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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의 황혼]중화제국의 마지막 황혼, 강건성세의 여명(85) ─ 에덴 동산

작성자신불해|작성시간13.02.05|조회수581 목록 댓글 4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귀환하여, "어찌하여 형제들을 죽였느냐" 고 절규하는 석달개. 그러나 위창휘 등은 지금 끔찍한 대살육을 저지른 직후였고, 십중팔구 감정적인 면에서 여타 다른 면에서 냉철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자신에게 반발하는 석달개에게 의심과 증오를 보이면서, 위창휘는 이렇게 욕했습니다.


 "너는 적(賊)이다!"


 역적이라는 소리입니다. 자신에게 반발하는 석달개에게 한 소리였지만, 석달개 역시 대노하여 반발했습니다.


 "너도 그렇다. 우리는 하나의 사업을 위해 싸워 왔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도 모두 적이다."


 석달개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사업을 위해 싸워 왔다고. 진정한 천국, 지상낙원의 건설. 그들의 이상향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 ─ 위창휘와 친르강 ─ 도 적이다.' 라고 또 말했습니다. 석달개는 위창휘와 친르강이 하나의 사업이 이루어지는것을 가로 막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입니다. 분노와 실망감이 가득한 석달개는 체념하듯이 말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한 이상, 너희들은 스스로 결말을 지어라. 나는 모르겠다."


 왕들의 대립은 이제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한 명의 왕이 살해된 참입니다. 위창휘는 대규모 학살을 저지렀고, 지금 이 순간에서 여기저기서 살아남은 양수청 지지들이 끌려나와 처형되고 있던 참입니다. 위창휘는 석달개가 양수청의 사람이거나, 혹은 분노로 인해 청군에 투항하려는 배반자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배반자에게 줄 선물은 오직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석달개도 자신이 처한 위험을 눈치챘습니다. 또, 석달개의 친구들은 성문이 닫히고 나면 그에게 불리해질 것이라는 조언을 했고, 석달개는 천경에 들어선 바로 그날 밤, 비밀리에 성문 밖으로 빠져 나왔습니다.


 위창휘와 친르강은 석달개보다 한 발 늦었습니다. 석달개가 빠져나간 그날 밤의 늦은 시간, 양수청에게 것처럼 부대를 동원해 석달개의 저택을 포위했고, 경비병들을 밀치고 저택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석달개는 이미 몸을 피한 후였고, 분노한 그들은 석달개의 가족을 마구잡이로 학살했고, 그의 시종들을 모두 살해했습니다.


 석달개는 정신없이 양쯔강을 거슬러 천경 서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군대, 불평불만을 품고 있던 부대, 그리고 다양한 삼합회의 무장조직들을 규합했습니다. 태평천국의 왕들 중에 석달개의 나이는 가장 어렸지만, 다른 왕들이 천경에서 권력다툼을 하고 있을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전쟁터에서 보내던 그의 인기는 어마어마했고, 그 짦은 시간에 석달개는 무려 10만이나 되는 엄청난 군사력을 오직 개인의 매력만으로 모으는데 성공합니다. 가공할 군사력을 보유한 석달개는 다시 한번 천경으로 이동했습니다.


 석달개가 10만의 군세를 이끌고 귀환할때까지 걸린 시간은 3개월 남짓입니다. 그 사이에 천경 내부에서는 동왕 양수청의 추종자에 대한 대량 학살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고,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말려들어가 남녀 어린이가 무려 4만여명이나 살해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을때, 대군을 이끌고 돌아오는 석달개에 대한 천경 내부의 반응이 어땠을지는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석달개는 위창휘와 친르강의 목을 요구했습니다.


 위창휘는 석달개를 막기 위해 친르강을 내보냈고, 자신은 남경의 가장 유명한 명물 중 하나 였던 대보은사탑을 파괴해습니다. 석달개의 포병들이 탑 꼭대기에서 성을 포격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지만, 이때문에 아름다운 건축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위창휘는 더 나아가서, 홍수전을 감금하려는 계획도 꾸몄습니다. 그러나 홍수전이 좀 더 재빨랐습니다.


 껄끄러운 양수청은 죽었지만, 미친개처럼 날뛰는 위창휘 때문에 좌불안석이던 그는 기회가 보이자 즉시 최정예 정예부대를 파견해 위창휘를 살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계략으로 친르강을 돌아오게 하고, 귀환한 그 역시 죽여 없앴습니다. 북왕의 수급은 소금에 절여 대나무에 꿰어진채 석달개의 진영으로 도착했습니다. 비록 이러한 조치가 가족과 친구를 모두 잃은 석달개에게 보상이 될 수는 없었지만, 노여움을 가라앉힌 그는 1856년 12월, 영웅같은 대접을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다시 천경에 들어섰습니다. 


 홍수전, 풍운산, 양수청, 소조귀, 석달개. 다섯명의 왕은 이제 홍수전과 석달개, 두 명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한것은, 양수청이 홍수전의 사실상의 묵인 아래 위창휘에게 사망했음에도, 홍수전은 양수청에 대한 존경심을 보이는 태도를 공개적으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태평천국이 그동한 공포한 모든 조서에서 양수청은 하느님의 대변자로서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위창휘의 지나친 양수청 지지자에 대한 살육으로 인한 민심 문제도 있었을 것입니다. 홍수전인 참극을 피해 간신히 살아남은 양수청의 형제를 대단히 높은 귀족의 반열에 올렸습니다.


  문제는, 공석이 된 왕들을 정하는 문제입니다. 그 자리를 채우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홍수전 본인이 생각해 놓은 바가 있었습니다. 양수청과 위창휘를 보면서, 그는 자신의 핵심 친척들이 아니면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여겼고, 이에 따라 친형이었던 홍인발(洪仁發)과 홍인달(洪仁達)을 각각 왕으로 임명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석달개는 분개하는 감정을 품었습니다. 그가 보기에 홍수전의 형들은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홍수전의 형들은 형들대로, 석달개가 태평천국 초기의 계급질서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왕이라는데 기분이 상하여, 그의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습니다.


 영웅의 대업과는 거리가 먼 궁정의 흉계, 음모, 논란, 협잡으로 가득찬 한 복판에서, 석달개는 쓸쓸하게 서 있었습니다. 석달개는 반년 정도 천경에 머물렀지만, 모든 가족과 친구들이 살해된 상태에서 그것은 그저 고독하고 쓸쓸한 나날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석달개는 '은둔' 해서는, 구두 전갈을 받지 않고 서면으로만 진정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진정서를 보고 밤중에 답변을 달아 놓으면, 이튼날 아침 관원이 그의 궁전 밖 성벽에 비답을 붙여놓았습니다.


 이수성(李秀成)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익왕이 천경으로 돌아왔을 때, 조정의 모든 사람들이 익왕에게 정사를 맡겨야 한다고 추천했고, 백성들은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천왕은 달가워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형들인)안왕과 복왕만을 중용했다…… 조정 신하들은 천왕이 두 사람을 중용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웠다. 그들은 재능도 없었고 능력을 개발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하늘의 계명에 능통했고 천왕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또, 이수성은 석달개가 홍수전의 형제들의 '의심과 방해를 못 이겨' 천경을 떠났으며, 석달개의 이반으로 "조정을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 다고 말했습니다.


 1857년 여름, 석달개는 자신의 휘하 충성스러운 부대를 거느리고 대단히 조용하게 천경을 떠났습니다. 홍수전의 형제들에 대한 그의 반발심이 작지는 않았을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천왕을 '배반'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석달개는 지나가는 도시들마다 일종의 시를 붙였고, 천경을 떠난 이유는 서정을 계속하여 태평천국의 힘을 확장하여, "태평주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라고 밝혔습니다. 


 그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진천명태평천국(盡天命太平天國) 성신전 통군주장 익왕 석

 재주와 지혜의 부족을 절감하며,
 천국에서 내게 베풀어준 은혜에 부끄러워하네.
 충성과 청렴을 표하고자 맹세해왔지만,
 나의 비천한 마음은 한 가지 목적뿐이니,
 위로는 황전을 대하고,
 아래로는 고인들 앞에서 당당한 것이네.


 작년, 화란의 와중에
 괴로워하며 서둘러 천경에 돌아왔네.
 확고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틀림없이 성군께서 이해하실 거라 생각했네.
 그렇지만 모든 일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어서,
 조서는 차례차례 공포되었네
 의슴스런 사건들이 사방에 가득 차 있으니,
 내 붓끝으로 다 기록이나 할 수 있을는지?


 이에 나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으니,
 군사를 이끌고 나의 진심을 표하기로 하네.
 상제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힘써 갚으리니
 태평주의 은혜와 인자하심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네.




 석달개의 고뇌가 그대로 느껴지는 내용입니다. 


 석달개는 결국 천경을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수성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통일된 정책은 하나도 없었으며, "각자 제 갈 길을 갔" 습니다. 홍수전은 이제 누구도 신롸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직 친인척들의 말만 들었습니다. 다만, 당시 청나라 역시 경제적, 군사적으로 한계점에 다다를 만큼 힘겨운 시점이라, 재앙이 바로 닥쳐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무거운 공기가 천경에 자리잡은 상태에서, 홍수전이 탐닉한 것은 다름아닌 여색입니다. 어찌되었건 양수청의 죽음때문에 홍수전은 감시와 통제에서 자유로워졌고, 사실상 절대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뽑은 궁녀들로 이루어진 확대가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홍수전의 천조궁전은 오직 그를 위한 하나의 세계가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중국의 왕조는 궁 내의 사소한 행정과 잡일을 환관들이 맡았지만, 태평천국은 다릅니다. 홍수전은 내전 안에서 유일한 남자였으며, 홍수전 외에는 오직 여자들만 있었습니다. 궁전 안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모두 2천여명이었는데, 홍수전의 아들의 말에 따르자면, 이 중에 홍수전의 여자, 즉 측실은 모두 '88명' 이었습니다.


 홍수전은 자신의 아들 마저 '에덴 동산' 에서 내보냈고, 두서없이 읊은 500연의 운문으로 궁정 내의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이 동산에 사는 여자들은 어떠한 슬픔도 없어야 하며, 수심도 없어야 합니다. 개가 짖는 듯한 노성이나 분노의 목소리도 없어야 합니다. 그 누구도 서로를 시기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하나의 여자가 근무 당번표에서 부여한 자신의 과업에 집중해서, 완벽한 질서아 있어야 합니다.


 그 어떤 여자도 허락 업이 지정된 구역을 이탈할 수는 없습니다. 징이 한번 울리면 점호를 실시하고, 야간에는 궁전문을 잠구며, 야경꾼이 순찰을 돕니다. 홍수전은 징소리와 북소리를 좋아하지 않는 대신, 오르간의 풍부한 성량은 좋아하므로 매일 저녁 해질녘부터 한밤중까지 궁전 전체에서는 금 소리가 끊임 없이 들려와야 합니다. 모든 궁녀들은 다른 일이 없을 시에는 매일매일 금을 뜯는 연습을 하고, 또 해야 합니다.


 홍수전의 궁전 안에는 약간의 불결함도 있어서는 안되므로, 궁전 주변에는 쓰레기 더미가 있어서는 안되며, 궁녀들은 시중을 들 때마다 자신들의 몸을 꼼꼼하고 깨끗하게 씻어야만 합니다. 벌레가 홍수전 주변에 날아들지 못하게 해야 하며, 그가 앉아있다면 한 여성은 홍수전의 머리쪽을, 다른 한 시종은 그의 다리쪽을 부채로 부쳐야 합니다. 부채는 10cm 가량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절대로 천왕의 몸을 스쳐서는 안됩니다. 


 홍수전의 몸을 시녀들은 구석구석 씻어주며, 그의 수염을 가지런히 손질하고, 머리를 빗간 다음 흐트러지지 않게 잘 묶고, 또 코를 닦아주고, 특히 '배꼽 근처'는 매우 신경을 써서 닦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과정 속에서도, 그녀들은 절대로 천왕의 시선과 마주해서는 안됩니다.


 궁전 안의 여성들은 숨쉴 때 신선한 기운이 나오도록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입 안을 헹구고 눈가를 깨끗하게 닦아야 합니다. 밤이든 낮이든 홍수전이 궁전 안의 정원을 걸어갈 때면, 그의 여자들은 그의 옷이 따뜻한지 살피고, 그를 부축했습니다. 홍수전은, 다만 여자들이 '유교 서적'은 절대로 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대신 그녀들은 매일매일 성서와 홍수전의 시를 차례로 읽고, 외워야 합니다. 읽기를 게을리 한 사람은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홍수전의 분노를 사게 된 여성이 있다면 ─ 그 분노는 부채질을 잘 못 했다던가, 따뜻한 수건을 늦게 대령했다던가 하는 사소한 일로도 쉽게 나타납니다 ─ 즉시 그녀는 고통스러운 장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매를 맞으면서도 아픔을 참고 기쁜 미소를 지어야 하며, 한 대 한 대 맞을 때마다 천왕을 찬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죄를 인정하지 않는것이고, 죄를 인정하지 않는 여성은 처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홍수전의 '에덴 동산' 입니다. 그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고, 그곳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세계에는 석달개나, 다른 배상제회의 고통받는 신도들이 들어갈 곳은 없었습니다. 천조궁전은 오직 홍수전의 우주였던 것입니다.
  

 광시의 벽지에서, 풍운산과 재회하여, 자신이 믿던 신념과 열정에 따라 포교하던 홍수전은, 미래의 자신이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을지, 조금이라도 예상 할 수 있었을까.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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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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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무장공비 | 작성시간 13.02.06 망하는 집구석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더니-.-;;;;;
  • 작성자열혈청년 | 작성시간 13.02.06 예로부터 신을 대리해서 무엇을 한다는 무리는 다 부패했음.
  • 작성자2Pac | 작성시간 13.02.06 반란에서 제일 중요한 게 내부 단속이라더니 진짜.. 그 말이 딱
  • 작성자ko343 | 작성시간 13.02.10 항상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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