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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오대 십국 초반부의 주인공(4) - 후당 장종 이존욱

작성자신불해|작성시간12.04.28|조회수801 목록 댓글 4

이존욱이 한참 동안 세력을 키우고 후량을 거의 멸망 직전으로 몰아넣었던 922년, 거란왕 야율아보기는 또다시 대군을 이끌고 유주, 탁주(탁현), 정주를 공격하여다. 야율아보기의 부인은 이에 반대하였다
 
"우리에겐 양과 말이 풍부한데 어찌 병사들을 피곤하게 하십니까. 또한 듣기로 진왕 이존욱은 군사를 부리는데 가히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만일 패배가 있다면 후회한들 어찌되겠습니까?"


 

하지만 야율아보기는 이 말을 듣지 않고 출병하였는데, 그 소식을 들은 이존욱의 장수들과 병사들은 안색이 변하였고 도망치는 사람까지 있었다. 모든 장수들이 도망치길 청할때 이사소가 나서서 말하였다


 

"강한 적이 앞에 있으니 우리는 전진은 할수있으되 후퇴는 할수없고, 또한 가볍게 움직여 민심을 동요시키는것도 좋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이존욱도 용기를 얻고 이사원등과 함께 용감히 싸워 승리하였고, 마침 시간이 지나자 폭설이 내려 말들이 죽자 야율아보기는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탄식하였다.


 

"하늘이 아직 나로 하여금 여기에 이르게 하진 못하는구나!"


 

하지만 이존욱도 야율아보기에 대해 감탄하게 되는데, 그들이 떠난 자리를 가자 볏집을 깔고 앉은 모양이 반듯하고 하나의 어긋남이나 어지로움도 없어서 못내 탄식하였다.


 

"오랑캐가 법을 적용함이 마침내 이와 같은데, 중국에서는 미치지 못하는구나."


 

요태종 야율덕광 이전에도, 거란인들은 수차례나 중원을 침략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는데, 대부분은 이존욱의 후당에 격퇴되었다. 이런 면에서 보게 되면, 이존욱은 거란의 중원진출을 상당 부분 늦춘 주역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군사적인 면에서 후당은 거란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 시점에 이르면 후량의 멸망은 시간 문제였다. 다만 거란인들의 침공으로 아주 약간 늦추어진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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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언장으로 말할것 같으면 철창의 명수로서 무용으로 따지면 당대에 누구도 비할 바 없었으며, 주전충이 아직 주온이었던 시절부터 용맹하게 싸워 그를 보필해온 충신이었다.
 
 ─ 왕언장은 날쌔고 용감함이 남보다 월등히 뛰어나서 매번 싸울 때마다 두 개의 철창을 사용하였는데, 모두 무게가 100근 이었으며, 하나는 말 안장에 두고 다른 하나는 손에 쥐고 있었으며, 향하는 곳마다 그 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하였으니, 당시 사람들이 그를 '왕철창' 이라고 불렀다. 자치통감 中 ─
 
이존욱은 후량에게 번번히 승리하여 모두들 그를 두려워 하였는데 왕언장 만은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루는 이존욱이 왕언장의 부인과 자녀를 생포한 후 투항을 권고하였으나 왕언장은 두 번 듣지도 않고 그 소식을 전하러 온 사신의 목을 날려버렸고, 이 소리를 들은 이존욱은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이때 이존욱은 계속된 승리로 자신감에 차있어, 자신의 이(李)씨 성은 할아버지가 공을 세워 국성을 받은것이니 자신은 당나라의 이씨를 계승한다 말하고는 당나라를 다시 세운다. 이것이 바로 후당(後唐)의 건국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후량의 주우정은 당황하여 왕언장에게 나가서 싸우라고 말했고 왕언장은 군사를 이끌고 나가 수천명을 물리치는 공을 세운다.


 

그러나 왕언장이 죽을 힘을 다해 승리하고 나라를 다시 일으켜보려고 하나, 후량은 이미 망하게 될 나라라 도리가 없었다. 간신배들이 중상모략을 하며 그를 모함했고, 왕언장은 조암과 장한걸이라는 소인들이 나라를 망치는것을 알고 그들을 불평하게 되었다. 이 소리를 들은 조암과 장한걸은 왕언장을 미워하며 단응이라는 무장과 함께 그를 해치려 하였다. 단응은 왕언장을 매우 시기하고 있었기에 이에 동조하여 당시의 황제인 주우정에게 모함을 하였고, 왕언장은 죄도 없이 파면 되었다..


 

바로로 그해 10월, 후량은 형세가 몹시 위급해져 왕언장을 다시 등용해 단응과 함께 10만군을 이끌게 하였지만 주력은 단응이 이끌었다. 적은 병력으로 뭘 해볼수도 없어 왕언장은 이존욱에게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고, 이존욱은 왕언장을 놀려댔다.


 

"그대는 나를 어린아이처럼 여긴다고 하는데 어찌 나에게 사로잡혔는가? 자네는 아직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가?"


 

"대세가 이미 기울어 인력으로는 어찌 할 수가 없으니 나로서도 할 말이 없다네."


 

이존욱은 왕언장을 흠모하므로 그를 치료해주고 자신에게 귀순할것을 권고하지만 왕언장은 듣지 않았다. 대신에 희대의 명대사를 남겼다.


 

"표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법이지! 나는 나라에 큰 은혜를 입었는데 어찌 아침에 양나라의 장수가 되었다가 저녁에 당나라의 장수가 되겠는가!"


 

그가 결코 귀순하지 않을 것을 깨달은 이존욱은 어쩔수 없이 그를 처형하였다. 한편, 주력을 이끌던 단응은 5만의 군사와 함께 귀순하고, 후당은 후량의 수도 개봉을 함락하고 후량을 멸망시키게 된다.
 

 

이존욱은 이렇게 싸움에 관해서는 패배가 없었고, 그 후에는 곽숭도를 파견해 전촉까지 멸망시켰다. 이렇게 빛나는 무공을 세운 이존욱의 내치는 어떠했을까?
 
 
내치도 잘했으면 후당이 통일을 했을테니 물론 잘하진 못했다.
 
 
 
본래부터 이존욱은 음률과 가무에 능한 풍류남아였고 천재였다. 평소에 그는 노래를 좋아해 100곡의 백을 만들었는데, 대업을 완수하고 장승업이 죽고 나서는 자제력을 잃고 나태해지게 되었다.

이존욱은 연극을 좋아했는데, 스스로 "이천하" 李天下 라는 예명을 만들고 배우 노릇을 하기도 했다. 이때 그와 같이 공연했던 영인들은 이존욱의 환심을 사 이간진들을 함으로서 후당의 정사가 어지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개념이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경신마가 그러했다. 이존욱이 춤을 추면서 연극 준비를 하다가 "이천하, 이천하!" 하고 자신의 예명을 사방에 소리친적이 있었다. 그러자 경신마는 곧바로 달려가 이존욱의 뺨을 후려쳐버렸다.

황제가 뺨을 얻어맞은 고금 역사에 나올일이 벌어지자 주변에선 모두 놀라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 이존욱은 하도 어이가 없어 물었다.

"어찌하여 천자의 뺨을 친단 말이냐?"

그러자 경신마는 느긋하게 대답했다.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理天下'은 하나 뿐인데 어찌 이천하를 찾는단 말이냐?"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존욱은 오히려 껄껄 웃더니 경신마를 칭찬했다. 어느날 사냥을 떠났을때, 이존욱과 수하들이 멧돼지를 잡으러 논밭을 짓밞자 마을의 현령이 이것을 제지했다.
 
 "논밭 다 죽게 생겼다 이놈들아!"

한참 노는데 기분이 언짢아진 이존욱은 그를 해치려고 했지만 눈치를 본 경신마는 곧바로 튀어나오더니 현령의 뺨을 때리면서 엄숙하고도 웃기게 소리쳤다.

"이놈아! 현령이란 놈이 천자가 사냥을 좋아한다는것도 모른다는 말이냐? 어찌 알면서 백성들에게 경작을 시켜 천자의 사냥을 방해되게 하였느나. 안다면 어째서 밭을 그냥 뒤집어서 천자의 말이 통쾌하게 달리도록 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곡식을 거두는 일 따위가 천자의 흥보다 중요하단 것이냐?"

이존욱은 이 말을 듣고서야 머리가 차가워지면서 생각이 제대로 돌아 현령을 풀어주었다.
 
 
다만 이런 일이 있고난뒤에도 이존욱의 풍류는 멈추지 않았다. 이존욱의 후비 중에 본래 신분이 미천한 사람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헤어지고 난 뒤에 이존욱의 후비가 되었다. 훗날 후줄근한 아버지가 찾아오자 자신이 미천하게 보일까봐 화가난 후비는 "내 아버지가 아니다." 라고 하며 만나지를 않았고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돌아갔다. 이 모습을 본 이존욱은 그 후비의 침소로 갈때마다 일부러 낡은 옷을 입고 흉내내면서 조롱하였다.

"아비다. 아비가 딸을 보러왔다!"

이러한 풍류로 정사를 다스리지 않은것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환관을 총애해 환관을 부하 장수들을 감시 하는 감찰으로 쓰게 한것이 수하들의 불만을 샀다.
 
 
 
주전충은 농민 출신으로, 과격하고 난폭하긴 했으나 약한 농민들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동정심을 가지고 있었고, 자주 사방을 둘러 독려하여 농업 생산력을 높이는데 큰 공을 세웠다. 후량이 단 한번의 승리도 제대로 거두지 못했는데 16년간을 버틴것은 순전히 주전충이 남긴 유산덕분이라고 할만 하다.
 
 
반면에 이존욱은 전쟁에는 능했으나 사치스럽고 노는것을 좋아하는 귀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말을 타고 누빌때는 늠름한 영웅이었으나 이제 옥좌위에 않게 되자 형편없는 인간이 되고 만다. 그는 주전충이 파괴시킨 당나라 말기의 부패를 마치 아깝다는듯이 하나하나 주워올리기 시작했다. 환관이 부활했고 황실 연극이 부활했다. 사천을 토벌했던 뛰어난 장수인 곽숭도는 환관의 참언에 의해서 어이없이 살해당했는데, 이존욱은 일전에 곽숭도에게 철권을 내리면서 안전을 보장했던 적이 있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여력이 있어서 당나라 흉내를 내고 사치하는것이라면 몰라도, 사실 병사의 급료조차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이존욱은 평소에 전쟁만 했지 내치에 관해서는 아는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실제로 전쟁시에 그의 후방을 든든하게 뒷받침 해주던 인물은 장승업이다. 장승업이 죽은 이상 그런 일을 해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장승업 대신 내치를 담당하던 사람은 공겸이라는 재상이었다. 공겸은 이존욱의 사치스러운 궁정생활을 꾸려 나가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 백성을 착취하던 인간이었다. 구오대사에서는 공겸을,
 
"엄한 법으로 백성을 못살게 굴고, 무거운 세금으로 상감에게 바쳤다."
 
고 평가하고 있다. 피폐한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쥐어짜 창고를 채우는 재주는 대단했던 인물로, 요술처럼 창고를 채우는것을 보고 감탄한 이존욱은 나라의 창고가 가득차니 나라가 전체적으로 부유하다고 판단, 공겸에게 "재물을 넉넉히 하고 나라를 살찌게 한 공신" 이라는 칭호를 내렸다. 그 정도로 이존욱은 내치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거이다.
 
 
불만은 각지로 퍼져 나갔다.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이존욱은 이런 반란 진압을 위하여 이사원을 보냈다.
 
하지만 이미 병사들은 환관들의 횡포 등에 불만이 극에 달했고, 이존욱을 완전히 단념하였다. 반란군은 이사원에 협력했고, 낙양에서도 이존욱을 죽이고 이사원에 투항하게 된다. 전투에서 패배가 없던 호걸은 이렇게 어이없이 죽고 말았다.
 
 
 
이사원은 사타 돌궐족이었지만 그는 이존욱과는 달리 평민 출신으로, 난폭한 사람이긴 했지만 주전충과 마찬가지로 백성들의 고통은 잘 알고 있었다. 이사원은 글도 읽을 줄 몰랐지만, 공겸을 처형하고, 환관을 척살하고 복잡하고 난잡한 궁정 제도를 대폭 간소화했다. 또한 이름높은 인물인 풍도를 등용했고, 자주 사방을 순시하며 부지런히 농업과 양잠에 힘쓸것을 권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사천에서 반란이 일어나 떨어져나가 판세는 더 줄어들게 되지만, 나라는 내부적으로 튼튼하게 되었다. 이사원이 바로 오대의 명군 중에 한 사람인 후당 명종이다.
 
 
그리고 명종은 한명의 사람을 아껴 딸을 주어 사위까지 삼았는데, 그 사람이 석경당이었다. 명종은 훗날 석경당이 무슨 일을 벌일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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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Roiche | 작성시간 12.04.29 켁 석경당.. 연운16주.. 그리고 출처나 참고문헌을 표기해놓으면 좋을듯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Roiche | 작성시간 12.04.29 오 해놓으셨네요.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이런 책 좀 찾아서 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ㅎㅎ
  • 작성자惡賭鬼 | 작성시간 12.04.29 아니...;; 잠깐, 지금 이존욱이 죽은거죠? 죽은거 맞죠?
    흐헐;; 무슨.... 별 희한한 만용을 다 부렸어도 안 죽던 양반이 반란->진압군이 역으로 반란-> 죽음... 이런거?
    세상만사가 무상하다지만, 거참... 이존욱은;;
  • 답댓글 작성자신불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4.30 그리고 덤으로 그렇게 일군 후당도 거란족 때문에 완전히 작살이 나구요. 오대 시절 인물들 자세히 살펴보면 대다수가 끝이 더럽습니다. 죽을때 과정을 좀 디테일하게 쓰고 싶었는데 집에 자치통감이 없어서 적지를 못했네요. 재학중일때는 도서관에서 빌려다 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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