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엔화 가치'‥무너지는 '안전자산' 신화
기사입력 2022.03.19. 오후 8:30 기사원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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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일본의 엔화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에 버금가는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인정받아 왔죠.
그런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이런 '안전자산 신화'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고현승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일본 엔화에 전에 없던 이상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달러당 115엔 안팎이던 엔화가 118엔을 넘는 '엔저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한국 원화보다 더 많이,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과거 전쟁이나 재해같은 급변사태 때마다 수요가 몰려 '엔고'가 됐던 것과 정반대입니다.
엔화의 '안전자산 신화'가 깨진 겁니다.
[마츠노 히로카즈/관방장관(지난 17일)]
"특히 최근 엔저의 진행을 포함해 외환시장의 동향과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실하게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역 적자.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 누적된 무역적자가 30조엔이 넘는데다, 올 1월엔 1조 1천8백억엔, 1985년 이후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성장률은 오르지 않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후 원유를 비롯한 자원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해외 보유자산의 변화도 원인입니다.
일본은 335조엔에 이르는 세계 최대 대외순자산 국가라서 유사시 해외 자산을 팔아 엔화를 사들였는데, 이게 어려워졌습니다.
10년 전만해도 주식이나 채권 등 즉시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이 많았는데, 지금은 외국기업을 인수하는 직접투자 비중이 커져 곧바로 팔 수 없게 된 겁니다.
여기에 제로금리인 엔화로 고금리 외화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캐리 거래'도 저금리인 '달러 캐리'로 대체되면서 엔화가 필요없어진 것도 한몫했습니다.
[카라카마 다이스케/미즈호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일본 엔을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인 (엔화의) 수급 환경이 최근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냐는 목소리가 많아졌습니다."
이런데도 일본은 어제(18일)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유지를 결정해,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질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례없는 엔화가치 하락은 일본 경제의 약점이 드러난 거란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일본처럼 수출 중심 경제에, 자원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결코 남의 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