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주유천하(15)독락당(獨樂堂)에서 지내려면
100세 시대 홀로 있음을 즐기려면 혼자 할 수 있는 운동 필요
요가로 몸 풀어주고 향 좋은 차 한잔으로 맑은 정신 유지할 수 있어
악기 하나 다룰 줄 알면 자기 자신 달래기 좋아
독락당(獨樂堂)을 풀이하자면 ‘홀로 있음을 즐기는 집’ 또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집’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만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경지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 사람이 공부가 됐나, 안됐나를 가늠하는 기준은 바로 독락(獨)에 있다. 독락이 되는 사람은 공부가 된 것이다. 100세 시대라고 떠들 때마다 밀려오는 걱정은 말년궁핍(末年窮乏)과 말년고독(末年孤獨)이다. 나이 들어 힘 떨어지고 돈 떨어졌을 때 밀려올 고독을 과연 나는 감당할 수 있을까!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가면 회재 이언적 선생(1491~1553)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지은 집이 있다. 그 집의 사랑채 이름이 바로 ‘독락당’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심정은 똑같다. 다가올 고독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당호(堂號)가 아니겠는가. 오히려 ‘고독’을 ‘독락’으로 한차원 더 승화시키겠다는 내면의 심경도 읽을 수 있다. 각자의 독락당에서 지내려면 무슨 준비가 있어야 할까도 생각해봤다.
우선 요가(yoga)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 들어서 뛰고 달리는 운동은 무리가 된다. 혼자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요가이다. 골프는 골프장에 가야 하고, 다른 게임을 하려고 해도 같이 운동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요가는 자기 혼자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소도 운동장이 필요 없다. 방 안에다 담요 한장 깔아놓고 할 수 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전기요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근육과 경락을 풀어주면 병이 잘 오지 않는다. 몸이 건강해야 할 것 아닌가.
말년 운동의 최고봉은 요가라고 생각한다. 코브라 자세, 쟁기 자세, 옆구리를 양쪽 옆으로 기울이는 자세 등 우선 7~8개 동작만 해도 된다. 코브라 자세는 엎드려서 두 손을 바닥에 짚고 상체를 서서히 일으켜 세우는 동작이다. 코브라가 고개를 쳐드는 동작과 비슷하다. 이 동작은 허리 디스크를 예방해준다. 의자생활을 많이 하면 요추 3번 명문혈(命門穴) 쪽이 압박을 당한다. 디스크가 온다. 코브라 자세를 하면 이 압박을 풀어준다. 등이 굽는 것도 예방한다. 가슴이 펴져야 낙관적이 된다. 사람이 오그라들면 자꾸 우울한 생각만 든다.
쟁기 자세는 고혈압·중풍·뇌경색을 예방해준다. 누워서 두 다리를 들어 머리 뒤로 넘기는 동작이다. 신경을 쓰거나 나이가 들면 목뒤가 뻣뻣해진다. 이걸 풀어주는 자세이다. 앉아서 두 다리를 양옆으로 벌리는 박쥐 자세도 있다.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는 아사나(동작)다.
요가의 동작이 수백가지나 되지만 자기에게 필요한 동작 몇개만 배워서 매일 혼자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요가다.
독락당에서 지내려면 또 필요한 것이 바로 차(茶)다. 아침을 먹고 뜰 앞에 핀 작약을 보면서 차 한잔 하는 것은 동양의 풍류다. 차의 향이 코로 들어오고, 혀를 적시면서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아랫배로 찻물이 내려가면서 울림이 온다. ‘인생, 이만하면 됐다’ 하는 울림이다. 차를 마시면 피가 맑아진다. 피가 맑아지면 여러가지 병을 예방할 수 있다. 신외무물(身外無物) 아니겠는가!
차도 종류마다 다르다. 향기가 다르고 맛이 다르다. 지리산에서 나오는 이맘때의 녹차를 갈비 한대 뜯어먹고 마시면 그렇게 고소하고 입안이 개운해질 수 없다. 더부룩한 뱃속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중국 무이산(武夷山)에서 나오는 대홍포(大紅袍)의 향도 깊다. 향이 깊다는 것은 질리지도 않으면서 정신의 안정감을 주는 차향이라는 뜻이다. 중국이 다른 것은 몰라도 차는 좋다.
술은 몇시간 마시면 취해서 횡설수설하지만, 차는 서너시간 마셔도 정신이 맑아진다. 방 안에다 먹감나무로 만든 차장(茶欌)을 마련해 놓고, 조그만 선반에다 찻잔도 올려놓고, 차호도 여러개 진열해 놓고, 기타 차도구를 챙겨 놓은 모습을 보면 아취(雅趣)가 있다. 거기에 평화가 있다.
손님이 방문하면 차장의 조그만 먹장석 고리를 집게손가락으로 잡아 열고 조심스럽게 찻잔을 꺼낸다. 전기곤로 위에 얹어진 놋쇠주전자에다 물을 끓인다. 물이 끓는 소리를 듣는 것도 마음을 한가하게 해준다. 친분이 있는 도공이 제작한 차호(茶壺)에다가 차를 털어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고 철학이다. 긴장되지 않는 반복이라고나 할까. 긴장하지 않으면서 반복된 동작을 하면 정신이 집중되면서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거기에 맛과 향까지 가미되는 것이 차의 이로움이다.
독락당에서 살려면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아는 게 좋다.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달래야 한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달래주길 기대하면 아직 철이 덜 든 것이다. 자신이 자신을 달래는 데 있어서 좋은 수단이 바로 악기다. 나는 20~30대에 기타를 안 배워 놓은 걸 후회하고 있다. 50대 후반에는 쉽게 익혀지지가 않는다. 보름달이 창밖에 휘영청 밝은 날도 좋고, 반달이 있는 날도 좋다. 밖은 고요하고 가끔 소쩍새와 휘파람새의 지저귐을 듣고 있다가 기타소리로 내가 아는 노래를 연주하면 독락이 되지 않겠는가! 회재 선생의 경주 독락당을 둘러보면서 선생의 내면을 헤아려보다가 든 생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