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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우리는 어디쯤 서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21.01.21|조회수34 목록 댓글 0

서른 살 우리는 어디쯤 서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대표)

 

제가 처음 참교육학부모회를 강렬하게 마주한 건 1989년도 끝 무렵, 바람 찬 연세대 광장으로 기억합니다. 전교조탄압저지를 위한 시민사회 결의대회 날 인듯한데 고인이 된 오성숙 회장님의 연설이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참교육을 위해 희생을 무릅쓰고 나선 전교조 선생님들을 우리 학부모들이 끝까지 지켜주겠다. 이제 학부모들도 교육주체로 분연히 떨쳐 일어서겠다.”고 높은 목청으로 카랑카랑하게 외쳤거든요. 저도 그 당시에 전교조교사로 해직된 처지라서 강한 연대와 응원을 보내 준 참교육학부모회에 애정이 깊어질 수밖에요.

 

그 뒤 해직교사 기간과 복직을 하고도 줄곧 참학 회원이 되어 지역 학부모회를 만들고 함께 활동을 해 왔습니다. 1996년도에 전국 15번째로 고양(시)지회가 창립된 날은 참 가슴 벅찼습니다. 지역 조직으로는 좀 이른 시기였는데도 사전에 알차게 학부모 사업을 진행한 덕분인지 1백여명 학부모들이 모여 성대한 창립식을 가졌지요. 더구나 고양지회는 창립 초기에도 활동가들의 조직 역량이 뛰어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창일 때는 회원이 2백여명을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관련 활동도 줄기차게 펼쳐나갔지요. 고양지회의 뒤를 이어 인근의 파주(시)지회는 2004년도에, 김포(시)지회는 2009년도에 창립되어 참교육 운동의 지평을 넓혀나갔습니다.

 

지역 학부모회 초기에는 주로 회원 교육과 일반 학부모 강좌에 힘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글쓰기, 역사, 풍물, 상담 같은 분야의 강좌를 열어 회원을 모은 뒤 소모임으로 진전시켜 나갔지요. 방학이나 공휴일에는 아이들과 문화유산 답사, 갯벌탐사, 시골 살이 같은 체험 마당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활동에도 적극 나서 어린이날 전통놀이한마당과 고교평준화, 러브호텔 저지 활동에 주역이 되어 참교육학부모회 이름이 자랑스러웠지요. 특히 제도 도입 초기였던 학교운영위원회와 민주적인 학교 운영에는 누구보다 참학 회원들이 앞장서 활동했습니다.

 

교육 개혁과 지역사회 발전에 이처럼 적극적인 활동을 하게 되니 성취감과 보람이 컸을 겁니다. 그 반면에 참교육을 부르짖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보니 부딪치는 어려움과 장애도 그만큼 닥쳐왔습니다. 학교운영위와 학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학교 전반을 바로 알고 문제점을 지적하다 보면 그에 따른 주시와 공격도 적지 않았습니다. 전교조와 함께 엮어서 마치 불온한 세력인 냥 몰아가는가 하면, 문제를 일으키는 강성 학부모로 낙인찍어 다른 학부모들과 분리시키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모든 아이들을 위한 학부모회 활동을 바삐 하다 보면 자기 아이는 오히려 뒤처지거나 외롭게 떠돌아서 속상하기도 했지요.

 

그래서일까요? 학부모회 역사와 운동이 길어질수록 학부모들의 참여와 활동이 조금씩 저조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젊은 학부모들은 모임에 들어오지 않고 옛 회원들은 자녀들이 중고교를 졸업하면서 지쳐 나가더라고요. 참된 교육을 그토록 열망하며 헌신하던 학부모 활동가들은 하나둘씩 우리 곁에서 떠나갔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틈에 옛 회원들끼리 만나는 작은 모임은 유지되는듯한데, 지역사회 연대활동도 축소되는 인상이었습니다.

 

이제 참교육학부모회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지도 30년이 넘는 걸로 압니다. 그 동안 여러분들이 열성적인 학부모 활동을 펼친 덕분에 혁신교육이 확산되고 많은 진보교육감들이 교육행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학부모회 활동을 보장하는 학교자치 조례가 제정되고 학부모회 법제화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막중한 시기에 참교육학부모회는 어디쯤 서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새로운 젊은 학부모들이 학부모 운동에 즐겁게 나서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른살을 넘어선 참교육학부모회의 고민이자 참교육을 열망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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