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쉬는날이라 그런가 알바하는 식당에 손님이 몰려와서 지쳐버렸습니다. 거기에다가 요새 일인지 취미인지 모를 일까지 처리하느라 여유도 없고 에너지도 없네요.
본래는 미-일-필리핀 정상회담을 다루려고 했는데 좀처럼 여유가 안나네요. 워낙 전례가 없던 일이라 후딱 살펴보고 싶은데시리...
아무튼 오늘의 <일요일의 IMINT>는 그놈의 일인지 취미인지 모를 일과 관련된 장소입니다. 바로 일본의 고베神戸입니다. 알고보니 잠수함을 만든지 100년도 더 넘은 잠수함의 도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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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시는 그 유명한 오사카의 서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만을 둘러싸고 형성된 엄청난 크기의 메트로폴리스가 형성되어있네요. 이 풍경도 굉장합니다.
그건 그렇고, 고베시에서 처음으로 잠수함이 만들어진 때는 1905년 9월입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일본이 최초로 잠수함을 가지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러일전쟁 도중이던 1904년에 12월에 일본은 미국 Electric Boat社로부터 홀란드형 잠수함 5척을 주문하였습니다. 직도입은 아니었고 미국에서 제작된 부품들을 일본의 요코스카 조병창에서 재조립하는 형태였습니다. 1905년 8월에 조립을 완료했으나 러일전쟁이 종료되어 작전에 투입되진 않았습니다.
한편, 요코스카 조병창과 별개로 고베의 가와사키 조선소는 1905년 9월에 홀란드의 조수였던 미국인 엔지니어 Chase와 Herbert의 조력하에 개조된 홀란드형 잠수함 2척을 자체 건조했습니다.
오늘 둘러볼 고베의 전경은 대략 이렇습니다. 세계에서도 손꼽힐 규모의 콘크리트 천지 항구도시로 보입니다.
사진의 상단에는 가와사키 조선소가 있고, 사진의 하단에는 미츠비시 조선소가 이웃해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은 가와사키와 미츠비시가 같은 함급의 잠수함을 고베에서 1년마다 교대로 1척씩 건조합니다. 일본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잠수함의 건조기반과 산업환경(1차벤더, 2차벤더, 3차벤더 등등)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잠수함 건조형태는 1961년부터 하야시오급 및 나츠시오급을 가와사키와 미츠비시가 교대로 건조하며 형성되었습니다.
물론 2차대전때도 가와사키와 미츠비시는 고베에서 나란히 잠수함을 찍어 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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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츠비시 조선소를 살펴보겠습니다.
미츠비시가 잠수함을 제작하기 시작한 시기는 1차대전이 막 끝난 1919년 10월입니다. 당시 영국 Vickers社가 L급 잠수함을 제작했는데, 그 함급의 개량형인 L1급 맟 L2급 6척을 영국으로부터 디젤엔진을 수입해다 고베에서 건조했습니다.
고베의 미츠비시 조선소에서 잠수함과 관련된 장소는 3곳으로 보입니다.
왼쪽 드라이독에서는 기본 공정을 수행하고, 기존 잠수함의 유지보수는 가운데 플로팅독에서, 마무리 및 오버홀은 오른쪽 드라이독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왼쪽 드라이독의 모습. 최대 2척의 잠수함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어 보입니다. 사진상으로는 이미 1척의 잠수함(시기상으로 최신예인 타이게이급)의 기초공정이 수행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운데 플로팅독의 모습. 외장공사를 위한 구조물들이 설치된 모습이 보입니다. 이러한 구조물들은 다른 국가들의 잠수함 기지들에서도 흔히 보이는 것들입니다.
사진속에 보이는 2척의 잠수함을 모두 식별해보니 +자형 타기를 지닌 오야시오급으로 보입니다. 오야시오급은 함령이 대략 20년 정도 되었고 7척은 이미 수명연장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러니 이래저래 상가하여 수리할 일이 많을 겁니다.
오른편 드라이독의 모습. 가장 왼편 드라이독에서 기초공정을 끝낸 잠수함의 마무리 공정은 여기서 수행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오야시오급도 이 위치에 정박되어 있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그러므로 기존 함급의 오버홀도 이곳에서 수행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른때에 찍힌 동일한 장소의 모습.
귀찮아서 세밀하게 식별하진 않았지만 X자형 타기를 가진 것으로 보아 소류급이나 타이게이급 3척으로 보입니다.
다른때에 찍힌 동일한 장소의 모습.
시기상 가장 왼쪽에 상가되어 있는 잠수함은 진수되기 직전인 타이게이급 1번함인 타이게이(SS-513)이고, 오른편에 정박되어있는 2척의 잠수함은 +자형 타기를 가진 오야시오급입니다.
동일한 장소의 실제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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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가와사키 조선소입니다.
이미 전경을 보셨겠지만 미츠비시 조선소 바로 위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고베 가와사키 조선소의 전경.
기초공정 및 오버홀은 위쪽 드라이독에서 수행하고, 그 외 유지보수는 아래쪽 플로팅독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쪽 드라이독의 모습. 가운데 쐐기꼴의 갑문이 있어서 최대 2척의 잠수함을 작업할 수 있어 보입니다. 또한 드라이독 위쪽에 잠수함이 정박되어있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다만, 과거 사진을 보니 가운데 갑문을 열고 민간용도로 추정되는 수상함을 작업하는 모습도 있더군요.
다른때에 찍힌 동일한 장소의 모습.
위쪽에 정박된 2척은 +자형 타기를 가진 오야시오급이고, 상가된 1척은 X자형 타기를 가진 것으로 보아 소류급이나 타이게이급으로 보입니다. 소류급과 타이게이급의 함형은 거의 비슷해서 위성사진만으로는 식별이 난감합니다.
다만, 해당사진이 찍힌 시기에는 미츠비시에서 건조한 타이게이급 3번함 진게이함이 진수될 시기였으며, 가와사키에서 건조한 타이게이급 2번함 하쿠게이함은 아직 취역 전 시운전 단계이므로 사진에서처럼 케이싱을 벗길 정도의 공사를 벌이진 않았을거 같습니다.
그러므로 사진속에서 상가되어있는 잠수함은 소류급으로 추정됩니다.
아래쪽 플로팅독의 모습.
일단 케이싱이 벗겨져 있는채로 상가되어있는 잠수함은 +형 타기를 가진 오야시오급으로 보이고, 위쪽에 정박되어 있는 잠수함은 X형 타기를 가진 타이게이급이나 소류급으로 보입니다.
다른때에 찍힌 동일한 장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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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일도 있었고 또 심심하기도 해서 고베를 둘러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일본은 잠수함의 역사도 길고 또한 현대에 와서도 잠수함과 관련된 과감한 시도들과 투자를 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하루시오급 7번함은 함령 5년만에 훈련용 잠수함으로 지정시키더니 그로부터 2년뒤엔 AIP(스털링 기관) 테스트 배드로 개조해버렸고, 소류급 11번함과 12번함은 10번함까지 채택했던 AIP를 안넣고 리튬이온배터리를 넣어버리지 않나, 최신예인 타이게이급 1번함은 아예 시험함으로 지정되어 테스트배드로 쓰일 예정입니다.
뭐랄까. 무슨 스포츠카 1대도 아니고 그 비싼 잠수함으로 이런 시도들을 실행한다는건 정말 과감한 투자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거 같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써먹었을때 절약될 수 있는 기회비용을 따져본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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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리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져주는 잠수함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작성했던 미-일 정상회담 관련된 글들에서도 짐작해 볼 수 있듯이 일본 해자대가 커버해야 할 해역은 이미 일본 영해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인도-태평양 전역Theater을 커버해야 합니다. 일본 영해 자체도 넓긴 하지만 인도-태평양 전역은 그보다 훨씬 넓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디젤-전기 잠수함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핵추진잠수함에 대한 찬반논의가 있고 그 토론의 역사는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깁니다. 하지만 왜 일본은 여전히 공고하게 디젤-전기 잠수함 체제를 유지하고 있을까... 한번 생각해볼만한 주제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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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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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쉥커코리아 작성시간 24.05.15 메트로폴리스 규모 어마어마하네요
김해부터 위로 양산과 오른쪽 울산까지 산없이 삼각주 평야가 이어진 부산 느낌
동경쪽은 서울인천경기도 전체가 죄다 산 없는 평야 느낌이고 -
작성자_Arondite_ 작성시간 24.05.15 아래쪽에 말씀하신 실험정신이라거나 하는 부분은 전수방위지침에 따른 잠수함 보유대수 제한도 한 몫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실전배치용도로는 16척만 보유할 수 있는 제한에도 잠수함업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잠수함을 만들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함령이 많지 않음에도 퇴역시켜야 하는 함이 많죠. 어차피 실전에는 못쓰는거 이짓저짓(?) 다 해보자,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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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heidegger 작성시간 24.05.15 부럽네요 최신예 타이게이급 1번함이 시험함으로 지정되어 테스트배드로 쓰이네요 뜬금없는 소리인데 게시글 보면서 장보고 3 Batch-3 에는 X형 타기가 적용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