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法華經 독송>>
법화경 제4 신해품(信解品)
법우님들 안녕하십니까!
에스아이 코리아에선 현재 법화경을 독송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올렸던 공지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린포체께서는 늘 경전 독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또한 올 3월 인도에서의 법화경 법문에서 종사르 켄체 린포체는 "법화경의 핵심 메시지는 불성이 일체중생에 내재되어 있으며 모두 성불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입니다.법화경은 동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의 절정이라고 여겨지는, 가장 영향력 있는 대승 경전 중 하나입니다.
법화경에 부처님은 많은 이야기와 우화를 통해 궁극적인 실상의 본성을 설하십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되도록이면 경전을 구입하셔서 독송하면 더욱 좋겠지만, 바쁜 일상으로 따로 법화경을 독송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에스아이 코리아에서 법화경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독송하실 때 소리를 내어 독송하거나 사경을 하셔도 좋습니다.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동참 바랍니다.
<<법화경法華經 >>
후진(後秦) 구자국(龜玆國) 삼장법사(三藏法師)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
이운허 번역
이 때 혜명(慧命)33)인 수보리와 마하가전연과 마하가섭과 마하목건련이 부처님으로부터 일찍이 듣지 못하였던 법과,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심을 듣고, 희유한 마음을 내어 뛸 듯이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34)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일심으로 합장한 채, 허리를 굽혀 공경하며 부처님의 얼굴을 우러러보면서 여쭈었다.
"저희들은 대중의 우두머리로서 나이가 이미 늙었으며, 저희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미 열반을 얻었노라' 하면서 더 할 일이 없다 하여, 다시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지도 아니하였습니다. 세존께서 옛날부터 법을 설하신 지 오래이거늘, 저희가 그 때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몸이 게을러서 공하고 모양이 없고[無相] 지을[無作] 것이 없는 것만 생각했을 뿐, 보살의 법과 신통에 즐거워함과 부처님 국토를 깨끗이 함과, 중생을 성취하는 일에는 마음에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삼계에서 벗어나 열반을 얻도록 하셨으며, 또 저희들이 나이가 늙었사오매, 부처님께서 보살을 교화하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는 조금도 좋아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저희들이 지금 부처님 앞에서 성문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심을 듣고,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미증유함을 얻었습니다. 지금 뜻밖에 희유한 법을 들었으니 매우 기쁘고 다행스러우며, 큰 이익을 얻사오매 구하지 않은 무량한 보물을 저절로 얻은 것과 같습니다.
33) 범어로는 yumat. 수행승에 대한 존칭이며 법신(法身)의 지혜를 수명에 비유한 말, 구수(具壽)라고도 한다.
34) 경전에 자주 나오는 말로 부처님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예법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비유를 들어 이 뜻을 밝히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나이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나가 다른 지방에 살기를 10년, 20년, 50년을 지냈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매우 빈궁하여 사방으로 의식(衣食)을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본국을 향하게 되었나이다. 또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찾아 오랫동안 다녔으나 만나지 못하고, 중도에 어떤 성에 머물러 살게 되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부자가 되어 재물이 한량없었으니, 금·은·유리·산호·호박·파리·진주 같은 보물이 창고마다 가득하였고, 남종·여종·상노·시종·청지기·서기들을 많이 거느렸으며, 코끼리·말·수레와 소와 양이 무수히 많았으며, 재물이나 곡식을 거래하는 이익이 다른 나라에까지 미쳐서 장사꾼과 거간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 때 빈궁한 아들[窮子]은 여러 지방과 여러 마을을 전전하다 마침내 아버지가 살고 있는 도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과 이별한 지가 50여 년이 지난 줄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지만,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말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마음속에 한탄하기를, '이미 늙고 자식은 없으니 이제 죽게 되면, 창고마다 가득한 금·은 등의 재물은 누구에게 전해 줄 것인가?' 하면서 은근히 아들을 기다렸으며, 다시 생각하되, '내가 만일 아들을 만나서 재산을 전해 주게 되면, 한없이 쾌락하여 다시 근심이 없으리라'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한편 빈궁한 아들은 품팔이를 하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사는 집의 대문 앞에 이르러 멀리서 그의 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사자좌에 걸터앉았는데 보배궤로 발을 받쳤고, 여러 바라문과 찰리(刹利)35)와 거사들이 모두 공경하여 둘러 모셨으며, 천 냥, 만 냥이나 되는 진주와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였고, 시종과 하인들이 흰 불자(拂子)36)를 들고 좌우에서 모셨으며, 보배 안장을 위에 덮고 여러 가지 꽃 번개를 드리우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훌륭한 꽃들을 흩었으며, 보물들을 벌려 놓고 내고 들이며 주고받는, 이러한 장엄스런 일들이 특별히 위덕이 있게 보였습니다. 빈궁한 아들은 그 아버지가 큰 세력을 가진 줄을 알고는 곧 두려운 생각을 품어 그곳에 온 것을 후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35) 범어 katriya의 음사. 4성(姓) 계급의 둘째. 왕족·무사 계급이 이에 해당한다. 찰제리(刹帝利)의 준말이다.
36) 흰 털을 묶어서 자루 끝에 매단 총채 같은 것. 모기나 파리 같은 것을 쫓는 데 쓰기도 하나, 선가(禪家)에서는 흔히 삿된 소견을 물리치는 비유로 쓰기도 하고, 그냥 말없이 들어 보여 화두(話頭)로 삼기도 한다.
'저 사람은 아마 왕이거나 혹은 왕족이리니, 내가 품팔이 할 곳이 아니로다. 다른 가난한 마을에 찾아가서 마음대로 품을 팔고 의식을 구함만 같지 못하리라. 만일 여기 오래 머물렀다가는 혹 붙들어 강제로 일을 시킬지도 모르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거기서 빨리 달아났습니다.
이 때 대부호 장자는 사자좌에서 자기 아들을 문득 알아보고 마음에 크게 환희하여 생각하였습니다.
'내 창고마다 가득 찬 재물을 이제 전해 줄 데가 있구나. 내가 항상 이 아들만 생각하였으나 만날 수가 없었는데, 이제 스스로 왔으니 나의 소원을 성취함이로다. 내 비록 늙었으나 그래도 아까운 마음이 있었노라.'
사람을 보내어 데려오도록 하였습니다. 그 때 한 사자가 달려가 붙드니, 그 빈궁한 아들은 놀라 원망스럽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붙들어 갑니까?'
사자는 더욱 단단히 붙들고 강제로 데려오려 하자, 그 때 빈궁한 아들은 '나는 아무 죄도 없이 붙잡혔으니 반드시 죽는 것이로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층 더 놀랍고 무서워 땅에 넘어져 기절해 버렸습니다. 아버지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사자에게 말하였습니다.
'그 사람을 억지로 붙들어 올 것은 없다. 그 얼굴에 냉수라도 끼얹고 다시 소생케 하고 더 말하지 말라.'
왜냐 하면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과 뜻이 하열한 줄을 알며, 한편 자기는 호화롭고 부귀하여 그 아들이 어려워하는 줄로 짐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아들인 줄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다른 사람에게는 나의 아들이란 것을 알리지 않고 사자를 시켜 말하였습니다.
'내가 너를 놓아줄 터이니 네 마음대로 가거라.'
빈궁한 아들은 매우 기뻐하며, 땅에서 일어나 어느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 의식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장자는 그 아들을 타일러서 데려오려고 방편을 써서 모양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두 사람의 사자를 가만히 보내면서 이렇게 일렀습니다.
'너희는 거기에 가서 그 빈궁한 사람에게 말하기를 저기 일할 곳이 있는데, 품삯은 다른 데보다 배를 준다고 하고, 만약 그가 허락을 하거든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되, 혹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거든 거름을 치우는 일로 우리 두 사람도 그대와 함께 그 일을 한다고 하여라.'
두 사람은 즉시 빈궁한 사람을 찾아가서 그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빈궁한 아들은 그들을 따라가 선금을 받고 거름을 치우는데, 아버지는 그를 볼 때마다 가엾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방 안에서 일하는 아들을 바라보니, 그 몸은 야위어 초췌하였고, 흙과 먼지가 온몸에 가득하여 더럽기가 짝이 없는지라, 아버지는 곧 영락과 좋은 의복과 장식품을 벗어 버리고, 허름하고 때가 묻은 옷으로 바꾸어 입고, 또 먼지를 몸에 바르고 오른손에는 거름 치우는 기구를 들고 나가 여러 일꾼들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대들은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
그러면서 이러한 방편으로 그 아들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기를 '너는 다른 데로 가지 말고 항상 여기에서 일을 하여라. 그러면 너의 품삯도 올려 줄 것이요, 또 필요한 물건이 있거든 항아리·쌀·밀가루·소금·장 할 것 없이 무엇이든지 말하여라. 늙은 하인이 있으니 달라는 대로 줄 것이다. 나는 너의 아버지와 같지 않느냐. 그러므로 다시 걱정하지 말고 편히 잘 있거라. 왜냐 하면 나는 이미 늙었고 너는 아직 젊기 때문이다. 너는 일할 적에 항상 속이거나 게으르거나 성내거나 원망하는 말이 없으니, 다른 일꾼들처럼 나쁘지가 않더라. 이제부터는 나의 친자식과 같이 생각하겠노라.'
그러면서 장자는 이름을 다시 지어 주고 아들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때 빈궁한 아들은 이런 귀여움을 받는 것이 기뻤으나, 전과 같이 머슴살이하는 천한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하였으므로, 20년 동안을 항상 거름만 치우고 있었습니다. 그 뒤 얼마쯤 지나더니 마음을 서로 믿고 통하여 안팎을 무난하게 드나들면서도 거처하기는 그전과 같았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장자는 병이 생겨 죽을 때가 멀지 않은 것을 알고,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나에게는 지금 금·은 보배가 많아 창고마다 가득하므로, 그 속에 많고 적은 것이라든지 주고받을 것을 네가 다 알아서 처리하라. 내 뜻이 이러하니 너는 그대로 하여라. 왜냐 하면 지금은 너와 내가 다를 것이 없으니, 마땅히 마음을 잘 써서 허비하지 말고 잃지 않도록 하라.'
이 때 빈궁한 아들이 명령을 받고 금·은 진보의 여러 재산과 창고를 맡았으면서도 한 가지도 욕심을 내지 않고, 거처하는 곳도 예전 그대로이며, 용렬한 마음 또한 조금도 버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또 얼마를 지난 뒤에 아들의 마음이 점점 열리고 커져서 큰 뜻을 이루고, 예전의 비열했던 마음을 스스로 뉘우칠 줄도 알았습니다. 그 아버지가 임종할 때에 이르러, 아들에게 명하여 친족들과 국왕과 대신과 찰제리와 거사들을 모이게 하고, 그들이 다 모인 뒤에는 이렇게 선언하였습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아시라. 그는 나의 아들이오. 내가 그를 낳았으나 어느 성중에서 나를 버리고 도망하여 50여 년 동안 외롭게 떠돌아다니며 고생을 했소. 그의 본래 이름은 아무개였고, 내 이름은 아무개였소. 오래전부터 무척 걱정하며 찾았더니, 홀연히 여기에서 만났소. 이는 내 진실한 아들이며, 나는 그의 아비요. 지금 내가 가진 모든 재산은 다 이 아들의 것이며, 이미 주고받던 것도 모두 이 아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오.'
세존이시여, 이 때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이 말을 듣고는 크게 기뻐, 미증유함을 얻어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본래부터 바라는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 이 보배가 창고에 저절로 이르렀구나'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대부호 장자는 곧 여래이시고 저희들은 다 부처님의 아들 같사오니, 여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저희들을 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세 가지의 괴로움[三苦]37)으로 인하여 나고 죽는 가운데 여러 가지 고통을 받으며, 미혹하고 무지하여 소승법에 집착하여 기뻐하였습니다. 오늘날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모든 법의 희롱거리인 거름[諸法戱論糞]38)을 생각하여 버리도록 말씀하셨으나, 저희들은 그 속에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얻은 열반이란 것이 겨우 하루 품삯만 한데 마음이 크게 환희하고 만족스러워 스스로 생각하기를, '부처님 법에서 부지런히 정진한 연고로 얻은 것이 많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저희들의 마음이 변변치 못하여 소승법에 탐착하여 기뻐하는 줄을 아시었으므로 내버려 두시고, '너희들도 마땅히 여래의 지견인 보배 광의 분[寶藏之分]이 있느니라'고 분별하여 주시지 않고, 세존께서 다만 방편으로써 여래의 지혜를 말씀하셨으나, 저희들이 부처님을 따라 열반의 하루 품삯을 겨우 받고는, 소득이 컸다고 만족하여 대승을 구하려는 뜻은 아예 가지지 않았습니다.
37) ① 고고(苦苦) : 달갑지 않은 대상에서 느끼는 괴로움, ② 행고(行苦) : 세상의 변천을 보고 느끼는 괴로움, ③ 괴고(壞苦) : 좋아하는 것이 멸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괴로움.
38) 모든 사물에 대해 아무 쓸모없는 말을 하는 것을 낮추어 부른 말이다.
저희들은 또 여래의 지혜로 인하여 모든 보살들에게 열어 보이며 연설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여기에 대하여 원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이 소승을 좋아함을 아시고 방편으로 우리들에게 설하셨건만, 저희가 부처님의 참 아들인 줄을 미처 몰랐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이제야 부처님께서 불지혜에 아낌이 없으신 줄을 알았습니다. 왜냐 하면 저희들이 예전부터 부처님의 아들이지만, 다만 소승법을 좋아한 탓이리니, 만일 저희들이 대승을 기뻐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저희들에게 대승법을 설해 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경전 가운데서는 오직 1승만을 설하시고, 예전 보살들 앞에서는 성문들이 소승법을 좋아한다고 나무라셨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대승만으로 교화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이 본래에는 바라는 생각이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 법왕(法王)의 큰 보배가 저절로 이르렀으니, 불자로서 얻을 것을 모두 얻었습니다."
그 때 마하가섭이 이 뜻을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늘날 저희들이
부처님의 말씀 듣고
환희하고 용약하여
미증유를 얻습니다.
성문들도 성불한다
부처님께서 설하시니
위없는 보배더미
안 구해도 절로 얻네.
비유컨대 어린아이
유치하고 소견 없어
아비 떠나 도망하여
타관 땅에 멀리 가서
이리저리 떠돌면서
50년을 살았거늘
그 아비 걱정되어
사방으로 찾았더라.
찾다가 지친 걸음
한 성중에 머물러서
큰 집을 지어 놓고
5욕락을 즐기나니
그 집이 큰 부자라
많은 금과 은이며
차거·마노·진주·유리
말과 소와 코끼리와
양과 연[輦]과 수레들과
논과 밭과 종들이며
거느린 그 하인들
한이 없고 가이없어
주고받는 이익들이
타국까지 미쳤으며
사고 파는 장사꾼들이
그 문전에 줄을 섰네.
천만억 사람들이
둘러서서 공경하며
임금이나 왕족들이
항상 공경하는 바요,
여러 신하 명문 호족
한결같이 공경하며
이러한 인연으로
오고 가는 사람 많고
부유하기 이와 같고
큰 세력도 가졌지만
습니가 늙어가니
아들 생각 더욱 간절
자나 깨나 생각타가
죽을 때가 되었는데,
어리석은 그 자식
떠나간 지 50여 년
창고마다 가득 찬
금은보화 많은 재산
많은 전답들을
어떻게 한단 말가?
그 때에 궁한 아들
먹고 살 의식 찾아
이 성에서 저 성으로
저 나라와 이 나라를
어떤 때는 얻게 되고
어떤 때는 소득 없어
굶주리고 못 먹어서
옴과 버짐 생겼으며
그토록 헤매던 길
아비 사는 성에 닿아
품팔이로 전전타가
아비 집에 이르렀네.
그 때 대부 장자
자기 집 문 안에서
보배 휘장 둘러치고
사자좌에 앉았으니
권속들이 둘러앉고
여러 사람 호위하며
그 중 어떤 사람
보물을 계산하고
주고받는 많은 재물
출납부에 기록하니
아버지의 준엄한 일
궁한 아들 바라보고
저 이는 국왕이나
혹은 왕족이려니,
여기를 왜 왔던가
스스로 놀라면서
또다시 생각하되
내 오래 있다가는
강제로 붙들리어
모진 노동 당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정신없이 도망하여
빈촌으로 찾아 들어
품을 팔아 일하더니
이 때에 아비 장자
사자좌에 높이 앉아
멀리서 바라보고
제 아들을 알아보니
사자를 빨리 보내
붙들어 오게 할새,
궁한 아들 크게 놀라
기절하여 엎어지며
이 사람이 날 붙드니
나는 정녕 죽었노라.
어찌하여 의식 땜에
이렇게 된단 말가.
그 아들 용렬하여
아비 말 믿지 않고
아비인 줄 모르는 것
장자가 짐작하고
방편을 다시 써서
사자들을 보내는데
애꾸눈과 난쟁이인
못난이를 시키면서
네가 가서 말하기를,
내게 와서 일을 하면
거름이나 치게 하고
품삯은 곱을 준다 하라.
궁한 아들 그 말 듣고
기뻐하며 따라와서
거름치는 일도 하고
집 안팎을 청소하네.
장자가 문틈으로
아들을 내다보니
어리석은 저 자식
비천한 일만 하니
가엾게 생각하여
아비인 그 장자
허름한 옷 바꿔 입고
거름치는 삼태 들고
아들한테 접근할새,
방편으로 하는 말이
부지런히 일 잘하면
품삯을 올려 주고
손발에 바를 기름
먹을 것도 넉넉하고
덮을 것도 따뜻하게
대우 잘 해주리니
부지런히 일을 하라.
너는 나의 아들 같다.
부드러운 말도 하고
장자가 지혜 있어
안팎을 출입토록
20년을 지내면서
집안 일을 보게 하고
금과 은과 진주·파려
있는 창고 보여 주고
주고받는 모든 살림
맡아서 보게 하나
대문 밖에 붙어 있는
초막에서 잠을 자며
나는 본래 가난뱅이
가진 물건 하나 없어라.
아버지가 아들 마음
점점 넓어짐을 보고
그 재산 물려주려
친척들과 국왕들과
대신들과 찰제리와
거사들을 모아 놓고
대중에게 하는 말
이 사람은 나의 아들인데,
나를 떠나 멀리 가서
50년을 지내더니
우연히 날 찾아와
20년이 또 지났소.
옛날에 한 성에서
이 자식을 내가 잃고
이리저리 헤매면서
이 자식을 찾느라고
무진 애를 쓰던 끝에
여기까지 온 것이오.
이제 내가 소유한
집이나 하인이나
아들한테 전해 주어
제 뜻대로 하게 하리.
가난하고 궁한 아들
뜻과 마음 용렬타가
이제야 아버지의
큰 재산 받게 되니
많은 집과 많은 재산
한량없는 금은보화
마음 크게 환희하여
미증유를 얻었더라.
부처님도 우리들이
소승에 집착함을 아시고
너도 성불하리라고
말씀하지 않으시며
여러 가지 무루법(無漏法)39)을
저희들이 얻었다고
소승 이룬 성문이라
항상 말씀하더이다.
39) 루(漏)는 번뇌라는 뜻이며, 번뇌가 없이 온전하게 진리를 깨닫는 지혜이다.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위없는 도 말씀하시며
이 법을 닦는 이는
성불한다 하옵기에
저희들은 말씀대로
모든 인연 비유들과
이야기로 보살들에게
위없는 도 말했더니
그 때 모든 불자들이
저희들의 법문 듣고
밤낮으로 생각하며
부지런히 닦았으며
이 때에 여러 부처님들께서
수기하여 하시는 말
너희들은 오는 세상
부처가 되리라.
시방 모든 부처님의
비밀한 큰 법장을
보살들만 위하여서
참된 이치 연설하고
저희들을 위하여선
아무 말씀 안 하시니
마치 저 궁한 아들
아버지에게 가까이 가
모든 보물 맡았으나
가질 생각 전연 없듯
저희들도 부처님의
법보장을 연설하나
구하는 뜻 없는 것은
역시 그러합니다.
저희들도 속으로는
번뇌 없어지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여
만족하다 여기옵고
이런 일은 알지마는
다른 일은 없으니
불국토를 청정히 함과
중생들 교화함을
저희들이 듣더라도
즐거운 맘 없었습니다.
그 까닭을 말하오면
이 세간의 온갖 법은
모두가 고요하여
남도 없고 멸도 없고
작거나 큰 것 없고
무루며 무위라고
이렇게 생각하니
즐거운 맘 없습니다.
저희들이 오랜 세월
부처님의 큰 지혜엔
탐착하는 일도 없고
원하지도 아니하며
저희들 얻은 법이
구경(究竟)이라 여기오며
저희들이 오랫동안
공한 법을 닦아 익혀
욕계·색계·무색계의
고통에서 해탈하고
최후 몸의 유여열반(有餘涅槃)40)
얻었노라 생각하며
부처님의 교화받아
참된 도를 얻었으니
부처님의 깊은 은혜
갚았다고 했습니다.
저희들이 불자들에게
보살법을 말하여서
불도 얻게 하면서도
원하는 맘 없사올새,
도사(導師)41)께서 버리시고
저희 마음 아시므로
참된 이익 있느니라
권하시지 아니하여
40) 불완전한 열반으로 소승의 열반을 말한다.
41) 불(佛)·보살(菩薩)에 대한 경칭이다.
아들 마음 용렬함을
장자가 이미 알듯
방편의 힘으로써
그 마음 조복한 후
많은 재산 물려주듯
부처님도 희유하사
소승에 집착함을 아시고
방편력을 쓰시어서
마음을 조복받고
큰 지혜 가르치니
저희들이 오늘에야
미증유를 얻습니다.
바라던 일 아니지만
저절로 얻사오니
한량없는 보배 얻은
궁한 아들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도와 과보 모두 얻어
무루법 가운데서
청정한 눈 얻은 것은
저희들이 오랜 세월
청정 계율 지니다가
오늘에야 처음으로
그 과보를 얻었으며
법왕의 법 가운데
범행을 오래 닦아
무루(無漏)의
큰 과보 얻사오니
저희들이 오늘에야
참된 성문이라,
불도의 소리로써
온갖 것을 듣게 하며
저희들이 오늘에야
참 아라한 되온지라,
모든 세간 하늘이나
사람과 마(魔)와 범천
많은 대중 가운데서
공양을 받게 되니
세존의 크신 은혜
희유합니다.
중생을 제도하사
이익 얻게 하시오니
억천 겁에 그 은혜를
누가 능히 갚으리까.
수족 되어 받들고
머리 조아려 예경하며
온갖 일로 공양해도
그 은혜 못 갚으며
머리 위에 받들거나
등에라도 업고 다녀
항하사 오랜 세월
마음 다해 공양하고
아름다운 음식과
한량없는 의복들과
훌륭한 이부자리
가지가지 탕약이며
우두전단(牛頭栴檀)42) 좋은 향과
여러 가지 보배로써
넓고 높은 탑 세우고
옷을 벗어 땅에 깔고
이러한 여러 일로
항하사 오랜 겁에
정성 다해 공양해도
그 은혜는 못 갚으리.
42) 범어로는 goiracandana. 인도 우두산에 나는 향 나무 이름인데, 향기가 진하고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아서 불상 제작 등 불구(佛具)로 많이 사용된다.
희유하신 부처님의
한량없고 가없는
불가사의한 큰 신통과
무루·무위 법왕께서
용렬한 중생 위해
이런 일 참으시고
상(相)도 많은 범부에게
마땅하게 말씀하시네.
여러 부처님들
자재한 법 얻으시고
중생들의 모든 욕락
골고루 아시며
또한 그 뜻과 힘에
감당할 바 아시고
무량한 비유로써
미묘한 법 말씀하실새,
지난 세상 중생들의
선근을 따르셔서
그 근기 성숙함도
못함도 다 아시어
갖가지로 요량하사
분별하여 아시고는,
1불승을 설하시려
3승법을 말씀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