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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금당 월연댁에서 먹고 놀기

작성자범고개|작성시간26.06.14|조회수57 목록 댓글 0

호계를 건너 대밭으로 죽순을 따러 간다.

낡은 75L 배낭을 짊어지고 빨간 비닐 가방도 들었다.

발로 차지 않고 양손으로 죽순을 잡아 스냅을 주어 끊어낸다.

발로 차 넘어뜨릴 떄보다 덜 미안하다.

검은 껍질에 싸인 죽순을 몇 군데 모았다가 끝을 낫으로 쳐 낸다.

잠깐 밭에 넘어가 박서방이 갈아 놓은 흙을 본다.

감나무 가지는 가느랗게 올라가다가 부러졌다. 남은 옆가지를 당겨 묶으려니 부러진다.

옆으로만 벋게 만든 매실은 가지가 꺾여 바닥에 누워있다.

과감히 잘라낸다.

다시 돌아와 잘 들지 않은 낫이지만 빠르고 짧게 끝을 잘라내니 무술하는 사람의 빠르기를 이해할 듯하다?

껍질째 삶아야 맛있다고 하니 더 무거워진 배낭을 짊어지고 일어난다.

빨간 비닐 가방에도 스무개의 죽순을 담아 드니 손잡이끈이 곧 떨어질 것만 같다.

호계 다리를 지나 영효재를 올라오는데 힘들다.

송씨호치파 상석 앞에서 쉴까하다가 힘을 내어 조금 더 걸어 이우 아재 살구나무 아래서 쉰다.

나무 지게를 지고 오가던 때를 생각하다가 숨가빴던 아버지의 지게를 생각하다가

발끝의 떨어진 살구를 줍는다.

반쯤 쪼개져 상처가 났지만 조그만 살구는 시큼달콤 맛있다.

손을 뻗어 또 줍는다.

집 동쪽 양은솥에 물을 붓고 불을 붙인다.

나무청은 어지럽다. 바보는 얼른 정리하라지만 난 어머니의 나무청을 생각하며 지금도 나무를 주워 얹어 놓는다.

제대로 막지 못한 울타리의 대나무가 썪어가고 있다.

땔감으로 좋다. 편백과 소나무 가지는 톱으로 반쯤 자르다가 발로 밟아 부러뜨린다.

소금을 두 줌 넣고 불을 때는데 물은 쉽게 끓지 않는다.

땡볕에 모자를 뒤집어 쓰고 뜨거운 불앞에 앉아 있으니, 내가 뭐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 켜고 책을 뒤적거리는 것보다 건강한 걸까?

이러고 나면 또 맑은 글 몇 줄 읽어질까?

굽어진 집게로 오무라든 죽순을 채바구니에 담아 큰 찬물통에 던진다.

차가운 물이 흐르게 하며 담궈두고 또 새로운 죽순을 솥에 넣는다.

이렇게 두번을 더 하고 나니 점심이 지난다.

껍질을 벗기고 또 찬물에 담궜다가 가운데 토막만 반으로 잘라 김치상자에 가지런히 넣어두고

아랫쪽 뿌리와 윗쪽 갈라진 부드러운 부분은 잘라 널고 작은 건 무침용으로 바가지에 넣어둔다.

 

4시 무렵 일하러 나갔던 바보가 전화해 다성촌에 아구찜을 주문하라고 한다.

지난 번 월연 운정 두분과 과역 점암 답사갈 때 받았던 '청전서실' 답례를 하기로 하고

두 분을 6시에 금당 월연댁에서 만나기로 했다.

월연은 돼지고기 수육을 삶아 칵테일에 한잔 하자고 하시지만 난 아구찜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5시 못되어 아구찜과 죽순과 고추잎과 뻣뻣한 취나물 반찬을 챙겨 간다.

운정 선생은 오토바이를 타고 와 계신다.

술병이 여럿이다.

차려놓으니 상이 다 찬다. 운정 선생은 집사람도 같이 오자할 걸 하신다.

바보는 일 피로인지 술을 느리게 마시고 월연과 난 바삐 마신다.

초정은 밥먹어라 성화지만 난 술이 좋다. 다음날의 술의 복수는 생각치 않는다.

술 안마시는 운정 선생이 웃으신다. 난 운정에게 고흥과 대서 옛사람 이야기를 여쭈고

초정은 월연에게 옛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젊은 사람이 어른한테 옛이야기냐고 난 취기에 들으라 하지만 월연은 웃으시며 좋다고 하신다.

흥이 오른 월연이 단소를 꺼내 몇 곡 불으신다.

트롯과 옛노래다. 취한 나도 갈라진 목으로 따라하기도 한다.

다른 때보다 술이 덜 취했는지 소리가 나온다 하신다.

연적을 보여주시며 쓰인 글자를 보여주신다.

난 어려서부터 운치 같은 건 모르고 살아왔다하니, 월연은 이제 보상받을 때라고 하신다.

위로받는 느낌이다.

6시에 시작한 저녁파티가 11시가 다 되어간다.

월연은 또 뭔가를 초정에게 주신다. 옥으로 된 막자와 사발, 구슬 팔찌 등을 받고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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