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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5x5의 штрафбат

Null. 어린이날에도 잠수함은 움직인다

작성자cjs5x5|작성시간21.05.05|조회수91 목록 댓글 2

잠수함과 어린이?

 

매우 생뚱맞은 조합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잠수함 승조원들에게는 매우 중대한 관심사였고 이를 알고 있는 사령부에서도 굉장히 신경써주던 부분입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중에 유보트 U-333의 함장이었다가 히틀러 사후에 칼 되니츠가 독일의 국가원수가 되자 경호책임자로 근무하였던 피터 크레머의 회고록이 있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어서 일부분만 옮겨보려고 합니다.

 

 

   우리 배가 있는 대서양을 수직으로 잘라본다면 배 밑바닥부터 해저까지는 약 5,000m나 되었으며 우리 상공 100-40m에서는 단파가 그리고 상공 40-13m에서는 장거리 통신용 주파수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독일은 잠수함(특히 잠항중에 있는 잠수함)과의 통신을 위하여 극초장파(ultra long wave) 송신기를 독일중부 빌베에 있는 칼브에 설치 운용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하여 잠수함이 뉴욕 외해 및 카리브해의 수심 25m에서도 지휘소의 송신 내용을 선명하게 수신할 수 있었다. 이 극초장파는 주로 10,000m나 되는 장파를 이용하였다.

   이 시기에도 이미 작전용 음어나 특별 작전에 관한 암호 체계를 이용하였지만 개인적인 메세지도 무선 통신기를 통하여 자주 전달되곤 하였다. 예를 들면 U-333의 기관사인 헤버 상사에게 '예쁜 공주 탄생.  산모와 애기 모두 건강함' 이라는 전보가 도착했다. 그리고 잠수함 부대 참모장이자 인사최고 책임자인 프리드 버기 제독으로부터도 '꼬마 해군, 잠망경을 가지고 출생'이라는 개인적인 축하전문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개인적인 소식들은 출동을 나와 있는 승조원들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였으며 훈훈한 인간미를 느끼게 해 줌으로써 사기 양양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비좁고 불편하고 고립된 환경속에서 오랫동안 망망대해 속에서 수개월동안 작전을 수행해야합니다. 비록 까다로운 승조원 선발과정을 통해 자원들을 걸러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수함의 근무조건은 근본적으로 참기 힘든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군복무중에 허리디스크 수술을 2번 받은탓에 별다른 오락거리와 교우관계없이 오랫동안 군병원을 이곳저곳 전전하며 갇혀지내다시피했던 경험이 있는터라, 사람 그리고 사회와 오랫동안 고립되는 감각이 사람을 얼마나 괴롭게 만드는지 알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할진데 내 아이가 태어났는데 당장 달려갈 수도 없고 어떻게 건강한지도 알 수 없는 처지에 놓여버린다면 더욱 괴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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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쓰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놀라운 이야기도 하나 찾았습니다. 남자 일색인 잠수함속에서 태어난 아기가 있다면 믿겨지시나요?

 

이 사건의 주인공은 2차대전때 호주 브리즈번과 프리멘틀을 모항으로 두고 남중국해 등지에서 작전을 수행하였던 USS Creval‎le (SS-291)입니다.

 

1944년 4월 4일 USS Creval‎le은 3번째 초계작전을 위해 호주 프리멘틀에서 출항했습니다. 남중국해로 향하던 도중인 4월 25일에는 상선 한 척을 격침시켰고, 5월 6일에는 16,801톤의 유조선 닛신마루를 격침시켰습니다.

 

발단은 5월 11일이었습니다. USS Creval‎le은 특수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리핀 Negros Island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USS Creval‎le은 40인의 피난민을 구조했습니다. 피난민들 중에는 28명의 부녀자와 어린이, 바탄 죽음의 행진에서 살아남아 탈출한 4명의 전쟁포로, 지역 게릴라들에게 선교활동을 하던 미국 선교사의 가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USS Creval‎le의 승조원들은 지역 게릴라들에게 가능한량의 보급품을 건네주고 일본의 마리아나 군도 방어계획이던 'Z계획'에 대한 서류를 건네받았습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떠난지 8일후에 피난민중의 한 여성이 USS Creval‎le 함내에서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습니다. USS Creval‎le은 피난민들을 내려주기 위해 호주 다윈으로 향하던 도중에 폭뢰공격을 당하여 잠망경과 레이더를 손실당했으나, 5얼 19일 어떻게든 목적지인 다윈에 도착했습니다. 40인의 피난민과 1명의 사내아이를 내려주고 함은 수리를 위해 호주 프리맨틀로 입항했습니다. 

 

USS Creval‎le은 이후로도 호주에서 진주만으로 전출가서 일본본토와 오키나와 등지에서 일곱번까지 초계임무를 수행하고 종전을 맞이했습니다. 전후 1960년에 연구용 잠수함으로 지정되어 AGSS-291라는 새로운 함명을 지정받았고 1962년 3월 9일에 퇴역하였으며 1971년 3월 17일에 스크랩처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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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6개월전 크리스마스에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잠수함에겐 관용과 행복보다는 오직 집요한 증오와 불행만이 함께하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잠수함도 결국엔 사람이 타고 사람이 움직이는 물건이기에, 사람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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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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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waterloo | 작성시간 21.05.05 그 좁은 곳에서 출생이라니.. 산모와 승조원 모두 대단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cjs5x5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5.05 어떻게 적당한 의료진이 없는데도 해냈으니까 저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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