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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상 창고

무너져 가는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

작성자최창의|작성시간03.01.06|조회수74 목록 댓글 0
무너져 가는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
최창의(고양성신초등학교 교사)

민주화운동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전교조 해직 교사들이 보상 신청을 위해 접수를 하러 가는 날이었다. 내 차 뒷자리에는 두 사람이 함께 탔는데 같은 지역에서 해직된 교사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두 사람 처지가 좀 다르다. 언니라 불리는 사람은 복직을 해서 중학교 교사를 하고 있지만, 다른 한 사람은 복직을 포기해 아이가 초등학생인 학부모이다.
접수처인 경기도청까지 2시간 남짓 가는 동안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줄곧 이야기꽃을 피웠다. 주로 요즘의 학교 돌아가는 이야기인데 어려운 시절에 참교육을 위해 나섰던 교사 출신들이라 교육 문제의 본질을 보는 눈도 정확하고 날카롭다. 그런데 이야기 중간에 두 사람의 의견이 맞선다. 바로 학부모와 교사의 자질이나 책임 문제이다. 서로의 상황이나 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자신이 선 위치에서 겪은 일과 생각은 참 달랐다.
먼저 중학교 교사는 그렇지 않아도 학교 교육이 절망적인데 극성 학부모들의 간섭이 심해져서 교사들이 교육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고 걱정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학교에서 일부 학부모의 몰이해와 이기적인 집단행동에 후배 여교사가 충격을 받아 사표를 낸 사례를 들려준다. 평소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던 그 후배 교사는 사표를 말리는 동료들에게 교복 입은 아이들만 보아도 떨리고 학부모들 목소리만 들어도 무섭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이어받은 학부모는 여전히 아이들과 학부모는 교사들에게 맡겨진 약자라고 했다. 자질이 부족한 교사 한 사람이 그 반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이를 해결할 통로 또한 막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예로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한 교사가 여러 형태로 부당한 요구를 하고 아이들을 차별해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은 줄 아느냐고 되묻는다. 결국 그 교사는 학부모들의 집단 진정으로 학교에서 물러났지만 학부모가 개별적으로 당하는 일들은 그저 묻혀 버리거나 참아 버리는 일이 보통이라고 한탄한다.
이야기가 끊어질 듯 하면 나도 가끔 끼어들어 다리를 놓았다. 무슨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가 아니다. 그 동안 주로 교사들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다가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상대방의 처지나 생각을 주고받는 것으로도 속이 시원했기 때문이다.
나는 교사이자 한 사람의 학부모이다. 그런데 학교에 근무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일부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이기심과 교육 간섭을 성토하는 일을 자주 본다. 학부모를 교육의 동반자는커녕 아예 안 보고 안 만났으면 하는 기피대상자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방학 동안에 만난 여러 지역의 동료나 후배 교사들도 그랬다. 파주에 있는 교사도, 경상도의 바닷가에 근무하는 교사도, 전라도 후배도 요즘 학부모들 등살에 교육하기 힘들다고 한다. 예전의 시어머니같은 교육관리 자리를 이제는 학부모가 물려받았다고 빈정대었다.
학부모들이라고 왜 할 말이 없겠는가? 학부모들끼리 모이면 상대적으로 교사들의 부도덕과 타성을 얼마나 질타하겠는가?
학교가 붕괴되고 있다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무성하다. 그 원인으로 빈곤한 교육 예산이나 관료적인 교육 정책을 지목한다. 그러나 그 한 축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도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교사와 학부모간의 이해와 협조없이 어떠한 교육개혁도 성공할 수 없지 않은가?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이 연계되지 않고서 어찌 온전한 사람 교육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완전히 깨지고 무너지기 전에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관계를 바로 세우고 믿음을 살려야 한다. 학부모단체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사 단체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관계 개선을 위한 연구와 토론이 일어나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교육 운동 단체가 이런 일에 얼른 눈을 돌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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