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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백거이, 비파 타는 여인을 만나 옷소매를 적시다 - 비파행(琵琶行)

작성자신불해|작성시간13.07.25|조회수386 목록 댓글 1











元和十年,予左遷九江郡司馬∘明年秋,送客湓浦口,聞船中夜彈琵琶者,聽其音,錚錚然有京都聲;問其人,本長安倡女,嘗學琵琶於穆曹二善才∘年長色衰,委身爲賈人婦∘遂命酒,使快彈數曲,曲罷憫然∘自敘少小時歡樂事,今漂淪憔悴,轉徙於江湖間∘予出官二年恬然自安,感斯人言,是夕,始覺有遷謫意,因爲長句歌以贈之,凡六百一十六言,命曰琵琶行∘


원화(元和) 10년, 나는 구강군의 사마로 좌천되었다. 다음해 가을, 객(客)을 분포구에서 전송하면서 배웅하였는데, 배안에서 밤의 비파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들으니 쟁쟁(錚錚)연 하여 장안의 가락이 있었다. 비파 타는 사람을 물은즉, 그녀는 본래 장안의 기녀로서 일찍이 비파를 목(穆), 조(曹)의 명인으로부터 배웠다고 하며, 나이들고 색(色)이 쇠하여, 몸을 맡겨 상인의 아내가 되었다 한다. 


 드디어 술자리에 앉기를 명하여 쾌히 곡(曲)을 타게 하였다. 곡이 파하매 그녀는 슬픈 모습으로 스스로 젊었을 지난날의 즐거웠던 일과, 지금의 나이들고 초췌하여 강호의 사이를 전전함을 말하더라.


 내가 지방관으로 전출한 지 2년, 원래가 마음이 태평이라 자신으로서는 그다지 불만도 없었는데, 여자의 말에 감동하여 오늘 저녁 비로소 떠도는 이들의 외로움을 스스로 느꼈다. 그리하여 장구(長句)의 노래를 지어 그녀에게 주었다. 모두 616언, 명명하여 비파행이라 하노라.







 백거이(白居易)는 당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명 입니다. 그의 시들에서는 인간 세상을 넘나들는 깊은 낭만적인 색채가 가득합니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았고, 농촌의 소박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길 즐겼으며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시를 다시 고치는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신분에 상관없이 백거이의 시를 불렀고, 노래를 파는 기녀와 지긋한 사람들 모두 장한가를 즐겨 불렀습니다. 그는 시를 쓰고 난 뒤, 노파에게 이를 읽어주어 노파가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다시 고쳐 쓸 정도로 쉬운 언어를 추구했습니다.


비파행은 그런 백거이의 작품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명작입니다. 아마 가장 유명한 구절이라면 ' 그 사람 천 번 만 번을 불러 겨우 나왔건만, 여전히 비파 안아 얼굴 반을 가리고 있네.' 가 아닐까 싶네요.


 이 시를 지을 당시, 백거이는 중앙에서 쫓겨나 좌천되어 있는 위기의 상태였습니다. 그 스스로는 태연하게 이를 여기고 있었지만, 어느 가을날 손님을 배웅하는 자리에서 들려오는 밤중의 은은한 비파 소리는 멀리 떨어져 있던 수도 장안의 무엇을 느끼게 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백거이는 비파를 타는 나이든 기녀를 불러 그녀의 곡조를 듣고, 그녀의 인생을 들었습니다. 화려하던 지난날, 그리고 늙고 쇠한 기녀의 이야기는 잠잠하던 백거이의 마음 속 어딘가를 뒤흔들었고, 새삼 백거이는 유랑하는 이들의 외로움을 깨닫고 탄식하는 것입니다. 


 이 시의 제 1장에서는 비파의 음조라는 청각적 감정을, 시구라는 시각적 요소로 옮겨, 언어로서 음성이 갖는 감각미를 상징하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는 화사하게, 때로는 울적하게 펼쳐 나갔습니다.


시의 2장에 이르러 비파타는 여자의 이야기를 독백으로 그리는데, 여기서 변전무상(變轉無常)한 인생의 양상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한때 화려한 서울에서 미모와 슬기로 뭇사람의 이목을 끌었던 몸이 지금은 상인의 아내가 되어, 강상(江上)의 배에서 외로이 남편을 기다린다는, 비파를 탄주하는 여인의 술회에 문화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는 변경의 땅에서 잿빛의 나날을 보내는 자신의 처지가 생각되어 누를 길 없는 한탄을 슬픈 억양으로 노래하는 것입니다.


 3장에 이르러 백거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불우한 두 사람의 공통적인 슬픔을 음미하고, 외로운 유랑인 생활 중에서 우연하게도 비파의 명수를 만난 감격을 서술하면서 한 여자를 위한 이야기, '비파행' 을 쓴 심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술적 요소를 지닌 '비파행' 은 단순한 서정시가 아닌, 문자 그대로 '비파의 노래' 입니다. 시의 전체에 일관되는 흐름은 비파의 음악미이며, 이것은 비파 타는 여자의 이야기인 동시에 비파를 사랑하는 시인의 예술적 감격입니다. 저녁, 우연한 만남, 과거의 사연, 비파 소리. 어느덧 처연하면서도, 어느덧 낭만적이고, 어느덧 환상적이면서도 어느덧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것은 시라는 문자적 체계라기보단 차라리 하나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비파 곡조를 옮겨 넣은 듯한 청순함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어차피 시의 느낌이 한번 번역하는 과정에서 바뀌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아래의 해석은 직역보다는 의역(意譯)하여 느낌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의역에 참조한건 노태준 역해 고문진보(古文眞寶) 입니다. 








 浔阳江头夜送客,枫叶荻花秋瑟瑟。 主人下马客在船,举酒欲饮无管絃。 醉不成欢惨将别,别时茫茫江浸月。 忽闻水上琵琶声,主人忘归客不发  


 심양의 강가에서 밤에 손님을 전송할 적, 단풍잎과 갈꽃에 가을바람은 쓸쓸하구나. 

 나는 말에서 내려 손님의 배에 올랐는데, 이별의 술잔을 들어 마시려 해도 거문고와 피리소리는 없도다.

 취해도 즐거움은 이루지 못하고, 마음은 아프게 장차 작별 하려 하니.

 헤어지며 강 위를 바라보면 장강은 아득히 희미하고, 달은 강물에 잠긴 듯하더라.

 그 홀연히 강물 위로 비파 소리 들려오니,

 소리에 취해 나는 돌아오기를 잊어버리고, 손님 또한 뱃길 못 떠나며 듣고 있더라.



 循声暗问弹者谁? 琵琶声停欲语迟。 移船相近邀相见,添酒迴灯重开宴。 千呼万唤始出来,犹抱琵琶半遮面。 转轴拨弦三两声,未成曲调先有情。 弦弦掩抑声声思,似诉平生不得志。 低眉信手续续弹,说尽心中无限事


소리를 찾아 어림짐작으로 묻기를, "타는 자가 누구뇨" 하니, 

 비파 소리는 멎고, 무어라 말하려는 듯한데, 실로 더디기도 하구나.

 기다리지 못해 배를 옮겨 서로 가까이 맞아, 술을 더하고 등불을 밝혀 거듭 잔치를 열었다.

 그 사람 천 번 만 번을 불러 겨우 나왔건만, 여전히 비파 안아 얼굴 반을 가리고 있네.

 여자는 손가락으로 비파의 축을 돌려, 줄을 서너 번 튕겨 가락을 조절하는데,

 아직 곡조를 이루지도 못했건만 그 소리, 정이 담겨져 있도다.

 한 줄, 한 줄, 손가락 눌러 튕 길 때 일어나는 한 소리, 한 소리, 이에 슬픔이 서려, 평생의 뜻 얻지 못했음을 하소연하는 듯,

 약간 아미를 숙이고 손길 따라 연이어 타니, 심중의 무한한 사정을 모두 말하는듯 하네. 



 轻拢慢撚抹复挑,初为《霓裳》后《綠腰》。 大弦嘈嘈如急雨,小弦切切如私语。 嘈嘈切切错杂弹,大珠小珠落玉盘。 间关莺语花底滑,幽咽泉流水下灘。 冰泉冷涩弦凝绝,凝绝不通声暂歇。 别有幽愁暗恨生,此时无声胜有声。 银瓶乍破水浆迸,铁骑突出刀枪鸣。 曲终收拨当心画,四弦一声如裂帛。 东船西舫悄无言,唯见江心秋月白


 그 손, 가볍게 눌렀다가 천천히 매만지고, 튕겼다가 다시 올려치며,

 예상곡(霓裳曲)을 타더니 후에는 육요곡이로다.

 큰 현은 그 소리 갑자기 내리는 비 같으며, 작은 현 절절하여 속삭이는 듯 하다.

 조조하고 절절하여 뒤섞여 타니, 큰 구슬 작은 구슬이 옥반에 구르는 듯, 

 때로는 꽃 사이를 나는 꾀꼬리소리처럼 매끄럽고, 샘의 물은 여울되어 흐르는 듯 하건만

 그 샘물 차게 얼어붙은 듯 비파줄의 소리도 엉겨져 끊어지는데,

 그 정적, 새삼 가슴 깊이 맺혔던 슬픔과 원한이 북받쳐 올라오는가,

 이때에 소리 없음은 소리 있음보다 낫도다.

 그러다 갑자기 은병이 깨지며 물이 흩어지듯, 철기병 돌진하여 칼과 창으로 부딫히는 듯, 웅장한 곡조로 급전하는 것이다.

 곡이 끝나매 다음 발을 빼어 비파를 가슴에 앉아 올려 줄을 그이니, 네 줄은 일시에 비단을 찢는 듯 날카롭게 울었다.

 이에 이르러 동쪽의 배도, 서쪽의 연이은 배도 취한듯 황홀하여 말소리 하나 들려오질 않고,

 다만 장강의 한 가운데 가을달만이 희게 보일 뿐이다.



 沉吟放拨插弦中,整顿衣裳起敛容。 自言本是京城女,家在虾蟆陵下住。 十三学得琵琶成,名属教坊第一部。 曲罢曾教善才服,妆成每被秋娘妒。 五陵年少争缠头,一曲红绡不知数。 钿头云篦击节碎,血色罗裙翻酒污。 今年欢笑复明年,秋月春风等闲度


 곡이 끝나고, 생각에 잠긴 듯, 발을 거두어 줄 가운데 끼워 넣고,

 옷 차림을 정돈하고 일어서서 얼굴을 가다듬고 스스로 이르기를,

 본시 장안 여자로, 집은 하마릉(下馬陵) 옆에 있었다. 

 13살에 비파를 배워 훌륭하게 이루어, 이름이 교방 제1부에 속했었다오.

 곡이 파할 때마다 선생을 감복시켰고,

 그 꾸민 모습의 아름다움, 명기들의 투기를 받았노라.

 오릉의 소년들은 다투어 선물을 머리에 둘러주었고,

 한 곡이 끝날 무렵 붉은 비단을 수없이 받았노라.

 청패의 장식이 붙은 은빗은 노래의 장단을 맞추느라 두드려 깨어지고,

 핏빛처럼 붉고 얆은 비단 술을 엎질러 더러워져도 개의치 않았노라. 올해도 유쾌하게 웃고 지냈으니, 내년도 그렇겠지. 하면서.

 가을달 봄바람에 세월은 흘러가도 등한하여 지냈노라.



 弟走从军阿姨死,暮去朝来颜色改。 门前冷落鞍马稀,老大嫁作商人妇。 商人重利轻别离,前月浮梁买茶去。 去来江口守空船,绕船月明江水寒。 夜深忽梦少年事,梦啼妆泪红阑干。 
 

 그리 지내는 동안 동생은 군대에 가고, 부모는 죽고,

 그러는 동안 저녁은 가고, 아침이 오매 얼굴은 늙어 추해졌도다.

 흥청거리면 문 앞은 쓸쓸하고, 말 탄 손님 드물어지고,

 늙어서 시집가 상인의 아내가 되었네.

 장사치란 돈벌이만 중히 여겨 여자와의 이별을 가볍게 생각하니, 지난달 부량에 차를 사러 가 돌아오질 않고 있네.

 강가에 서성이며 남편 없는 빈 배를 지키고 있노라면,

 무심한 달빛 배를 둘러 비치고 강물은 차가워라.

 밤이 깊어 문득 어릴 적의 일을 꿈꾸는데,

 꿈속에서도 슬픈 정 참지 못해 우니 화장한 연지 녹인 붉은 눈물이 줄줄 흐르노라.



我闻琵琶已叹息,又闻此语重唧唧。 同是天涯沦落人,相逢何必曾相识! 我从去年辞帝京,谪居卧病浔阳城。 浔阳地僻无音乐,终岁不闻丝竹声。 住近湓江地低湿,黄芦苦竹绕宅生。 其间旦暮闻何物?杜鹃啼血猿哀鸣。 


 나 백거이는 이미 비파소리를 듣고 탄식했는데,

 또 이 말을 듣고 거듭 탄식하였다.

 우리 모두 하늘가의 한 쪽에서 불행히 지내는 사람들인진대, 

 서로 만나 이야기하기에 합당한 처지인, 사람이 만나는데 어찌 일찍이 아는 사람만으로 한정할 것인가.

 나는 일찍이 장안을 떠나온 이후, 심양성에 귀양 사는 병든 몸

 심양은 벽지라 음악이 없으니, 해가 지도록 거문고와 피리 소리를 듣지 못했노라.

 나 사는곳, 분강 가까워 땅은 저습하니, 누런 갈대와 큰 대나무 만이 주위에 무성할 뿐, 아침 저녁으로 무슨 소리를 들었을리오.

 단지 피를 토하는 두견새 소리, 그리고 슬프게 오는 원숭이 소리 뿐.


春江花朝秋月夜,往往取酒还独倾。 岂无山歌与村笛,呕哑嘲哳难为听。 今夜闻君琵琶语,如听仙乐耳暂明。 莫辞更坐弹一曲,为君翻作《琵琶行》。 感我此言良久立,却坐促絃絃转急。 凄凄不似向前声,满座重闻皆掩泣。 座中泣下谁最多?江州司马青衫湿。



 봄철의 꽃피는 아침이나 달이 유난히 밝은 가을 밤,

 나는 가끔 술을 받아다가 홀로 기울였노라.

 여기라고 나무꾼의 노래나 촌동의 피리소리 없기야 했으랴마는

 가락 안 맞고 소리 조잡하여 듣기 거북했노라.

 헌데 오늘 저녁 그대의 비파소리 들으니, 마치 신선의 음을 듣는 듯 귀가 번쩍 튀었노라.

 그대 자리 앉아 다시 한 곡조 타기를 사양치 마시라.

 나 그대를 위해, 그대의 비파소리를 시구로 옮겨 '비파행' 을 지으리라.

 그녀 내 말에 감동하여 말없이 서 있다가,  

 다시 좌정하여 줄을 튕기니 비파 소리 급하도다.

 더 처절하고 연연한 가락은 앞서와 달랐다. 

 앉아 있던 모든 이, 얼굴 가리고 슬픔에 울었노라.

 그 중에서도 누가 가장 많이 울었는고 하면, 

 강주 사마 백거이 나 자신의 푸른 옷소매가 가장 많이 젖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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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사탕찌개 | 작성시간 13.07.29 중국문화는 참... 현대 중국은 그렇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고대 중국의 문화는 왜 이리 간지폭풍인건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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