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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의 황혼]중화제국의 마지막 황혼, 강건성세의 여명(40) ─ 황자들의 전쟁

작성자신불해|작성시간12.09.22|조회수682 목록 댓글 5




 황제의 맏아들, 윤시는 둘째인 황태자에 저주를 하였다는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윤시 역시 폭주하는 윤잉 만큼이나 난폭하고 잔인하고, 또 어리석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황제이자 아버지에게 절대적으로 충성을 했지만, 이런 사람에게 제국의 경영을 맡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윤시는 예쩐에 함부로 이런 소리까지 했습니다.


 "윤잉이 너무나 민심을 잃었으므로, 지금 그를 죽인다고 해도 전혀 비난받지 않을 것입니다. 팔아거(팔황자 윤사가 대단히 견실한 인물입니다."


 속이 너무나 들여다보이는 발언이었으므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강희가 이런 의도를 간파하지 못할리도 없고, 또 귀신들림이라고까지 믿으며, 아직까지 황태자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않은 강희에게 저 따위 말은 억장만 터지는 소리였습니다. 강희는 여러 황자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팔황자를 불러 물어보았습니다. 정곡이었습니다.


 "팔아거에게 묻겠다. 너는 황태자가 되고 싶은가?"


 그런데 팔아거는 부정하는듯한 모습은 했지만, 실제로 대답하진 않았고, 구황자와 십사황자가 대신 나서서 대답해주었습니다.


 "팔아거가 절대 그런 마음을 가졌을 리 없습니다. 무언가 오해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책임지도 보증할 수 있습니다."


 강희의 눈에, 사랑스러워야 할 아들들이 무리를 짓고 흉계를 꾸미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강희는 팔아거를 구금하여 이 일을 처리했는데, 그 후에 이 귀신들림 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따라서 윤시는 처벌을 받았고, 강희는 곧 11월 14일, 문무백관 앞에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짐이 요즘 들어 평안하기는 하나, 점차 몸이 쇠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의 앞날은 알 수 없는 법. 후일을 맡길 사람이 없는데 뜻밖의 일을 당한다면, 지금까지의 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대신들은 상의하여 왕자들 가운데 한 명을 추천하라. 그러나 윤제(윤시)는 옳지 못한 행실을 거듭했으므로 논의에서 제외하라."


 우선 이렇게 되어 첫째 윤시는 후계자 경쟁에서 제일 먼저 나가떨어졌습니다. 강희의 목적은 눈치를 봐서 윤잉을 다시 황태자로 만들려는 의도에 있었는데, 대신들이 몸을 사리려고 하는 통에 논의는 지지부진했습니다. 강희는 대신들에게 귀신들림의 이야기를 하고,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 대신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동의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대신들이 동의한다고 말하자,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대들이 모두 동의한다고 하였으므로, 너희들에게 짐이 붉은 먹물을 묻힌 붓으로 쓴 상유를 내린다. 전에 윤잉을 체포하였을 때, 짐은 이 일을 다른 사람들과 의논하지 않았다. 마땅히 그래야 했기 떄문에 체포하고 구금하였던 것이다. 나라의 모든 사람들도 짐의 이러한 처분을 옳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요즘도 이 사건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하나하나 자세히 이 사건에 대한 처리결과를 살펴보면, 실체가 없는 (왜곡된) 부분도 있다. 더구나 윤잉의 정신질환이 차도를 보이는 것 같다. 여러 신하들이 그를 애석혀 여겼을 뿐만 아니라, 짐도 역시 그를 가엾게 여겼다. 이제 점차 나아지고 있다 하니, 짐의 복이자 여러 신하들의 복이기도 하다."


 "짐은 이미 여러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돌보게 하였고, 짐도 거듭 훈계하여 짐(의 가르침)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제 짐은 윤잉을 서둘러서 다시 황태자로 세우지는 않을 것이니, 여러 대신들도 그리 알라. 윤잉은 절대로 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짐 힘껏 보증할 것이다."


 강희는 그렇게 하여, 노골적이진 않더라도, 황태자 재추대에 대한 논의가 나오도록 분위기를 꾸몄습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오히려 대신들은 팔아거 추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날, 강희는 불시에 백관을 궁중에 소집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짐의 황자 중에서 누가 황태자가 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경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대신들은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어디서 신호를 보내면서 "팔" 이라는 글자를 전달했고, 일동은 여기에 이끌려 팔아거의 이름을 종이에 써서 제출했습니다. 강희는 기대가 어긋나자 화를 냈습니다.


 "태자가 아무리 잘못을 저지르고 황제가 될 운명이 아니더라도, 30년 넘게 태자로 있었고 첫째가 태자에게 사악한 저주를 한 것이 증명된 마당에 태자를 동정하는 자들이 복위를 탄원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뜻밖에도 왕심을 비롯한 몇몇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문무백관들이 일방적으로 여덞째를 옹위하고 있다. 여덞째는 혁혁한 전공을 세운 적도, 정치적인 업적을 내세울만한 것도 없는데 그를 추대하고자 하는 이 움직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필시 계략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짐이 이번에 제대로 대적한다면 진실과 거짓, 충성과 아부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태자를 지지하는 사람이 두명 더 있었습니다. 한명은 이광지였습니다.


 "태자의 행동은 병으로 인한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병은 양생 여부에 따라 치유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바로 사황자입니다. 그리고, 이 사황자야말로, 훗날의 옹정 황제가 되는 것입니다. 사황자 옹친왕 윤진은 사태를 파악하더니, 눈치 빠르게 윤잉 태자의 복위를 요구하는 상소를 올렸습니다. 게다가, 강희가 건강이 안 좋아지는듯 하자, 눈물을 흘리며 효자의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용안이 이렇듯 수척하신데도 태의의 진료를 마다하시고, 약제도 드시지 않으시면 치유의 시기를 놓치실 것입니다. 그러하면 국가와 백성은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비록 의학에 대해 아는 것은 없사오나 죽음을 무릅쓰고 의원을 엄선하여 옥체를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자, 강희는 친필로 윤진을 칭찬했습니다.


 "전에 윤잉을 구금할 때 아무도 상소를 올리지 않더니, 넷째는 도량이 크고 정도를 알기에 몇 차례나 짐에게 윤잉을 감싸는 상주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마음과 행동은 정말로 가상하다."


 이렇게하여, 악귀의 영향을 받았으나 이제는 모든 재앙에서 벗어나고, 정신을 차린것처럼 보이는 윤잉은 강희 48년 3월, 다시 황태자로 책봉되었습니다. 


 여기서 당시 황위 계승 싸움의 주요 인물을 살펴보자면 이렇습니다. 강희는 총 35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요절하지 않은 인물은 절반 정도입니다. 이 중에서 황위 계승 전쟁에 끼어들만큼 충분한 자격, 야심, 인품, 나이,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첫째 맏아들 윤시, 셋째 윤지, 넷째 윤진, 여덞째 윤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십사황자 윤제등이었습니다. 


 첫째 윤시 같은 경우는 과거 가르단 정벌에 뛰어들어 공을 세운 공로가 있었고, 태자보다 나이도 많았지만 적장자가 아니어서 태자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특히 태자를 증오했습니다. 그는 여덞째 윤사, 아홉째 윤당, 열넷째 윤제 등과 결탁하여 강희와 태자의 사이를 이간질 하였습니다.


 팔황자 윤사는 형제들 중 가장 영리하다고 널리 알려졌고, 어질고 예의바르며 인자한 성격으로 조정 대신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그의 세력은 막강했는데, 대신 그의 생모가 신분이 비천하여 황제가 되기에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첫째 윤시와 결탁했는데, 마음이 급한 윤시는 앞서 말했듯이 황태자를 죽여버리자는 말을 하며 강희에게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그의 독한 성품에 강희는 전율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윤시는 군신의 큰 뜻을 모르고 부자의 정도 모르는 난신적자이며, 천리와 국법, 그 어느것으로도 용서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윤시가 나가떨어지자 이번에는 삼황자 윤지가 나섰습니다. 윤지는 학문에 정진하여 박학한 데다, 너그럽고 진중한 성격 때문에 신망이 두터웠습니다. 그래서 강희와 자주 시간을 보내는등 태자를 제외한 황자들 중엔 황제와 가장 교분이 잦은 편이었습니다. 윤지는 평소에는 군자다운 풍모로 한림원의 학자들과 책을 편찬하는등의 일을 할뿐, 정치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속마음에는 음흉한 계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윤지는 첫째인 윤시와 황태자 윤잉만 제거되면 다음 순서는 자기라고 여기면서, 심복을 시켜 지방의 대권을 쥐고 있는 관리들에게 뇌물을 뿌려 자기에게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강희는 이미 전국 각시에 밀사를 파견해 민정을 보고받았는데, 이들이 삼황자 심복의 움직임을 눈치챘습니다.


 조정 관리들은 수도를 벗어나 공무를 처리하려면 공문을 지녀야 지방관리가 접대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윤지는 그 사실을 잘 몰랐습니다. 자신의 명의로 관리를 보내고 선물을 보냈으나, 강희는 강남순무 마군에게 이를 모두 보고받고 윤지를 불러 욕을 퍼부었습니다.


 "네가 책을 많이 보았다지만, 그 학문을 모두 개 뱃속에 쳐넣은 격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디 감히 몰래 부하를 지방에 파견하여 지방관리와 결탁할 수 있다더냐?"


 윤지는 이렇게 되자 자기가 살기 위해, 본래 사이가 좋던 첫째 윤시를 공격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귀신돌림 저주 사건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결국 첫째는 완전히 제위 계승에서 멀어졌고, 윤지도 당분간은 몸을 좀 사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팔황자 윤사는 이 둘과는 달랐습니다. 그는 자신의 출신이 비천하다는 사실을 의식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고 사람들을 대함으로서 두루 인심을 얻었습니다. 또한 그는 어렸을때부터 매우 영특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왕자, 종실, 외척, 조정 대신들 사이에서 신망을 얻어 그의 주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형인 윤제, 동생인 구황자 윤당 등도 윤사에게 의견을 구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윤사는 겸손하고 어질게 보이도록 위장하는데 선수였지만, 강희는 정작 그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강희가 보기에, 윤사는 분명히 유능하지만, 야심, 지모와 음험함등이 약간 지나친 면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윤사가 어린 시절, 윤사의 유모의 남편이 한 어사와 다툰일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윤사가 사람을 시켜 그 어사를 매우 때렸습니다. 그리고 강희에게 괴변을 늘어놓으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고, 유모의 남편이 변방으로 보내지자, 몰래 숨겨주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윤사는 조정 대신들 사이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어 자신을 강화시켰지만, 역으로 이것이 강희의 마음에 더 들지 않았습니다. 강희가 태자에게 가장 실망한것은, 스스로 당을 만들어 암암리에 세력을 규합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지금 윤사가 바로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기에, 훗날의 황제인 윤진은 무엇을 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는 왕자들의 암투가 절정에 달한 무렵에도, 자신은 권력투쟁과 무관한듯 평정을 유지하면서 채식과 염불로 소일하여 태평하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욕심도 없고 불경이나 외겠다는 듯 했지만, 실제로 속마음은 어찌 했을까?


 윤진은 자신을 최대한 욕심없고 한가한, 도인같은 사람처럼 꾸미며 무심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일부러 속세는 공염불이라는 식의 시를 쓰면서 위장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의 결과가 설명하듯, 이는 전략적인 판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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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남극대왕 | 작성시간 12.09.22 호랑이 에게 개자식 없다더니 옹정을 두고 하는말일듯
  • 작성자Z.W.P.A | 작성시간 12.09.23 오 드디어 중국역사상 최고로 스펙타클한 황위 쟁탈전인 구룡탈적의 시작이로군요 근데 옹정황제는 아버지에게 굉장한 컴플렉스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자신과 먼치킨 부황과 항상 비교되는걸 일생동안 가장 큰 고통으로 여겼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미친듯이 일한건지도 .....
  • 답댓글 작성자Roiche | 작성시간 12.09.24 다른건 다 접어두더라고 '일 한거'<-요것만큼은 아버지를 능가..(아..앙대!)
  • 작성자명일 | 작성시간 12.09.23 아들이 35명? 딸도 많았을테니 합쳐서 적어도 60명은 됬겠네. 정치나 학문,군사에 능한거 뿐 아니라 性군이었네
  • 작성자惡賭鬼 | 작성시간 12.09.23 "네가 책을 많이 보았다지만, 그 학문을 모두 개 뱃속에 쳐넣은 격이다." ...이런 말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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