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제 제가 작성하였던 <북한과 미국이 미사일을 쏜 날>의 보충입니다.
어제 저는 북한이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데 대해서 이렇게 썼습니다.
"일단 북한 순항미사일이 분량이 짧으므로 먼저 다루자면, 다분히 윤석열 행정부의 '담대한 구상audicious plan'에 대한 북한의 대답으로 보이고 동해가 아닌 서해를 향해 발사한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메세지도 담고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제 글에서는 어쩌다보니 위에서 강조한 부분을 빼놓고 서술했는데 오늘 집안일을 마치고 둘러보다가 결정적인 지점을 발견한거 같아서 보충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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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v.daum.net/v/20220817155112344?x_trkm=t
어제 인용한 기사에서 나왔다시피 어제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 2발에 대해서 우리당국의 분석결과는 아직도 공개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북한이 러시아제 순항미사일 Kh-35U를 카피한 것으로 알려진 '금성-3호'를 점치는 의견만 제시되고 있습니다.
//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구체적인 제원을 알 수 없어 분석에 제한이 있지만, 북한판 ‘하푼’ 대함 미사일인 ‘금성-3호’일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은 사거리 200km 이상의 함대함 순항미사일을 2017년부터 배치하기 시작했는데, 지상에서 함정을 향해 발사할 수도 있는 신형 미사일”이라고 말했다. //
이 금성-3호에 대해서 함대지 혹은 지대함 능력이 있는것은 알려져있지만 지대지 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CSIS의 Missile Threat에 의하면 금성-3호의 최대사거리는 250km까지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https://missilethreat.csis.org/missile/kumsong-3-kh-35-variant/#easy-footnote-bottom-7-2257
약간 의아했습니다. 남한에게 메세지를 던지려면 차라리 대함 순항미사일이 아니라 그놈의 이스칸데르(KN-23) 카피를 쏘면 더 확실한 메세지가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남한에서 유명해졌고, 사거리가 짧아서 다른 국가들을 자극할 염려도 없고, 최종돌입직전에 변칙기동까지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https://missilethreat.csis.org/missile/kn-23/
그러다가 오늘 이 기사를 접하고 정말 어제의 발사는 남한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메세지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818036300083
// 18일 중국 해사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웨이하이해사국은 최근 항행안전 정보를 통해 17일 오전 8시 30분부터 19일 오후 5시까지 서해(황해)에서 군사 활동을 한다고 공지했다.
해사국은 4곳을 적시하며 군사 활동 기간에 해당 지역으로의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사 활동의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웨이하이해사국이 발표한 4곳은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통해 보면 산둥반도 웨이하이시와 칭다오시 사이 앞바다이다. 산둥반도는 지리적으로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앞서 다롄해사국도 최근 서해 북부지역에서 군사 임무를 한다며 20일 12시까지 해당 해역으로의 선박 진입을 금지했다. 금지한 곳은 랴오닝성 다롄시와 산둥성 웨이하이시 사이 해역이다.
한반도와 가까운 산둥반도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셈이다. //
글로 보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빨간색은 위의 기사내용을 보고 중국 해사국이 출입금지를 통보한 지역들을 예상한 지역들이고(중국 해사국 홈페이지에 접속이 거부되고 있어서 직접 확인은 못함), 오른쪽의 녹색원은 북한의 온천군에서 문제의 사거리 200km 정도의 금성-3호 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때 미사일이 닿을 수 있는 범위를 표시한 겁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중국 해군의 훈련지역과 북한이 발사한 금성-3호 순항미사일의 사거리 사이의 갭은 95km 정도밖에 안됩니다. 만약 CSIS의 Missile Threat가 예상하는 최대사거리 250km까지라면 불과 50km입니다. 육지에서의 50km는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멀면 멀다고 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해상에서의 50km는 26해리로써 미사일의 시대에서는 말 그대로 코앞입니다. 즉, 17일 오전 8시를 목표로 훈련을 위해 서해와 보하이만의 경계지점으로 향하려던 중국해군은 의문과 함께 당혹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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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 대해서도 또다시 기표와 기의의 불일치를 꺼내올 수 밖에 없습니다. 사거리는 짧았어도 북한은 감히 중국해군을 향해 똑바로 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러시아판 하푼을 말입니다. 중국은 당연히 불쾌할 겁니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딱히 불만을 표시할 수도 없고 그 필요도 느끼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100일을 맞이하여 약간 더 살을 붙여서 '대담한 구상'을 운운하였던 바로 그 8월 17일에 실행되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남한을 향한 것일수도 있고, 중국을 향한 것일 수도 있고, 둘 다를 향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둘 다를 향한 행동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겉보기에 언론과 사람들은 북한의 이러한 행동을 남한을 향한 행동이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점에서 중국은 북한이 괘씸해도 북-중-러 vs 한-미-일 대결구도에 대해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눈에 띄는 조치는 안할 겁니다. 물론 눈에 안띄는 조치는 할 수 있지만요.
또한 그들의 '대국 세계관'에 비추어봐도 소인배의 한 두가지 협잡질이 있다하여도, 자국의 핵심이익을 건들지 않았다면 중국은 기만행위는 할지언정 군자다움은 증명하려 들겁니다(화이부동 동이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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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저는 북한이 중국에 대해 어떤 불만을 느껴서 이런 짓을 벌였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중국해군이 서해에서 훈련을 벌이는 것 자체에 불만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행위의 강도가 세다는 점에서 이 추론은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뭔가 예전부터 쌓인게 있는거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튼 북한은 중국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이번 사건의 포인트 같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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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_Arondite_ 작성시간 22.08.18 흠, 그걸 그냥 갖고만 있는 게 아니라 표출까지 한다...흠...궁금해야 할 지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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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Histotius 작성시간 22.08.18 오호, 이렇게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흥미로운 포인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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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avert 작성시간 22.08.18 그동안에 김정은이 해왔던 것들 보면 가시적인 경제성장이나 군 현대화에 목을 메는것 같던데 생각만큼 도와주질 않으니 저러나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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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havoc(夏服ㅋ) 작성시간 22.08.19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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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통일한국짱 작성시간 22.08.19 북한 코로나로 경제가 말이 아닌데 언급하신 한미일 북중러 구도를 깰 입지를 가진게 북한이죠.
북한이 스탠스를 바꾸면 곤란해지는건 중국이니 뜯어내기 위한 술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뭔가 만족스럽게 딜이 오가지 않았기에 우회적 항의 표시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