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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축사] 사랑하는 한솔이와 효정이의 혼인을 축하하며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20.06.26|조회수1,249 목록 댓글 1

<혼례 축사>

사랑하는 한솔이와 효정이의 혼인을 축하하며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신랑,신부의 아버지 최창의입니다.

먼저 신랑 최한솔, 신부 김효정 푸르른 유월에 아름다운 한 쌍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

아울러 사람 모이는 곳에 나다니기 눈치 보이는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혼인을 축하해주러 오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 인사드립니다. 정말 용기들이 대단하십니다.

 

사실 주례 선생님으로 제가 존경하는 목사님을 모시려 했는데 이렇게 부족한 저에게 그 비슷한 축사를 맡겨주면서 아들이 장가가는 그 순간까지 부담을 주는군요.

원래 여기 선 두 사람의 축사 주문은 이랬습니다. 신랑이 입장할 때 노래를 하고, 신부는 왈츠를 추니, 아버지는 판소리를 하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1고수 2명창이라 했거늘 고수가 안 계신 관계로 소리는 다음으로 미루고 대신 노래 말고 노래가 되는 시로 축하의 말을 풀어가 보려고 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첫 번째 시낭송부터 들어보기 바랍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제가 평소에도 참 좋아하는 시인데요. 우리가 태어나서 자라고 오늘 혼인의 꽃이 피기까지를 잘 표현해 준 시라고 생각합니다. 신랑, 신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 흔들리고 비바람에 젖어가면서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고 아름다운 한 쌍으로 꽃을 피운 게지요.

 

앞으로 두 사람이 하나 되어 살아가는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비단 꽃길만 걸어갈 수 없습니다. 때로 세상사에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 거친 시련을 겪기도 할 것입니다. 그럴수록 걸려 넘어지지 말고 흔들리면서 오히려 몸과 마음을 곧게 세우고, 시련을 겪는 가운데 오히려 사랑을 더욱 따뜻하게 지펴가기 바랍니다. 알았지요.  

신랑, 신부가 알아들은 것 같으니 다음 시로 넘어가겠습니.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 숲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이 시는 무엇을 말해주는가요? 바로 사람이 본디 가진 외로움, 내면의 절대 고독을 성찰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찾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이고, 그 외로움을 아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가면 전혀 외로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갖는 본연의 고독감이 여전히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에 혼자 살 때처럼 외로움이 찾아들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때 상대가 변했구나, 사랑이 식었구나 생각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럴수록 우리 가야 할 길을 함께 바라보고, 좋아 좋아 하면서 사랑으로 들어주고, 하루하루 나보다 너를 먼저 챙겨주는 그 첫마음을 되살리도록 힘쓰기 바랍니다. 더불어 산그림자도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와 외로움을 달래는 이치를 알고 잘 이기고 견뎌나가길 바랍니다.

 

끝으로 하객 여러분도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잘 알려진 나태주의 시를 낭송해보겠습니다. 이 시는 신랑 신부와 하객 여러분이 함께 옆 사람과 마주보면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풀꽃 1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시는 별난 해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이해되지요. 살아갈수록 서로를 한참씩 자세히 보고 오래도록 바라보기 바랍니다. 그래야 더욱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처음 연애를 할 때에는 눈에 콩꺼플이 씌웠다고 하지요. 결혼하기까지는 서로 육신의 눈으로 보고 반하고 사랑에 빠졌다면 결혼 후 앞으로는 마음의 눈으로 서로를 자세히 오래 보면서 살아가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내겠습니다. 한솔이와 효정이라는 이름으로 두 가정에서 자라난 두 사람이 이렇게 하나가 된 것은 누구의 덕분입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여기 계신 여러분, 이 세상 모든 사람의 기도와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입니다. 부디 그 고마움 잊지 말고 살아가면서 사람들들에게 그 은혜를 갚고 베풀고 도와주면서 살아가기 바랍니다.

하객 여러분, 어떻게 시노래 괜찮았나요? 다시한번 여러 바쁜 일을 물리치고 혼례식장에 와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살아가면서 이 고마움 꼭 갚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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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민들레 | 작성시간 20.06.26 말하듯이 쉽게 읽히고 듣게 되는 감동의 주례 말씀입니다. 저도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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