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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상 창고

가을 운동회

작성자교육자치|작성시간04.01.25|조회수15 목록 댓글 0
가을 운동회
최창의/경기일보(10,13) "천자춘추"에 실림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다. 높고 파아란 하늘, 들판에 누런 벼이삭, 입을 쫙 벌린 밤송이, 그윽한 국화 향기....... 그 안에 빠질 수 없는 게 초등학교 가을운동회이다.
올해도 몇 군데 학교의 운동회를 둘러보았다. 옛날 잔치판 같았던 시골 학교 운동회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작은 축제였다.

학교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늘 맑고 싱싱하다. 그 모습 그대로도 아름답고 귀엽다. 이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뛰고 달리며 즐기는 운동회를 보면 행복하다.

올해 본 한 초등학교 운동회는 여느 학교와는 사뭇 달랐다. 아이들이 펼치는 단체경기나 무용이 모두 쉽고 편안했다. 줄이 잘 맞지 않고 가끔 실수도 했지만 표정은 밝고 살아있다. 별다른 연습 없이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짝을 지어 춤을 추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보여주는 운동회가 아니라 아이들이 주인이 되어 즐기는 운동회였다.

달리기를 할 때였다. 입을 앙다물고 달리는 힘찬 팔다리를 보자니 힘이 솟는다. 일등을 달리면 어떻고 꼴찌면 어쩌랴. 있는 힘껏 달렸으면 그만 아닌가? 그런데도 많은 학교들이 3등까지만 가려 상을 주곤 한다. 하지만 이 학교에서는 달린 아이들 모두에게 상을 주었다. 그 작은 배려에서도 아이들을 고루 받아주고 사랑하려는 정신과 교육관이 엿보였다.

그와 달리 마음이 불편한 운동회도 가끔 보게 된다. 보여주기를 위해 지나치게 연습을 많이 한 운동회다. 마스게임이나 무용을 보면 한눈에도 훈련을 많이 한 흔적이 드러난다. 아이들이 기계처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데 생명력이 없다. 그럴 때 박수가 많이 나와도 나는 그리 탐탁하지 않다. 뙤약볕에서 같은 동작을 거듭하며 씨름했을 선생님과 아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난날 볼거리가 흔치 않았던 시대의 운동회는 보는 사람 중심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하는 교육 추세에 걸맞게 운동회도 달라져야 한다. 내년 가을에는 아이들이 주인이 되어 즐기고 뛰노는 운동회를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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