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이르다
최영숙
가깝고도 먼 고흥
초여름 초록빛 짙어지고
수국이 몽실몽실 부풀 즈음
그리움은 어김없이
전라남도 민간 정원 1호
쑥섬을 향했습니다
여객선 타면 코앞인데
마음은 자꾸 거리를 두었지요
다가서지 못한 인연처럼
주저하고 미루다
수국이 질 무렵
귀인을 따라 훨훨
흰나비 되어 들어선 섬
후끈한 열기는 바닷바람에 식고
사백 년 만에 열린 난대 원시림
그 깊은 그늘 숨결 따라 걷다
오르막 끝자락에서
보상처럼 문득 멈춘 시간
환희의 언덕에 이르자
탁 트인 바다와 기암절벽 앞에서
감탄은 말이 아닌 떨림이 되었습니다
야트막한 해발 83미터
소가 누운 듯 완만한 곡선의 섬
3.2킬로미터 굽이굽이 해안로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아 나오며
긴 숲길과 짧은 꽃길
그리고 바닷바람을 실컷 누리며
사방팔방 펼쳐진 하늘빛 바다를 바라보다
나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머문다는 건
어쩌면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라는 걸
가을을 기약하며
고요히 손을 흔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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