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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푸틴을 파시즘 지도자로 만든 이반 일린의 존재

작성자미르팡|작성시간22.12.22|조회수519 목록 댓글 3

2017년 방영된 레온 트로츠키 시리즈 드라마의 표지

 

https://en.wikipedia.org/wiki/Leon_Trotsky

사실상 러시아 정부의 관영매체인 채널 원 러시아에서 방영된 드라마로써

유대인 트로츠키가 레닌을 조종하고 공산주의라는 타락한 서방의 사상을 퍼뜨리기 위해 러시아 혁명을 조장하며,

권력을 잡기위해 스탈린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가 그 괴물에게 역으로 당해 숙청당한다는 내용이다.

일단 공산주의가 러시아를 타락시킨 서방의 공작이라는 어이없는 주장이나,

트로츠키를 통해 표현되는 명백한 반 유대주의 역시 문제지만,

그것 보다도 훨씬 더 큰 문제가 있으니.... 

 

바로 드라마의 나레이션이 러시아의 파시스트 사상가 이반 일란(Ivan Ilyin)이라는 점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Ivan_Ilyin

이 사람이 누구인가 하면, 1883년에 태어나 러시아 혁명 직전까지 파시즘의 이론적 기초가 되는 사상들을 여럿 정립하고,

레닌에 의해 독일로 추방된 이후에

"서방이 러시아를 타락시키기 위해 유입시킨 공산주의는 언젠가 무너질 것이며,

그 자리에 파시스트 러시아가 들어서, 서방의 자유 민주주의를 정당하고 무지막지한 학살로 정화해야 된다."

라고 주장하며 나치독일의 소련침공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당연하지만 전후에 소련과 독일 모두에서 적대시 당하여, 1954년 스위스 망명지에서 삶을 마감한다.

 

문제는 이 양반이 푸틴이 제일 좋아하는 '사상가'이며, 사실상 푸틴의 러시아의 사상적 설계도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푸틴은 무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반 일린을 찬양해왔으며,

2010년대에는 스위스에 있는 이반 일린의 유해를 러시아로 이장하고,

이 사람의 파시즘 사상을 고등학교 교과서에 넣어 가르치며, 

2000년대 초반 부터 지금까지 착실하게 자신이 파시즘을 추종한다는 것을 한번도 숨기지 않았다.

 

https://youtu.be/6ekNbe8tLXA

멀리 갈것도 없이 지난 9월에 조작질까지 한 동부 우크라이나 병합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푸틴이 직접 이반 일린의 어록을 언급하며 연설을 끝마쳤다.


(35:40 부터)

 

 

이반 일린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혐오하며, 공산주의를 증오한 파시스트였다.

그래서 살아 생전에 항상 공산주의가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며, 그 자리에 파시즘 러시아가 들어서야 된다고 주장했으며,

결국 1990년대에 실제로 소련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실패한 옐친 집권기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사상가로 등극하고 만다.


이반 일린은 민주주의를 조롱하며 비밀투표 원칙이 폐기되고, 선거는 모든 국민이 공개적으로 하나의 위대한 영도자에게 굴종하는 의식이 되어야 되며,

중산층은 감히 영도자에게 도전하는 비정상적인 사회현상의 증거인 만큼 적극적으로 소멸되어야 되고,

하나의 영도자가 국가경제를 통제하기 쉽도록 일반시민들의 경제적 기회가 박탈되고,

대신 영도자에게서 특권을 부여받은 소수의 상위계층이 위대한 영도자에게 복종해야 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러시아는 언제나 무고하며 정당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행사하는 그 어떠한 폭력도 정당하다는 주장 역시 덤.

(경악스럽지만 특별할 것은 없는 것이, 전체주의 사상은 언제나 이런 역겨운 정당화기제를 포함한다.)

 


이런 정당화는 이반일린이 주장한 대외정책에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반 일린은 폴란드, 발트 3국, 우크라이나 등을 언급할때,

항상 따옴표(" ") 표시를 하면서 이 민족들은 실체가 없는 러시아의 일부이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반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현대 러시아의 기행은 이반 일린의 사상에 비춰보면 완벽하게 이해가 된다.

푸틴은 경제적 특권을 보유한 소수의 올리가르히 재벌들을 통제하면서 러시아 경제 전체를 쥐고 흔들고,

자생적인 민간경제는 절대로 올리가르히들(그리고 푸틴)을 위협하지 못하게 억제되며,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선거'는 공공연하게 비밀투표 원칙이 폐기된 사실상의 세레모니로 전락하였고,

거기다가 외무장관이 2017년에 독일에서 연설을 하며 "독일 통일을 불법이며, 일어나면 안되었다"라고 발언하는 나라가 러시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주장한 파시스트가 

"러시아 혁명은 유대인이 서방의 타락한 사상인 공산주의를 가지고 러시아를 타락시킨 사건"

이라고 주장하는 국영방송의 프로파간다 드라마에서 나레이터 역할로 등장한 것이 무려 5년 전의 일이다.

사실 이미 2017년에 푸틴은 통해 '우린 파시즘이 국가사상'이며, '우크라이나를 결국 멸망시킬것'라고 대놓고 선언했었던 셈이고

알렉산드르 두긴 역시 이반 일린의 사상을 계승한 파시스트라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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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花美男 | 작성시간 22.12.23 네플릭스로 트로츠키 봤는데 저런 내용 없었어요. 트로츠키가 완벽한 선은 아니지만 선역이고 스탈린이 빌런으로 나왔는데..
  • 작성자바람과구름의파넵 | 작성시간 22.12.23 그냥 중세 왕정하고 다른게 없어 보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미르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24 또한 러시아는 언제나 무고하며 정당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행사하는 그 어떠한 폭력도 정당하다는 주장 >>>> 중세왕정이 이런식으로 자기 합리화는 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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