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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상 창고

고양시의 허파 고봉산 지키기

작성자교육자치|작성시간04.01.25|조회수16 목록 댓글 0
고양시의 허파 고봉산 지키기
최창의(경기도교육위원) / 12월 1일 경기일보 '천자춘추'에 실림

초겨울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는 일요일 한낮 고봉산에 올랐다. 오늘은 '고봉산 장승제'가 있는 날이다. 앞머리 '고'자를 따서 붙일만큼 고양시 명산인 고봉산의 품은 언제 찾아도 크고 포근하다. 그런데 아파트 밀집지역인 고양시의 허파이자 시민들의 건강한 쉼터인 이 아름다운 고봉산이 지금 수난을 당하고 있다. 택지개발업체가 고봉산의 가슴팍을 파헤쳐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고봉산의 자연을 지키려는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분별없는 개발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고봉산 택지개발 반대서명운동, 고봉산 땅 한뼘사기 운동, 고봉산 살리기 음악제, 촛불집회, 천막농성 등 헤아리기 벅찰 정도이다.
주민들이 이처럼 눈물겹게 선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데도 산 뒷편에서는 주민들 몰래 길닦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십년 된 소나무, 참나무, 팽나무들이 둥치째 밑둥이 잘려나가고 산 발꿈치는 여기저기 파이고 깎였다.

고봉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산자락이 마구 파헤쳐지고 나무들의 발목이 잘라져가는 사태를 그대로 둘 수 없어 산자락에 모여들었다. 그 마당이 오늘 열리는 ‘고봉산 장승제’이다. 바람이 제법 쌀쌀한데도 고봉산 지키기 운동에 나선 시민들과 지역 시민단체 일꾼들이 나무가 베어져 나간 자리에 그득 채워 섰다.

먼저 풍물패가 길놀이를 시작한다. 징소리와 북소리가 둥둥 산을 울린다. 파헤져진 산자락 곳곳에 개발의 잡신을 몰아내고 살림의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힘찬 날라리 소리가 높다란 산을 오른다. 풍물소리가 자연과 생태계를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우리 가슴을 뎁히고 부풀게 한다.

풍물소리가 한껏 깊어지자 산을 파헤치러 들어오는 길목에 두 눈을 부릅뜬 장승을 세운다. 우리는 죽어간 숲과 나무들의 혼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장승 셋을 우뚝 세웠다. 이런 자리에 노래가 빠질 수 있으랴. 모두 어깨를 걸고 입을 모아 "아침이슬"도 부르고, "사랑으로"도 나누었다. 우리 생명의 원천이자, 보금자리인 자연을 지키려는 울림이 고봉산 산자락을 넘어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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