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시>
강릉 점집
정끝별
쉬운 일이 없어 나는 숨어듭니다 그러다 문득
왜 이리 쉬운 일이 없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못내 지나 끝내 넘어 달마처럼 동쪽으로 가고 또 가
한 줄 수평선에 엉망의 끝을 부려놓고 싶어집니다
해가 뜨고 달이 뜨는 일이 그러하듯
물은 지치지 않고 바다에 이른다는데
숨어들어서라도 지지 않는 길을 찾는다는데
섣달 찬 바람에 길을 물으며 강릉 천변을 지날 때
거두지 못한 빨래처럼 깃대에 묶여 펄럭이는 卍
소란한 바람에 휘청이는 풍마(風馬)인 듯
파닥이는 돛인 듯 주저앉은 닻인 듯
물 반 卍 반인 강릉 천변에서 나는
쉬운 일이 없어 숨 쉴 수도 없는 나를 숨겨주기로 합니다
긴 숨을 몰아쉬고 엎어진 김에 쉬어 가기로 합니다
물물처럼 卍卍처럼 쉬어지기로 합니다
* 『모래는 뭐래』 (2023,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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