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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주유천하

조용헌의 주유천하(10)왜 음(陰)이 앞에 오는가?

작성자풍경소리|작성시간26.06.21|조회수37 목록 댓글 0

조용헌의 주유천하(10)왜 음(陰)이 앞에 오는가?

동양철학의 뼈대 ‘음양오행’ 그 맨 앞머리엔 ‘음(陰)’이 배치
고대인들, 달에 재생의 의미 부여 태양과 달리 달은 생로병사 있어
농사에도 달이 중요한 역할 배추는 달빛 받고 자란다고 여겨

 동양철학의 가장 큰 뼈대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이다. 이걸 가지고 하늘의 뜻인 사주팔자도 설명하고 풍수도 보고 인체의 양생과 질병도 설명한다. 그런데 그 앞머리에 음(陰)이 있다. 음양오행이라는 동양철학 열차의 가장 앞에 선 기관차는 ‘음’인 것이다. 왜 음이 기관차를 맡았을까? 맨 앞에다 배치했다는 것은 그만큼 비중이 높다는 뜻 아니겠는가.

 해는 변화가 없지만 달은 매일 변화가 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변화를 보고 고대인들은 재생(再生)의 의미를 부여했다.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변하는 모양을 보고 죽었다 살아나는 환생을 생각했다. 태양은 생로병사가 없지만 달은 생로병사가 있다. 생로병사가 있는 달이 인간의 상상력과 정서에 훨씬 더 친근감을 준다. 달은 끌어당기는 인력(引力)이 있다. 밀물과 썰물은 달의 영향을 받는다.

 해양문화권에서는 만조와 간조 시간이 중요하다. 뱃사람들은 태양에는 관심 없고 달의 크기가 관심사였다. 음력으로 매달 초여드렛날(8일)과 스무사흗날(23일)은 ‘조금’이라고 부른다. 한달 중 썰물이 가장 셀 때다. 이때 뻘밭이 가장 많이 드러난다. 잡히는 고기도 다르고, 채취하는 수산물도 조금 때는 달라진다. 생계가 바다에 있는 사람들의 노동과 수확 시간은 달이 결정한다. 농사에도 달이 중요하다. 배추는 음이고 무는 양이다. 배추는 넓은 이파리가 벌어져 있으므로 음으로 보았고, 무는 양으로 보았다. 농부들 이야기에 따르면 배추는 밤에 달빛을 받고 자란다. 무는 양이므로 햇빛을 보고 쑥쑥 자란다.

 달은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인력이 있다. 인체의 피도 액체이므로 달에 의해 끌어당겨진다. 그래서 초승달이냐, 반달이냐, 보름달이냐에 따라 인체의 피가 미세하게 영향을 받는다. 기감(氣感)이 예민한 도사들은 이 에너지 차이를 몸으로 느낀다. 도교의 수련이론 가운데 ‘월체납갑설(月體納甲說)’이라는 게 있다. 달의 크기(體)에 따라서 호흡 수련의 시간대가 매일 약간씩 달라진다는 수행론이다. 초저녁에 호흡할 때와 달이 중천에 떠오른 자정 무렵에는 달에서 오는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풀무질할 때 아궁이 입구를 조절하는 이치와 같다.

 예전에 영화 <씨받이>가 있었다. 씨받이로 들어간 배우 강수연이 밤에 보름달의 정기를 아랫배로 끌어당기기 위해 심호흡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흡월정(吸月精)’이다. 좋은 자식을 잉태하기 위해 달의 정기를 빨아들이는 비전이 우리 조상들에게 있었던 것이다.

 서양 영화 <나자리노>와 <울프>를 보면 인간이 늑대나 괴물로 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필 보름달이 뜰 때 늑대로 변한다. 드라큘라 백작이 나타나 활동하는 시간대도 보름달이 뜨는 시간대로 기억된다. 서양 사람들도 달이 뜨면 그 어떤 에너지가 몸에 들어온다고 느꼈던 것이다. 동양은 달맞이를 좋게 여기고 서양은 재수없게 여겼다는 차이가 있다. 선탠이 있으면 문탠(Moontan)도 있다. 요가 수행자들은 보름달이 뜨면 식사량을 줄인다. 달에서 에너지가 많이 들어오므로 음식을 줄여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한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장육부(五臟六腑)가 그것이다. 한자의 장(臟)과 부(腑)에는 하필 월(月)자가 왼쪽에 붙어 있다. 이때의 월은 그냥 달 월이 아니고, ‘육(肉) 달 월’이다. 육(肉)자 대신에 월(月)자를 쓴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드는 의문은 왜 육(肉)과 월(月)을 같은 의미로 사용했을까다. 왜 ‘肉’자를 ‘月’자로 대체했을까. 달이 인간의 육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고대인들이 감지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나라에는 악(岳)자가 들어가는 산 여섯 곳이 유명하다. 그중 하나가 충주와 제천에 걸쳐 있는 월악산(月岳山)이다. 달의 정기가 뭉쳐 있다는 의미의 산이다. 1970년대 중반에 탄허 스님은 ‘월악산 영봉 위에 달이 뜨고, 그 달이 물에 비치면 30년 후에 여자 임금이 등장하고, 그 여자 임금 후반기에 통일된다’는 풍수도참(風水圖讖)을 남긴 바 있다.

 1983년에 충주댐의 물이 차면서 월악산 위에 뜬 보름달이 물에 비쳤다. 2013년에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고, 그 임기 말년에 탄핵됐다. 임기 말년에 통일된다고 했는데 탄핵은 무엇인가? 탄핵이 통일과 관련 있다는 말인가? 미국이 과연 선제 타격한다는 말인가?

 예언은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를 못 채우고 탄핵당했다. 그 어떤 남자 대통령보다도 한반도 정세에 엄청난 태풍을 몰고 온 상황을 온 국민이 두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음의 위력이다.

 

출처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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