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풀이 외 1편
박응식
아내는 무릎이 자꾸 아프다며 관절경으로 강속을 들여다본다
두꺼운 막이 단단히 끼어 살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하자면 더 깊숙이 잠수해야 바닥이 보인다고
에헤에 헤험이로다
헛기침 안에 헛살이 허허롭다고
흰 가운 나풀거리며 수술실로 들어간다
참고 참아 너무 고요해서 펄이 눌러앉았는가
억지로 막힌 강의 터질 것 같은 기혈이 속앓이를 꾹꾹 참았던 모양이다
사진 촬영으로도 나타나지 않는
화(禍)가 두루두루 뭇사람들의 밤잠을 설쳤던 것이다
뼈다귀에 바람 든 물이 더듬이를 이리저리 굴리고
이 구석 저 구석 퍼내려가는 급물살
햇살 포식하는 안개에 금을 긋는 누수살
잡힐 듯 말 듯 울렁이는 토악살 없을쏘냐
왜가리 목구멍에 걸린 도화살
납자루 등에 붙은 백호살 풀고 가자
나아하 보오오 에헤에 에헤에 헤험이로다*
소용돌이가 지천을 갉아 먹는다고
마취 풀려 다리가 아프다고 진통제를 덩어리로 붙이는 아내
용가리 통뼈가 근육을 파고든다
거즈를 열어보면 소심한 돌멩이들은 속으로만 박히고
저물녘 퇴색해가는 쓸쓸함으로
가위눌린 보들이 아쟁소리 나는 하얀 천으로 휘휘 감는다
눈 내리깔고 사부작사부작 강을 밟아간다
아픈 무릎이 뻥 뚫릴 때까지
* 「살풀이」 중에서
배출 작동 요령
싸이로에 호스를 연결하시오
단단한 덩어리는 체크하되
볼멘소리는 하지 마시오
상처는 변비일 뿐이고
돌아선 여자는 적절하게 돌려주어야 하고
수년째 발효된 압력이 상승하면
어깨를 오므리고 밸브의 반을 열어주시오
이때 맥박은 꾸준히 유지하도록 하시오
얼크러지고 뒤틀어진 코가 시큰해지고
아랫배 콕콕 쑤시는 정체를 알려 하지 마시오
작업 중에는
몸을 낮춰 간간이 배를 문지르고
눈이 흐려지면
눈꺼풀에 얼룩이 지워질 때까지 자꾸만 깜박거리시오
눈 하나 꿈쩍 않고 당당하게 툭 던지는 교소(嬌笑)는
불모지에 유배시키고
지난 시간을 뭉뚱그려 같이 흘려보내시오
밤마다 하얀 두루마리로 몸을 감싸 안으며
또다시 문 닫아 부풀려 보자고
요동쳐 올 위험이 있다면
나머지 반 밸브를 확실히 열어주시오
저린 종아리에 핏발이 서고
요염섬섬 화개 상에*
치마가 삼삼해도 동요하지 마시오
항상 괄약근의 힘과 상황을 파악하시오
압력이 제거되기 전에 호스를 절대 탈거하지 마시오
배출이 완료되면 허리를 최대한 숙이고
열었다 닫았다 두어 번 해서
달라붙은 잔량을 말끔히 처리하시오
* 『춘향가』 「이별가」 중에서
─문학 무크 『시에티카』 2012년 · 하반기 제7호
박응식
전남 화순 출생. 2009년 『시에』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