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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빈 동시

작성자백홍 이사빈|작성시간26.06.05|조회수14 목록 댓글 0

 

 

백홍 이사빈

 

아이 셋이

사이좋게 걸어갑니다.

 

야트막한

산이 되어 함께 갑니다.

 

도란도란

꽃피우며 걸어갑니다.

 

파릇파릇

나무되어 함께 갑니다.

 

 

 

-땅끝동네 야불딱에서-

 

 

 

유년의 공동체를 자연으로 번역하는 서정 — 백홍 이사빈 「산」 평론

 

 

백홍 이사빈의 「산」은 극도로 절제된 언어와 단순한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관계와 성장, 그리고 공동체적 존재 방식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아이 셋’이라는 구체적 존재를 출발점으로 삼아, 그들의 동행을 ‘산’, ‘꽃’, ‘나무’라는 자연적 형상으로 확장시키며, 인간 관계를 자연의 질서 속에 포섭하는 독특한 시적 전략을 취한다.

 

시의 첫 행 “아이 셋이 / 사이좋게 걸어갑니다.”는 이 작품의 정서를 규정하는 핵심 문장이다. 여기서 ‘셋’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수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둘이 아닌 셋은 관계의 긴장과 균형이 동시에 요구되는 구조이며, 그럼에도 ‘사이좋게’라는 부사는 갈등의 가능성을 넘어선 조화의 상태를 강조한다. 이때 ‘걸어간다’는 동사는 정지된 관계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지속되는 관계의 과정을 암시한다.

 

이어지는 “야트막한 / 산이 되어 함께 갑니다.”는 이 시의 핵심적인 비유적 도약이다. 아이들의 행위가 단순한 이동에서 ‘산이 되는’ 존재론적 변환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여기서 ‘야트막한 산’이라는 표현은 웅대한 자연이 아닌, 낮고 완만한 형태의 산을 지시함으로써 유년의 순수성과 부담 없는 관계의 상태를 드러낸다. 산은 개별 존재들의 집합이면서도 하나의 형상을 이루는 자연물이다. 따라서 이 구절은 세 아이가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공동체로 엮이는 상태를 은유적으로 형상화한다.

 

중반부 “도란도란 / 꽃피우며 걸어갑니다.”는 관계의 질감을 청각적·시각적 이미지로 확장시킨다. ‘도란도란’이라는 의성어는 아이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을 암시하며, 그것이 ‘꽃피움’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전환된다. 여기서 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관계가 만들어내는 정서적 결실이다. 즉, 말과 말 사이에서 피어나는 것이 곧 꽃이며, 이는 관계가 단순한 동행을 넘어 생성적 사건임을 보여준다.

 

후반부 “파릇파릇 / 나무 되어 함께 갑니다.”는 시의 정점을 이루는 구절이다. ‘파릇파릇’이라는 색채적·감각적 표현은 생명의 초기 단계, 즉 성장의 시작을 환기한다. 아이들은 이제 산의 일부를 이루는 존재에서 더 나아가, 각각이 ‘나무’로 성장한다. 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동시에 숲을 이루는 존재다. 이로써 시는 ‘아이 → 산 → 꽃 → 나무’로 이어지는 이미지의 연쇄를 통해,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존재의 과정을 자연의 순환 구조 속에 배치한다.

 

이 시의 미학적 특징은 무엇보다도 언어의 절제와 반복적 구조에 있다. 각 연은 두 행으로 구성되며, “함께 갑니다”라는 종결 구조의 반복은 단순한 리듬을 넘어, 공동체적 존재 방식의 지속성을 강조한다. 또한 시는 어떠한 설명도 덧붙이지 않고, 이미지의 병치만으로 의미를 생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여백 속에서 관계의 의미를 스스로 구성하게 만드는 여지를 남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시가 관계를 ‘결속’이나 ‘의무’의 차원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함께함은 강요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유지되는 상태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약화되어 가는 공동체적 감각에 대한 조용한 대안적 상상으로 읽힐 수 있다.

 

결국 「산」은 말없이 보여준다. 함께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풍경이 되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세 아이는 산이 되고, 꽃이 되고, 나무가 되며, 그렇게 하나의 작은 세계를 이룬다. 이 시는 그 세계를 과장 없이,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독자 앞에 펼쳐 보인다.

 

 

평론 : 빗세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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