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오늘도 위성사진을 끄적이다가 평소에 관심있던 녀석을 찾았습니다. 바로 프랑스가 브라질에게 수출한 Scorpene급 잠수함 중 최근에 진수된 3번함인 Tonelero (S 42).
내일은 쉬는 날이니 재미삼아 끄적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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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잠수함 시장에서 핫한 물건을 꼽으라면 프랑스의 디젤 잠수함인 Scorpene급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최근의 수출 실적이 가장 좋으니 말입니다.
칠레 2척, 말레이시아 2척, 인도 6척, 바로 몇 일 전에 인도네시아가 2척을 계약,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브라질이 4+1척입니다. 왜 +1척인지는 좀 있다 설명드리겠습니다.
스콜펜급은 프랑스 Naval Group의 수출형 디젤 잠수함입니다. 프랑스 본국은 오직 핵추진잠수함만 운용하기에 나발그룹의 캐쉬카우는 스콜펜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콜펜급은 수출형 답게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본형인 CM-2000, AIP탑재형인 AM-2000, 연안형으로 사이즈를 줄인 CA-2000, 리튬이온전지를 탑재한 Scorpene Evolved, 그리고 브라질을 위한 확장형인 S-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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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인 2024년 3월 27일에 브라질 스콜펜급 4+1척중의 3번함인 Tonelero가 룰라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진수식을 가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어디서 건조되어 진수되었을까...
매우 친절한 Naval News가 드론으로 촬영한듯한 사진과 남미쪽 유튜브 쇼츠에서 결정적 단서를 잡았습니다.
거두절미하자면 브라질의 Itaguaí에 소재한 잠수함 건조시설이 그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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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영토가 무지막지하게 큽니다. 그러니 영해도 무지막지하게 크고 자원도 많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자국의 영해를 '블루 아마존'이라 부르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할 정도.
첫번째 단서. Naval News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듯한 친절한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과 일치하는 드라이독을 찾았습니다.
두번째 단서. 남미쪽 군사 유튜브 쇼츠에서 찾은 진수식장의 전경. 건물들이 일치했습니다.
세번째 단서(?). 요건 단서라고 하긴 그렇지만, 이 시설에 스콜펜급 1번 혹은 2번함이 거진 정박되어 있습니다.
이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 시설은 스콜펜급 브라질형의 건조 및 유지보수와 연관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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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뭔가 싱겁지만 오늘의 궁금증인 브라질 스콜펜급 3번함이 건조된 장소는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제가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브라질의 스콜펜급은 왜 4+1척일까요.
그건 브라질 스콜펜급의 4척은 디젤 잠수함이지만 마지막 1척은 핵추진공격잠수함(SSN)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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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스콜펜급 획득사업의 이름은 PROSUB입니다.
PROSUB에서 최초 4척은 기존 스콜펜급과 마찬가지로 디젤-전기추진이되 원양항해를 위한 연료와 기타 보급품을 더 저장하기 위해 함체를 6m정도(배수량은 100t 정도) 확장시킨 바리에이션입니다. = S-BR. Riachuelo급.
하지만 PROSUB 사업의 마지막 1척은 스콜펜급을 기반으로 하지만 디젤-전기추진이 아니라 핵추진공격잠수함(SSN)으로 제작됩니다.
정확히는 스콜펜급 S-BR 바리에이션에서 브라질에서 자체 제작하는 핵반응로 섹션(PNM사업)을 삽입하는 물건입니다. = SN-BR. Álvaro Albert급.
핵반응로가 없는 S-BR까지는 프랑스 나발그룹이 품질보증까지 합니다. 하지만 SN-BR에서 프랑스 나발그룹의 역할은 핵반응로 섹션 디자인 교육까지로 한정됩니다.
즉, 핵반응로 섹션의 설계 및 제작에 따른 정치 및 기술적 과제는 오롯이 브라질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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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브라질은 우라늄의 주요 생산지입니다. 그리고 과거 군부독재시절 아르헨티나와의 핵경쟁으로 인해 핵연료의 모든 주기에 대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으며(핵추진 기술은 냉전때부터 지금까지 브라질 해군 주도로 개발해왔음), 현재도 2기의 핵발전소에 소요되는 핵연료의 일부를 자체 조달 및 농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핵연료를 조달하고 관리하는 기술적 측면의 과제는 시간과 지속적인 예산투입이 해결해 줄 문제로 보입니다.
https://world-nuclear-news.org/Articles/INB-contracts-Amazul-for-design-of-next-Resende-ph
그렇다면 남은건 핵의 비확산을 추구하는 NPT라는 국제질서속에서 겪어야 할 정치적 과제입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양국은 1991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양자 협정(Agreement between Argentine and Brazil for the Exclusively Peaceful Use of Nuclear Energy)에 서명하고 같은 해 12월 13일 이를 발효시켰으며, 이 협정에 따라 SCCC를 수립하고 ABACC(브라질-아르헨티나 핵물질 감시·통제국)을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25560
이때 협정 내용 중 'Article 13 Special Procedures'에서 핵물질이 핵추진 용도로 사용될 때 발동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이 조항에는 “잠수함과 시제함에 핵연료를 사용할 경우 IAEA에 통보한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습니다.
짧게 번역하자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1991년에 핵무기를 가지고 그만 투닥거리자고 합의했으며 서로가 핵물질로 무슨 수상한 짓을 하는지 감시하자고 합의했는데, 그 합의 내용중에는 핵추진에 핵물질을 사용할때는 IAEA에 통보하고 핵물질을 사용해야한다는 내용이 있다는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브라질은 이 Article 13을 발동하기 위해 현재 IAEA와 협상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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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동의를 필요로 합니다. 이때 브라질을 지지해주는 나라가 바로 핵보유국이자 UN상임이사국중 하나인 프랑스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주목해오진 않았지만 프랑스와 브라질은 생각보다 깊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기원은 1990년대 미국 주도의 일극체제(Unipolar World)를 견제하고 다극체제(Multipolar World)를 추구하며 남미와의 관계를 강화했던 시라크 정권 그리고 국제적 위상 재고를 추구하던 브라질 룰라정권의 이해관계가 합치되어 형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프랑스와 브라질은 2006년 전략적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2008년에는 그 액션플랜(Brazil-France Strategic Partnership Action Plan)에 양국이 조인했습니다. 이 액션플랜중에 프랑스 나발그룹이 브라질의 차기 잠수함 건조에 대한 지원 및 디자인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https://www.gov.br/mre/en/subjects/bilateral-relations/all-countries/french-republic
즉, 브라질은 정치적 과제에 있어서는 프랑스라는 뒷배를 확보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지점이 미국과 영국이 뒷배를 봐주고 있는 호주와의 공통점이자, 그 외의 뒷배가 없이 핵잠을 추구하는 다른 국가들과 브라질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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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 하나 보자고 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NPT라던지 국제질서라던지 그런 것들마저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하나를 말하다보면 고구마 줄기처럼 다른 것들이 줄줄이 딸려 올라오는게 잠수함 세계의 매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내일 투표도 하러가야 하는데 새벽이 깊어지고 말았으니 이젠 글을 마무리 지을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