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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5x5의 штрафбат

[흠..인터레스팅]요즘에 드는 회의감 / 오보Misinformation과 관련된 개인적인 넋두리

작성자cjs5x5|작성시간24.07.07|조회수105 목록 댓글 0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퍼뜩 든 생각이 있어서 좀 적고 싶어졌습니다.

 

이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공적인 무언가에 대한 글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까놓고 말해서 누군가를 저격하는 글입니다. 하지만 우리카페 회원분들에 대한 글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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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는 회의감에 휩쌓여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군사니 안보니 하는 것이 논의되는 공론장의 현실 그리고 그곳에 뛰어든 한 분이 최근 비치고 계신 모습에 대해서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는 방법은 생각보다 나이브합니다. 전에 무슨무슨 일을 했다. 무슨무슨 박사학위자다 등의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경력들을 가진 상태에서, 본래 기자들이 해야할 작업들을 대신 해주면 어느새 여러분도 뭐뭐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뭐 당연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실수도 있습니다. '뭐 경력있으니까 전문가 아닌가?'라고 말입니다.

 

다만, 여기서 제가 문제삼는 지점은 실제 그 사람의 실력과 소양보다는 기자들과의 관계가 전문가로써 거듭나는데 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나라 기자분들 소양이 떨어집니다. 단순히 기자분들 개개인이 공부를 안해서라는 이유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우리나라 기자분들은 전문기자가 될 수 없습니다.

 

언론사들은 토픽의 주제에 따라서 XX부 기자, YY부 기자 등으로 기자분들의 섹션을 나눕니다. 그런데 이렇게 섹션이 배정되는 기준은 기자 개개인들의 지식과 역량이 이니라 그냥 TO나오는 자리에 낑겨넣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툭하면 순환배치되죠.

 

또한 차분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파고들며 취재하는 분위기도 아닙니다. 조회수와 선점효과를 위해 최대한 빠르게 송고하는게 최우선시 됩니다.

 

그래서 수 많은 XX부 기자, YY부 기자분들은 전문적 소양을 배양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자분들은 자기 자신이 전문가가 되는게 아니라, 다른 '전문가'에게 본래 본인들이 해야할 일을 떠넘깁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본래 기자들이 해야할 역할을 대신 해주고 글의 얼개를 짜주는 사람들이 '전문가'로써 거듭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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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Misinformation과 역정보Disinform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둘 다 정보의 오염을 지칭하는 단어인데, 전자는 의도적이지 않은 정보의 오염을 말하고, 후자는 의도적으로 행해진 정보의 오염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오보는 의도치 않게 생산되고 확산된 허위정보이고, 역정보는 의도적으로 생산되고 확산된 허위정보입니다. 시쳇말로 구라도 이렇게 세분화해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나 말하는거야?

 

제가 말하는, 대놓고 말하자면 이 글을 통해 대놓고 저격하고 있는 이 분은 XX분야에서 최근 기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등장한 '전문가'입니다. 이미 TV출연도 여러번하셨고, 각종 신문매체와 유력 일간지에도 인용되거나 직접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분은 XX분야에서 기존의 언사들과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장들은... 뭐라고 표현해야되나. Reasonable합니다. 기존의 언사들 혹은 일명 국뽕 유튜버들의 말보다는 낫습니다.

 

왜냐하면 본인 스스로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근거로 말하거나 글을 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 근거가 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획득하는 소스Source의 상당수가 공신력 있는 1차 자료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 분이 말하는 이야기의 상당수는 위키피디아 영문판 혹은 검증되지 않은 해외웹사이트에서 유래된 것들입니다. 사실 제가 수행한 상당수의 일인지 취미인지 모를 작업의 대다수는 위키피디아 혹은 해외 웹사이트에서 XX에 관련된 정보를 취합해다가 그 분에게 전달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심지어 용역과제를 수행할때조차 각국의 XX에 관련된 사항을 Jane's 같은 공신력 있는 1차자료가 아니라 제가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다 각주처리했습니다. 고상하게 말하자면 OSINT(공개정보자료)지만, 시쳇말로 말하자면 구라인지 아닌지도 모를 텍스트 쪼가리들이죠.

 

'그래도 용역과제인데 위키피디아를 각주로 넣었는데 태클을 거시지 않을까? 아무리 소양이 없어도 박사학위까지 따신 분인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런것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분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분의 모든 이야기가 다 위키피디아에서 유래된 건 아닙니다. 그분은 XX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왔고, XX분야에 대한 자료와 인적 네트워크들도 상당히 수집해두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은 말과 글을 전개할때 1차 자료보다는 위키피디아를 선호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미 다이제스트되어있기 때문에 찾아다보기 편하니까요.

 

명분은 '누구나 다 관심만 가지면 이런 것들을 찾아다 볼 수 있다'지만, 그래도 어느새 대중과 기자들에게 '전문가'로 여겨지며 자기 자신의 말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말의 무게를 생각하면 이제는 이러면 안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분의 세계관은 한국 고위장교들 특유의 선민의식 그리고 한국 기독교 신앙의 영향으로 인해 '선과 악'의 구도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사실'에 기반하여 이야기하는 자신이 그동안 '사실'에 근거하지 않으며 말해온 다른 '전문가'들에게 맞서 싸워야한다고 말입니다.

 

그동안 XX분야에 대해서 다른 '전문가'들은 형편없거나 작위적인 근거를 내세우며 자신의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네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저 자신이 다른 전문가들이 내세운 근거들을 1차 자료들과 대조 및 교차검증해서 그 분에게 전달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분이 그 자신의 굳은 신념대로 '사실'에 근거하여 글을 쓰고 말을 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해보자면... 아직까지는 오보Misinformation를 낸 적은 없지만, 제 생각에 지금처럼 위키피디아에 매달리다간 언젠가 한 번 오보를 낼 때가 올 겁니다.

 

특히 제가 이 분 곁을 떠난 뒤에 말입니다.

 

네, 그동안 신세지면서 좋은 것도 배웠고 좋지 못한 것도 저의 눈과 귀로 직접 체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그 분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대로는 안 될 것 같고, 지금처럼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식당에서 서빙을 하며 굶다시피 살아가지 지금처럼 일하면 저 자신의 양심이 저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그 분 자신은 자기 자신을 전문가로 지칭하지 않으며 '취미의 영역'에 있다고 하지만, 이미 기자들과 사람들은 그 분을 '전문가'로 여기고 그 분의 글과 말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독특한 취미를 가진 호사가로 남겠다?

 

세상은 그 분을 호사가로 남기지 않고 '전문가'로 만들어 낼 것이고, 그 자신의 세계관으로 인해 사악한 다른 전문가들을 물리치기 위해 기꺼이 선한 '전문가'로써 말과 글을 써낼 겁니다. 

-

 

 

아무튼 저는 이 분을 떠날겁니다.

 

더 이상은 이 분에게 배울 것이 없고, 그 분도 이제는 더이상 자신이 가진 것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저에게 열어놓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금의 세태가 무섭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말과 글이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빠르게 전파되고 확대 재생산되죠.

 

하지만 그 '사실'들이 생산되고 확대되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고 있자면, 그 '사실'들이 얼마나 역정보Disinformation에 취약한 오보Misinformation들인지...

 

참 무서우면서 마음이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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