

 

 

유주라는 주는 본래부터 막강한 방어 시설이 있었고, 그건 남쪽이 아니라 북쪽을 향해 있었다. 바로 북방민족 때문이다. 그곳의 토착병사들은 모두 스스로 논밭을 만들어서 싸워 공로가 있으면 상을 받아 워낙 열심히 싸웠고, 가을만 되면 노하우가 싸여 금세 수확하고 주변을 청야하고는 성벽을 견고하게 하니 거란은 한철 장사를 할 수 없어 난감한 노릇이었다. 답답하기도 하고, 때마침 오나라에서 뜬금없이 야율아보기에게 선물을 주며 진을 공격할것을 청했다. 선물이란것은 석유였다. 그때는 맹화유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기름을 가지고 불을 붙여 누각과 망루를 태우면 물을 뿌려도 더 크게 불길이 날 것이니, 싸움이 쉽겠군!"

 

야율아보기는 기뻐하며 기병 3만을 동원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술률후는 이 모습을 보고 남편을 비웃었다.

 

"기름이나 시험하려고 나라를 공격할 생각을 다하시는지... 저기 나무를 좀 보세요. 껍질이 없으면 살 수 있나요?"

 

"당연히 못살지요."

 

"유주성도 마찬가지에요. 우리가 기병 3천만 동원해서 그들의 사방의 들판을 노략질하여 성안에 식량이 없게 하면 몇년 지나지 않아 성은 궁핍해질 텐데, 왜 이리 가볍게 움직이십니까? 만에 하나 대군을 동원해 실패하면 우리 부족 역시 해체될 수 있습니다!"

 

 

착한 남편 야율아보기는 유주성 공격을 포기하였다. 대신에 이존구가 죽었던 신주를 공격했는데, 정말 웃기게도 이 군대를 이끌고 있는 장수가 도망친 노문진이었다.  금세 신주는 노문진에게 떨어졌는데, 이존욱은 주덕위를 파견해 탈환하게 하였다. 하지만 성은 끈덕지게 버텨 싸움이 쉽지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야율아보기가 또다시 30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주덕위는 혼자서 30만 대군을 막아낼 재간은 없었으므로 재빨리 도망치고 말았다. 거란군은 스스로 백만이 넘는다고 했는데, 털로 짠 담요와 수레와 군막이 끝도 없을 정도였다.

 

한번 기세를 타자 야율아보기는 부인의 말도 무시하고 유주성을 포위하여 공격하였다. 이때 앞장선게 노문진이었다.

 

"잘 보라고 내 삽질 솜씨를 말이야. 내가 왕년에 나를 때는 이 삽질 하나로도 그냥..."

 

노문진은 거란인들에게 공성법과 땅굴 파는 것에 대한 정보를 주었고, 나중에는 토산까지 쌓게 하였다. 사방에서 저글링 블러드 하듯 몰려드는  거란인들에 성 안의 사람들은 혼백이 빠질 지경이었다.

 

주덕위는 샛길로 사자를 보내 이 소식을 알렸다. 한참 후량군과 계속해서 싸우며 대치하던 중인 이존욱은 날벼락을 맞아 걱정하는 기색을 하였는데, 병사가 많지 않은데다가 지금 군사를 나누면 더욱더 적어지게 되는것이 문제였다. 이사원 - 이존심 - 염보 등의 장군들은 재빨리 간하였다.

 

"그들을 구하십시오!"

 

"하하, 좋군. 예전의 태종은 한 명의 이정을 얻어 힐리 가한을 사로잡았다. 나는 지금 용맹한 장수 세명이 있는데 무엇이 두려울까? 책략을 말해보게."

 

이존심과 염보는 말했다.

 

"가장 중요한건 오랑캐의 치중을 끊어버리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형세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들의 들판에서 노략질할 물건을 없애고, 스스로 돌아가기를 기다린 다음에 뒤꿈치를 물어버리면 될 것입니다."

 

"공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사원은 말했다. 이 사람이 훗날 후당의 2대 황제가 되는 명종이다.

 

"주덕위는 최고의 맹장으로 사직의 장수입니다. 그리고 유주는 오늘내일이 위태로운데, 어찌 돌아가기를 기다리단 말입니까? 저를 선봉으로 삼아 주십시오!"

 

"공의 말이 옳아!"

 

이리하여 이사원과 염보의 군대가 출동하였고, 이존심이 지원군을 이끌고 뒤를 따랐다. 유주는 200일 가까이 치열하게 버티고 있었지만 양식이 떨어져가 힘들어했다. 이사원과 염보, 이존심의 군대가 합쳐지니 숫자가 7만이 넘었다. 그들은 의논했다. 이존심은 절대로 평원에서 싸우는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7만이지만 거란군은 더 많소. 더구나 기병이 대부분이고 우리는 보병이 대부분이니, 평원에서 저들이 1만 기병으로 우리군을 휘젓는다면 우리는 걍 대망하는 것이오."

 

이사원도 동의했다.

 

"본래 오랑캐는 그 자리에서 먹이기에 치중이 없소. 하지만 우리는 행군을 하면서 반드시 치중이 필요한데, 평원에서 만나 싸우게 되면 틀림없이 노략질을 당하고 gg를 칠 것이오. 차라리 산속에서 부터 몰래 행군해서 유주로 가서 합세합시다. 중간에서 오랑캐를 만나며 험한 곳을 점거하고 방어하면 됩니다."

 

이사원은 자신의 양아들인 이종가 - 후당의 마지막 황제 - 와 함께 기병을 이끌고 북쪽을 지나 동쪽으로 갔는데, 거란군을 중간에 만났지만 용감히 싸워 물리쳤다. 그렇게 힘들게 전진했지만 산 입구에는 1만의 거란 군사들이 있었다.

 

 

모든 부하들이 놀라서 얼어붙었지만 이사원은 용기를 잃지 않고 아예 투구를 벗어 던지며 소리쳤다.

 

"너희들이 아무런 연고도 없이 우리 땅을 공격하고 있다. 우리 왕께서는 나에게 백만의 무리를 주어 아예 너희들 종족의 씨를 말리라고 하셨느니라!"

 

이리하여 몽둥이를 들고 군사를 이끌고 세번을 공격하자, 적의 대장을 죽일 수 있었다. 이에 거란 군은 물러났다.

 

이존심은 보병에게 명령해서 나무를 베어서 녹각을 만들었다. 그리고 녹채를 만들어 버티면서 쇠뇌를 발사하자, 거란 기병들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금방 유주에 도착하려는데 거란군이 이미 진영을 짜고 기다리고 있는것이 보였다.

 

이존심은 병사들을 일단 뒤로 물리더니, 사람들에게 잡목을 주고 나무에 불을 지른채 돌격하게 했다. 연기와 먼지가 하늘을 뒤덮자 거란인들은 당황했다. 그 사이에 북을 치며 함성을 지르고 후방의 군사들을 모조리 돌격시키자, 거란군은 대패할수 밖에 없었다. 이사원등과 이존심은 천신만고끝에 유주성에 입성했고, 그들을 본 주덕위는 손을 잡고 감동의 폭풍 눈물을 흘렸다. 그 후로도 거란은 계속 노략질을 했는데, 앞장서는 사람이 바로 노문진이었다.

 

 

917년은 그렇게 진과 거란의 혈전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이존욱은 효자라서 홀로 남은 어머니를 보러 올때 빼면 매일 매일을 전쟁터에서 보내고 있었다. 덕분에 나라의 모든 일은 장승업이 맡았는데, 일을 잘해내었다.  

 

 

이럴때 후량은 힘을 길러야 했지만, 주우정을 황제로 만든 조암은 뜬금없이 하늘에 크게 제사를 지내자고 권했다. 경상은 본래 주전충의 심복으로 주전충이 다른 사람을 쳐죽일때도 유일하게 그의 심기를 헤아린 측근이었지만 그가 죽고 나서는 대부분 은거하고 있었는데, "다른 일이 평정되면 가시라" 고 나서서 권하였지만 주우정은 듣지를 않았다. 한참 떠나는 길에 이존욱의 군대가 쳐들어왔다는 소식을 듣자 놀라서 재빨리 되돌아오는 난리 쇼를 벌였던 것이다.

 

 

경상은 이 헛짓거리를 보더니 머리가 아팠는지 상소를 올렸다.

 

"국가는 매년 패배하고 있고, 땅은 날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깊은 궁궐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가까이 있는 사람들 뿐이니 어찌 적의 속내를 헤하리겠습니까? 돌아가신 황제 폐하(주전충)은 몸소 하북을 평정하고 친히 호걸스런 장수들을 제어하셨는데도 뜻을 못 이루셨습습니다.

 

소인이 듣건데 이아자(이존욱의 아명)은 왕이 된 후로 10년간 성을 공격하고 들판에서 싸웠지만, 화살이나 돌을 맞은 적이 없는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를 공격하면서 몸소 땔나무를 짊어졌고, 사졸보다 앞장서서 북을 쳤다고 들었습니다.

 

폐하께서는 부드럽고 부드럽고 고아하시며 학문을 지키며 편안히 하괴등의 장수로 그들을 대적하고자 하지만 신이 알 바가 아닙니다. 페하께서는 의당 노인들에게 자문하여 계책을 구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환은 멈추지 않습니다. 신은 비록 우둔하고, 또한 겁쟁이이나 나라의 두터운 은혜를 입었으니 만약에 인재가 부족하거든 제가 직접 변방에 나서 일하겠습니다."

 

이러한 상소로 보면, 당시 후량에서는 주전충때의 구파와 주우규, 주우정이 황제가 된 후로 새로 부각한 신파 - 즉 조암 등 - 과 대립이 있었던것 같기도 한다. 당시에 세력을 가진 조암과 장한걸 등은 이에 반대하였기에 경상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풍전등화 같던 후량의 운명은 어떻게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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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블라디미르 대공 | 작성시간 12.04.03 재밌게 잘읽고있습니다.
  • 작성자▦무장공비 | 작성시간 12.04.04 빨리 올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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