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언제인지는 기억안남) 봤던 영화 소나기. 혹시나 있나 싶어 유투브 검색해 봤더니 "다른 버젼 소나기"만 있어 무척 서운했어요. 여기선 어릴 적 봤던 그 느낌의 소녀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소중히 간직했던 뭔가를 영원히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이 밀려 왔습니다. 기왕 마음 먹은 김에 만사 제쳐 두고 내 기억 속의 그 소녀를 찾아 본격적으로 추억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의 역순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소나기. 2005년 이세영소나기, 1987년 조은정소나기가 나타나고, 끝으로 내가 찾던 1978년 소나기 연이를 드디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떨림, 반가움, 그리움, 설레임.
첫 사랑을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의 느낌이 이런 거 아닐까요? 그 소녀의 이름은 조윤숙. 그 소녀윤숙이 현실세계에선 나랑 같은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니..., 그 당시 미리 좀 알았더라면 "어쩌면 충분히 내 사정권 내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부질 없는 상상만으로도 숨막히는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아! 미안 마누라. 당신은 내 현실의 연이니깐 걱정마~)
다시 본 연이는 어찌나 순수하고, 청초하고, 발랄하던지.... 그러면서도 우수에 차고, 쓸쓸해 보이는 느낌 때문에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잔상으로 남았나 봅니다. 다른 소나기 소녀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소녀윤숙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은 내면과 특유의 청초한 성숙미..
"낮에 나온 반달은..하얀 반달은~" 노래를 읖조리며 냇가를 거닐고 있는 마음 둘 곳 없는 소녀, 연이의 외로움. 학교 운동장에서 흘러 나온 공을 줏어 주며, 친구가 되어 주길 바라는 귀엽고 가여운 연이의 표정. 이 장면에서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잠시 몸 추스려 소년을 만나러 무작정 냇가로 나온 소녀. 이제 이사가니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전하며 소년에게 건네준 이별의 선물, 대추. 소나기를 맞으며 둘 만의 소중한 유희를 추억하는 소녀의 애잔한 마지막. 그 모습에서 어느날 문득 30년 전의 첫사랑 로망을 끄집어 내게 된 진짜 이유가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연이는 바로 조윤숙이였고 이 어린 소녀윤숙은 대체불가 소나기 소녀이자 마법의 소녀였습니다. 소녀윤숙을 그리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파릇파릇 돋아나는 첫사랑의 수줍음과 아픔을 느끼는 소년이 되어 버리니까요!
"소나기는 그쳤나요?".
2006년에 나온 영화인데 소나기 관련자료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추가성과. 내용은 황순원 소나기 이후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창작물. 영상자료가 없어 보질 못했지만, 이 작품은 분명 힐링영화가 될 거라는 직감이 듭니다. 소녀의 죽음으로 첫사랑의 아픔을 안고 이제껏 살아 온 대한민국 모든 소년(이제는 어른)들의 깨진 심장을 보듬어 줄 바로 그 힐링.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음~ 클래식이란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의 어떤 장면이 소나기와 오버랩 된다는 정보도 추가로 알게 되어, 보게 되었는데 소녀윤숙을 잃은 소년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팁을 드리며... 이만..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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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숙님제발 작성시간 15.12.28 저도 조윤숙님을 참 좋아하는데요 원작 소설속의 주인공들과는 많이 다르죠 솔직히 개인적으로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너무 고전적이죠
차라리 2005년도에 나온 tv문학관 소나기가 소설 원작에 가깝죠
78년도 소나기는 소년이나 소녀나 소설과는 다르게 도시적이죠 소년은 보기보다 까칠하고 소녀는 보기보다 적극적이었죠 -
작성자jeep 작성시간 15.12.29 사실 78년도 소나기는 윤숙님 영화죠 원작 내용등등을 다 잡아 드셨지요 그만큼 대단한 분이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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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추억을 싣고 작성시간 16.03.13 01096273840으로문자주세요 제가메일로 보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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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세식구 작성시간 17.01.03 너무 잘 쓰신 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