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경칩 무렵 외 1편/김민호

작성자황구하|작성시간13.05.07|조회수17 목록 댓글 0

경칩 무렵 외 1편

 

                                    김민호

 


겨울방학 끝나고 첫 수업시간
창 틈새로 파고든 햇살이 실하다
머리 부대끼며 살았던 겨울 산은
바람이 잦아들자
참빗으로 가지를 빗기며 참선(參禪)에 들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등교한
아이들의 기지개에서 뒷다리가 돋는다
개골 개굴 개골 개굴
왁자한 수업시간
얼었던 교실 냉기가 옹벽을 타고 넘어
새싹 돋는 소리 간지럽다
선생님 봄은 어떻게 옵니까
폴짝 뛰어든 물음표를 따라온
개구리 알 같은 까만 눈동자들 올망하다
봄은 매화 꽃눈에서 오지
일주일 후에 활짝 필 테니
칠일 안에 봄이 온다고 호언장담했다
하루 또, 손가락 꼽으며
교문에 들어서던 아이들 발자국이
약속시간을 기다리듯 미소를 연신 찍어댔다
매화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와글 와글 와글 와글
달포 지나도 매화는 피지 않았다
손가락 꼽는 시간 사이로
봄은 더디게 걸어오고 있었다


 

 

 

감꽃이 피면


 

마당을 머금고 자란 감나무
긴 가지로 하늘까지 들려준 이야기꽃을
한 움큼씩 땅 위에 흩뿌리면
이슬 촉촉한 새벽이 내려왔었다
하얀 별 밭이 된 담쟁이 넝쿨 아래
살갗에 묻은 흙을 호호 불며
실을 꿰어 만든 감꽃 목걸이
간장독에 걸어두고 학교를 가곤 하였다
수업시간 내내
칠판을 바라보던 눈동자는 옅었고
창 밖을 빠져나간 시선은
측백나무 울타리 넘어 집을 향하였다
바람을 살포시 잠재운 장독대
온 세상을 비추던 하루치 햇볕이 모여든
마른 감꽃을 하나 둘 떼어먹으며
엮인 인연처럼 목걸이를 걸어주고 싶은
누군가를 그리다 보면
발그스레한 노을이 뺨을 물들였다
솟─ 소쩍 솟─ 소쩍 소쩍새소리에
놀란 산들이 일렁이면서
봄은 샛노란 감잎 사이로 깊어져 갔다

          ─문학 무크 『시에티카』 2013년 · 상반기 제8호


 

김민호
경남 양산 출생. 2010년 『시에』로 등단.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