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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집 출판원고방

[시산23집원고]딸이 준 선물

작성자꽃삽|작성시간09.12.09|조회수21 목록 댓글 0


딸이 준 선물


             조경심


 토요일이랍시고 모처럼 늦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니 반가운 딸의 안부 전화다. 기말고사 준비 하느라 얼굴 보지 못해 전화 한다는 것이다. 어찌나 기특하고 고마운지 잠시 생각에 젖다보니 10여년전의 일이 생각난다.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일요일인데 등산을 다녀와 보니 눈이 퉁퉁 부어 와락 내 품에 안긴게 아닌가! 영문을 물어보니 “엄마! 그리 고생한 줄 몰랐어. 너무 미안해.”

 “뭐가? ” 책상 앞에 놓인 낯익은 노트 한권을 보고는 같이 울고 말았다.

 힘들때만 쓰던 일기장. 하소연 할 곳이 없어 막연하게 낙서 하던걸 읽었나보다. 네장에 걸쳐 제 생각을 끼워 넣고는 가슴 안에 얼굴을 묻는다. 참으로 당황되고 부끄러웠다. 그때부터 딸이 친구가 되어준 것이다.

 아이들이 둥지를 떠나고 늘 혼자일 때가 많다보니 어서 아이들이 커서 독립하면 좋겠다고만 생각을 하던 어리석은 바램이 이렇듯 중년의 그리움을 놓고 갈 줄을 차마 몰랐다. 목소리만 듣고도 엄마 마음이 어떤지 읽어주는 사랑스러운 딸, 쪽지 편지를 몰래 호주머니에 놓고가 간밤에 갈등한 부부 싸움까지도 부끄러운 일로 반성 하게 한 지난날들이 어엿한 중년임을 실감케 한다. 발에 화상을 입고 한 달 간을 꼼짝 못하고 휴직하고 있을때 용돈을 털어 꽃 구경 가자며 한적한 찻집으로 안내하던 고마움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싸이로 대화창을 열어 마음 나누다보면 연애하던 마음처럼 설레기도 하고 딸아이의 방명록을 뒤져보며 더 많이 이해하고픈 난 영락없이 그저 엄마다. 혹시 남자 친구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일기장을 훔쳐 보았다가 예쁜 사진은 없는지 들락거리고 나면 딸이 곁에 있는 느낌이 든다. “엄마가 늘 믿어주니까 난 한번도 외박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고픈 충동을 느낀 적이 없어.” 얼마나 고마운 말인지······.

 이따금씩 딸이 쓰던 방에 들려 책상 서랍이라도 열라치면 오히려 배울게 너무 많다. 유치원때 사 준 머리핀. 초등학교때 도시락 안에 넣어준 쪽지. 쓰다 남은 24색 크레파스까지 딸의 성장을 앨범으로 보는듯한 지난날들이 묻어 있다. 작은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모습들이 부족하기만한 제 어미를 무언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때 기립성 저혈압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면서도 엄마 일하는데 방해 된다며 엄마한테 연락하지 말라던 부탁을 담임 선생님께 진땀까지 흘리며 얘기하더라고 해 얼마나 울었는지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 터진다.

 “엄마! 날씨가 추워진대. 치마는 추우니까 바지 입어. 사랑해 엄마!”

 결코 황량하거나 쓸쓸하지 않는 마음안의 온기가 마음 안에 지펴 지는건 딸이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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